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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2021
  • 주식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닙니다
    한세구 (지은이) | 쌤앤파커스 | 2021년 5월 "절제와 감사의 마음으로!"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전설의 유격수 김재박 감독이 남긴 이 유명한 말은 서울의 모 팀을 좋아하는 나같은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뒤로한 채 야구계의 정설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이 말은 주식 시장에도 그대로 적용 가능하다. "내려갈 주식은 내려간다." 미래에 대한 확신보다 차익 실현의 욕구가 큰 종목들이 주로 그렇다. 기업의 잠재적 가치에 비해 너무 올랐다고 많은 이들이 '느끼는' 주식은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적자가 지속되는 기업, 정관 변경이 잦은 기업, 유상 증자나 전환 사채 발행에 의존하는 기업들의 주식도 조심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렇게 신중히 주식을 골랐건만 걱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5년 10년, 아니 자식들 시집 장가 보낼 때까지 묵혀 두겠다면서 말이다.

    지난 40년간 시장의 한복판에서 개미들을 지켜봐 온 저자는 말한다. 우량주를 사놓고도 일희일비하는 것이, 애초에 사지 말았어야 하는 주식을 산 것이, 누군가의 은밀한 추천에 넘어간 것이 문제라고. 이는 원칙이 있었는데 잊었거나, 처음부터 원칙 없는 투자를 했거나 둘 중 하나다. 전자든 후자든, 시장이 정체와 조정을 겪는 지금이야말로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재정립하기에 아주 좋은 시기다. 저자의 말처럼 주식 시장은 '머리로는 알지만, 몸이 말을 안 듣는 곳'이기 때문이다. 탐욕과 미련, 고민과 조바심, 넘치는 정보와 뒤따르는 잦은 매매는 투자의 적임을 잊지 말고 저자가 특히나 강조하는 성공 비결, '절제와 감사'의 마음으로 투자에 임하자. 주식은 그렇게 하는 거다.

  • 혼자여서 좋은 직업
    권남희 (지은이) | 마음산책 | 2021년 5월 "번역가 권남희의 유쾌한 에세이"

    마음산책의 직업 산문 시리즈, 요조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천운영 <쓰고 달콤한 직업>에 이어 번역가 권남희 <혼자여서 좋은 직업>이 출간되었다. 이번 책은 권남희 작가의 글이 얼마나 재밌는지 본격적으로 알린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출간 이후 1년 만에 나온 신작 산문집이다. '혼자여서 좋은 직업' 번역가의 삶 이야기를 작가 특유의 유쾌함으로 풀어냈다.

    300권 이상의 일본 문학 작품을 번역해오는 틈틈이 몇 권의 산문집도 펴내온 그는 이번 신작에서 두 언어로 사는 번역가이자 작가로서의 일상 면면을 보여준다. 소설가 오가와 이토와의 만남, <배를 엮다>의 실제 주인공인 이와나미쇼텐 편집자와 주고받은 대화, 번역가의 꿈을 키우는 이들에게 전하는 말, 역자 후기 등 번역가로서 들려주는 이야기뿐 아니라, 딸 정하와 무지개다리를 건넌 나무를 향한 애틋한 사랑, 노모에 관한 일화 등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솔직하면서도 소심하고, 경쾌하면서도 가볍지만은 않은 작가의 모습이 한 문장 한 문장에 고스란히 스며 있다. 한 번 집으면 단숨에 읽어내려가게 만드는 매력과 힘을 갖춘 유쾌한 산문집이다.

  •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지은이), 김하현 (옮긴이) | 어크로스 | 2021년 4월 "유쾌하고 설레는 철학자행 특급 열차"

    유쾌한 방랑자 에릭 와이너가 이번에 향하는 곳은 위대한 철학자들이다. 소크라테스부터 보부아르까지, 그는 삶의 지혜를 습득할 목적으로 여행을 떠난다. 진득하고 진한 철학의 정수를 기대하는 독자는 열차 탑승을 다시 고려해보시길. 이 책은 경쾌하고 산뜻한 여행자에게 어울린다.

    에릭 와이너는 총 열네 명의 철학자에게서 배울 점을 하나씩 집어 그 주변을 나풀나풀 걷는다.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을 곱씹으며 질문을 살아내는 법에 대해 말하고, 늙음을 사유하는 보부아르를 통해 잘 늙는 방법을 고민하는 식이다. 여유롭게 이어지는 수다를 읽다 보면 마음에 콕콕 와 박히는 문장들이 남는다. 소문난 그의 유머는 여행을 한층 즐겁게 만든다. 해 저물녘, 맥주 한 캔을 손에 들고 등을 살짝 뒤로 젖힌 자세로 지혜롭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읽기에 딱 좋을 책이다.

  • 경성의 아파트
    박철수, 권이철, 오오세 루미코, 황세원 (지은이) | 집(도서출판) | 2021년 4월 "욕망하는, 명랑한, 풍기문란한 아파트"

    장면 1. 알라딘 본사가 위치한 서울시 충정로 인근에는 오래된 아파트가 있다. 대로변에 외따로 선 아파트 정문 앞엔 '촬영 금지' 팻말이 붙어있다. 화가 김환기가 살기도 했다는 '한반도 최초의 아파트' 충정아파트. 1930년대에는 건축주의 이름을 따 '도요타아파트'라고 불렸다. (168쪽)
    장면 2. 영화 <화양연화>의 한 장면. 1960년대 홍콩의 좁은 아파트에서 홀로 있는 시간이 많은 아내들은 방에 모여 마작을 한다.

    대단지, 아름다운 정원, 쾌적한 커뮤니티 시설로 무장한, 우리가 간절히 욕망하는 21세기의 아파트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1930년대 경성의 아파트는 어떤 곳이었으며, 그곳엔 누가 살았을까. '명랑 시대'에 걸맞지 않은 '풍기문란'의 대명사로 지탄을 받던, 여관 혹은 호텔과 유사하게 기능하던, 아파트. 전화번호부부터 대경성사진첩과 지도 등, 충실한 자료를 바탕으로 경성의 아파트와 그곳의 삶의 이야기를 복원한다.

    <박철수의 거주박물지> 등의 작품으로 거주문화사를 연구해온 저자 박철수와 연구자 권이철, 황세원, 자유기고가 오오세 루미코가 경성의 아파트 생활을 다방면에서 살폈다. 아파트 공간을 사용해 영업하던 당구장에서 근무하며 '낮은 임금의 장기간 감정노동'(335쪽)을 감당했을 당구장 여성 노동자 '빌리어드 걸'의 삶은 2021년 서울의 독립 생계 여성 노동자의 삶과 그리 멀지 않을듯하다. 건축 전문 출판사 '집'의 멋이 느껴지는 한 권의 책으로 한 시대의 삶을 톺아본다.

5.72021
  • 우리 인간의 아주 깊은 역사
    조지프 르두 (지은이), 박선진 (옮긴이) | 바다출판사 | 2021년 4월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40억 년의 역사가 필요하다"

    우리 뇌는 어떻게 지금의 인간 존재를 만들어냈는가? 신경과학자 조지프 르두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40억 년의 시간을 살핀다. 이 장구한 인간 이해의 여정, 그 시작은 단세포 미생물에서부터다. 생명의 기원에서부터 살펴 내려오는 역사 속에서 그는 인간의 위치를 명확히 한다.

    그는 우리의 원시적 생존 활동이 원시 단세포 유기체로부터 어떻게 이어져왔는지 수많은 단계를 거쳐 추적하고, 마침내 인간의 뇌를 설명하는 단계에 이르러서는 뇌에 대한 여러 이론들의 오류를 짚어내며 인간 뇌의 고유한 기능을 설명한다.

    40억 년이라는 시간에 겁 먹어 물러나지 않도록 책은 가독성 높은 구성을 갖추었다. 66개나 되는 장은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가진다. 저자는 원하는 주제의 장만 골라 읽어도 된다고 안내하지만, 처음부터 순차적으로 읽어나가는 것이 역시 인간 종에 대한 거시적 이해에 도움된다. 이 책에 대해 그는 "우리 각자의 과거와 미래뿐 아니라 더 나아가 우리 종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해보게 될 것"이라 단언했다.

  • 꿀벌 아피스의 놀라운 35일
    캔디스 플레밍 (지은이), 에릭 로만 (그림), 이지유 (옮긴이), 최재천 (감수) | 책읽는곰 | 2021년 4월 "아피스 멜리페라, 꿀벌의 삶처럼 경이로운 책!"

    꿀벌, 그중에서도 일벌의 생애는 총 56일. 알, 애벌레, 번데기를 거친 후 어른 벌로 35일을 산다. 번데기에서 갓 태어난 꿀벌은 바로 날지 않는다. 먼저 여왕벌을 돌보고, 애벌레를 보살피고, 집을 짓고, 벌꿀을 만들고, 또 집을 지킨다. 그리고 25일째, 드디어 창공을 향해 날아오르는 아피스! 일벌은 남은 열흘 정도의 생에서도 열심이다. 8백 킬로미터를 날며 3천 송이가 넘는 꽃에 들러 꽃가루를 나르고 꽃꿀을 모은다.

    <꿀벌 아피스의 놀라운 35일>은 이렇게 짧지만 강렬한 아피스 멜리페라, 즉 꿀벌의 한살이를 시간의 흐름과 역할의 변화를 따라가며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게 보여준다. 캔디스 플레밍은 일벌의 일생을 시처럼 아름답고 백과사전처럼 정확한 문장으로 표현하고, 칼데콧 수상작 <이상한 자연사 박물관>의 에릭 로만이 꿀벌의 생애를 사진보다 더 세밀하고 생생하게 그려낸다. ‘아름다운 글과 놀랍도록 섬세한 그림이 결합된 최고의 논픽션 - 스쿨라이브러리저널’, '꿀벌의 삶처럼 경이로운 책 - 커커스리뷰' 등의 찬사를 받으며 유수의 논픽션 그림책 상을 받았다.

  • 부서진 여름
    이정명 (지은이) | 은행나무 | 2021년 5월 "아내가 사라졌다, 삶이 부서진다"

    화가인 한조는 '성공의 절정'을 맛보고 있다. 그의 그림은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고, 헌신적인 아내는 언제나 그를 위해 일한다. 아름다운 주택에서 정원 파티를 하며 한조는 말한다 "완벽한 하루야." 뒤이어 그는 자신의 오류를 깨닫는다. '완벽한 순간은 결코 알아챌 수 없고 알아차리는 순간 사라진다는 것'. (12쪽) 그의 충실한 아내는 아직 출간되지 않은 소설 한 편을 남긴 채 사라졌다. 열여덟 살 여고생과 마흔 줄에 접어든 유명 화가의 사적인 관계를 그린 소설. 한조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소설의 주인공을 한조로 의심할 만한 빌미가 소설 속에 너무도 많다. 이 소설이 출간되면 한조는 자신의 완벽함을 잃고 말 것이다. 한조는 삶을, 아내를 찾아야 한다.

    <바람의 화원>, <뿌리 깊은 나무> 이정명이 여름 밤에 어울리는 서늘한 소설로 독자를 찾았다. 사라진 아내의 소설을 따라 이야기는 25년 전 여름으로 간다. 아름다운 하워드 주택에 살던 소녀 지수가 죽는 사건이 벌어진 밤. 주택 관리인이던 아버지를 둔 한조의 가족은 각자의 알리바이를 갖고 있다. '삶이 완벽하다고 생각했을 때는 결코 보이지 않던 결함과 오점들'(72쪽)이 드러나는 순간, 의문이 꼬리를 문다. 소녀는 살해당했을까, 소녀를 살해한 자는 누구인가, 악인은 누구인가, 우리는 한조를, 한조의 아내를 믿을 수 있을까. 계속되는 질문과 함께 이정명이라는 재능있는 '페이지 터너'의 진면모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 완벽한 삶이란 무엇이고, 삶을 이루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림으로 그린 것처럼 선명한 소설이 유유히 흐른다.

  • 당신의 가격은 틀렸습니다
    김유진 (지은이) | 도서담 | 2021년 5월 "가격으로 윈윈하라!"

    토익 문제집, 주식투자 입문서, 회사 근처 설렁탕집, 동네 카페 혹은 미용실, 아니면 스트리밍 서비스의 정기구독료까지, 뭐가 되었든 A라는 시장의 절대 강자가 존재하고 그 파이를 나눠 가지려는 B라는 후발주자가 있을 때, B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많지 않다. 그 중 가장 흔한 것이 최저가 전략이다.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 받고 싶지만 경쟁에서 뒤처질까 두려워 어쩔 수 없이 고르게 되는 선택지다. 그러나 사람들이 가격 메리트만으로 A를 이용했던 건 아닐 것이다. 결국 B는 확실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음을 가격으로 드러낸 셈이다.

    그런 B들에게 저자는 "당신의 가격은 틀렸습니다."라고 일침을 가한다. 가치에 격을 더한 상품 경쟁력을 갖출 것을 주문하는데, 요컨대 비싸도 사야 할 이유를 만들라는 것이다.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가격을 스스로 결정하려면, 간절히 가지고 싶게 소유욕을 자극하고, 이전의 수준을 넘어서는 격이 다른 제품과 서비스여야만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가성비'의 함정에서 벗어날 것도 주문하는데 가성비는 '싼 것 치고는' 좋다는 한계를 그어 버리기 때문이다. 상품성을 높여 당당하게 가격을 매기자. 옳고 그름은 고객들이 평가해 줄 것이다.

5.112021
  •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김금희 (지은이) | 창비 | 2021년 5월 "우리가 사랑한 그 해의 여름"

    우리가 사랑하는 김금희의 소설, <너무 한낮의 연애>는 5월 말, <경애의 마음>은 6월 중순에 독자를 찾았다. 김금희라는 소설가가 독자를 찾은 계절과 함께, 이 소설들을 생각하면서 '여름'을 떠올리는 건 과한 해석은 아닐 듯하다. 사십대에 쓴 소설을 엮으며 소설가 김금희도 작가의 말에 이렇게 말한다. "내가 서 있는 지금은 8월의 끝자락쯤 될까 (...) 이제 나는 적어도 어떤 봄과 여름에 대해서는 말할 준비가 충분히 된 것 같다."

    김금희의 독자인 우리도 이제 여름에 대해 읽을 준비가 되었다. 여름이 지나간 자리에서 어떤 사람들은 그 여름의 공기를 기억한다. 나와 기오성과 강선이 함께하며 노교수의 종택에서 족보를 정리하던 그해 여름의 새벽 밤 공기 같은 것.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정치논객으로 활동하다 소식이 끊긴 기오성과 엄마의 암투병을 겪으며 연구와 강의를 하는 나의 길은 이제 너무나 멀어져버려 다시 교차하지 않을 수 있으나, 사랑이 발생했을지도 모를 그 순간의 기억은, '연속적으로 환기되는 오래전 여름들'(174쪽)만큼은 여전히 그곳에 머물러 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을까. 어디에서 발생해 어디로 흘러갈까. '페퍼로니'라는 말을 소리내어 발음해 본다. 입술이 두 번 부딪치며 발생하는 이 재미있는 말의 어감과 함께 우리는 아득한 곳에 머무르고 있는 기억을 더듬는다. 재수생인 나와 의대생 장의사의 한 철, 라페스타와 일본식 우동집으로 기억되는 <우리가 가능했던 여름>부터 명문대에 입학해 집안에 파란을 일으켰던 이종사촌 <초아>를 만난 후 그의 다른 결을 접하고 '만월의 여름밤을 달려 여전히 상경중'(305쪽)인 그 고속도로까지 이어지는 여름의 기억. 나의 무른 마음을 질책하고 '나쁜 상태를 이기기 위해서는 더 견고해져야만'(14쪽) 한다고 생각했던 그해 여름의 우리를 이 소설과 함께 이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 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카를로 로벨리 (지은이), 김보희 (옮긴이),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21년 5월 "시간과 공간이 없는 세계"

    카를로 로벨리의 네 번째 책. 이번 책은 '양자중력'의 이야기를 다룬다. 지레 겁먹지 않아도 된다. 이론이나 수식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그는 양자중력을 단순한 언어로 간명하게 설명하며, 양자중력이라는 도전의 길 위에서 그가 만난 수많은 보석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20세기 과학혁명의 두 축은 양자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이다. 두 이론 모두 실험을 통해 확인되었지만, 이 두 이론의 세계관은 양립 불가능하다. 카를로 로벨리는 이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 방법을 찾아 떠난 불나방이었다. 이 책은 그가 평생의 업으로 삼은 이 문제를 해결해온 과정, 그리고 그의 이론에 대한 이야기다. 그가 양자중력 이론을 통해 발견한 것은 우주엔 시간도 공간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시공간이 없다고? 놀라움과 더불어 덮쳐오는 것은 인간의 인식에 대한 여러 의문들이다. 그 질문과 대답들에 대한 물리학의 설명을 카를로 로벨리의 정확한 문장들로 확인해보시기 바란다.

  • 내 마음 ㅅㅅㅎ
    김지영 (지은이) | 사계절 | 2021년 5월 "제1회 사계절그림책상 대상 수상작"

    지난 20여년 간 국내외의 좋은 그림책을 발굴하고 펴내온 사계절출판사에서, 그림책 창작자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사계절그림책상을 만들었다. 심사위원 서현, 송미경, 이지은 작가는 “작품의 완성도가 높고,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으며 그림책을 풍성하게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라 평하며 김지영 작가의 <내 마음 ㅅㅅㅎ>을 대상작으로 선정하였다.

    <내 마음 ㅅㅅㅎ>은 자라면서 여러 가지 감정을 경험하기 시작하는 아이의 평범한 일상을 따라간다. 갑자기 좋아하던 아이스크림과 장난감이 '시시해'지고, 내 마음을 몰라주면 '속상하'고, 혼자 있으면 '심심하'지만 다 함께 놀고 나면 오히려 '생생하'다! 김지영 작가는 사소한 일에도 변하는 아이의 마음과, 그 소중한 성장을 산뜻한 그림과 글자로 유쾌하게 표현해낸다.

  •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
    스테프 차 (지은이), 이나경 (옮긴이) | 황금가지 | 2021년 4월 "증오로 파괴된 아메리칸 드림"

    1991년, LA에서 한인 상점 주인이 주스를 사려던 10대 흑인 소녀를 강도로 오인해 권총 살해했다. 배심원은 한인 주인에게 유죄 평결을 내렸지만 백인 판사는 집행유예와 사회봉사 명령을 내렸다. 상점 주인의 이름을 따서 '두순자 사건'이라 불린 이 사건과 재판 결과는 흑인들의 공분을 샀고, 이듬해 흑인들이 LA의 한인 상점들에 불을 지르고 동양인을 무차별 폭행한 ‘LA 폭동’의 빌미가 되었다.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는 이 실화를 모티브로 쓰여졌다. 이야기는 2019년과 1991년을, 한인과 흑인 당사자 가족의 시점을 넘나들며 펼쳐진다. 한때 갱단에서 활동했지만 지금은 이삿짐센터에서 일하며 가족을 돌보는 흑인 남성 숀 매슈스. 그리고 약사로 일하며 언니 대신 부모님과 함께 사는 한인 여성 그레이스 박. 어떤 공통점도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의 삶은 28년 전의 총격 사건으로 접점을 가진다. 그러나 28년 후 또다른 한인 상점에서 울린 총성으로 인해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는 모호해진다.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LA에 도착한 사람들이 맞닥뜨려야 했던 비극, 그 증오와 폭력의 뿌리를 파헤치는 소설.

5.142021
  • 생의 실루엣
    미야모토 테루 (지은이), 이지수 (옮긴이) | 봄날의책 | 2021년 5월 "미야모토 테루가 10년 동안 연재해온 '생의 모습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환상의 빛]을 통해 받은 감동이 미야모토 테루의 동명의 원작 단편집으로 이끌었다. 영상은 영상대로, 활자는 활자대로 각각의 빛을 발하며 깊고 긴 여운을 남겨주었다. 옅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강렬하게 남은 그 기억의 흔적이 이번 책 <생의 실루엣>을 망설임 없이 집어 들게 만들었다.

    미야모토 테루는 비를 피해 우연히 들어간 서점에서 본 문예지가 너무 재미없어서 '나라면 이 글보다 백배는 더 재밌는 소설을 하룻밤 만에 쓸 수 있겠다' 생각하며 그 순간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일화로 알려진 작가다. 소설가가 된 독특한 계기처럼, 이 에세이집이 나오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흥미롭다. 교토의 요릿집 '고다이지 와쿠덴' 주인장의 강한 권유로 그곳에서 발간하는 에세이 잡지 ≪소유≫에 에세이를 연재하게 되었다. 작가는 기껏 오래가봤자 3호까지 내고 폐간될 것을 예측했으나 잡지는 무려 10년 동안 이어졌다. 그렇게 모아진 테루의 에세이를 한 권으로 엮은 것이다.

    이 책에 특별한 사건이나 인물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아버지와 어머니, 실크로드 여행 중 만난 어린 남매, 타클라마칸사막을 향해 걸어가던 청년, 결핵 병동에서 알게 된 과묵한 노인, 동네 두부 가게의 양자가 된 아이, 경마회에서 연을 맺게 된 인물들. 평범한 일상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기억하여 유려한 문장으로 한 편 한 편의 에세이를 완성해냈다. 서정적인 그의 소설과 같은 느낌을 간직한 채, 담백한 문체로 잔잔하게 흘러가는 모든 글들이 마음을 몹시 흔든다.

  • 마음 감옥에서 탈출했습니다
    에디트 에바 에거 (지은이), 안진희 (옮긴이)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4월 "나는 에거 박사의 이야기를 읽고 영원히 변화되었다."

    홀로코스트 때 인간이 인간에게 어떤 짓들을 저질렀는지는 안다. 인간 종이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기록이 이미 많다. 아우슈비츠의 생존자인 에거 박사가 당한 일도 여전히 고통스럽지만 더 이상 놀라운 일은 아닌 것이다. 이 책의 가치는 악을 지적하는 데에 있지 않다. 이 책의 경이로운 지점은 모두, 그가 지옥과도 같은 삶에서 어떤 마음으로 존엄한 선택을 해냈는 지로부터 나온다.

    10대 중후반의 어린 나이에 수용소에 수감된 에거는 죽음과 삶을 가르는 매 순간마다, 목숨과 존엄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할 때마다, 믿기 힘들 정도로 강인한 우아함을 보인다. 선택의 순간이 아닐 때조차 그는 품위 있는 선택지를 만들어낸다. 주변의 영혼들이 점멸해갈 때 안간힘으로 인간다움을 지켜낸 그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인간임을 되뇐다. 그 되뇜은 에거의 삶을 관통하고, 그가 심리치료사가 된 이후 내담자들에게까지도 희망이 된다.

    존엄과 용기, 강인함과 우아함과 같은 단어의 구체적인 모습을 이 책은 보여준다. 오프라 윈프리는 "나는 에거 박사의 이야기를 읽고 영원히 변화되었다"고 썼다. 진실한 감정은 고정되어 있던 세계관에 작은 지진을 만들어낸다. 그런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책은 흔치 않다.

  • 뉴 맵
    대니얼 예긴 (지은이), 우진하 (옮긴이) | 리더스북 | 2021년 5월 "탈석유를 향한 멀고도 험한 길"

    분명 석유 때문에 발발했을 걸프전이 끝나고 1년 후인 1992년, 하버드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에너지 연구 회사를 설립한 대니얼 예긴은 1859년 첫 석유 시추의 현장에서부터 걸프전까지의 현대사를 석유의 렌즈로 바라본 역작 <황금의 샘>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그렇게 석유가 현대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에 동의했던 우리는 이내 석유 시대의 종말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우리는 전기차 열풍 등에 힘입어 또다시 석유 시대의 종말을 이야기하고 있다. 세계 에너지 자원의 60퍼센트를 차지하고 5조 달러 규모에 이르는 석유 산업은 과연 새로운 에너지에 왕좌를 넘길 것인가? 그렇다면 그 시점은 언제인가? 이에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답하는 예긴의 예견은 석유의 입장에서라면 반길 만한 일이다.

    물론 예긴은 '새로운 지도'의 출현을 촉구한다. 기후, 환경의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지정학적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재생가능 에너지의 선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 전환에는 막대한 비용, 갈등과 충돌, 책임의 주체 문제 등 만만치 않은 장애물들이 존재한다. 또 현재 승용차가 석유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퍼센트 정도인데 모두 전기차로 바뀐다 해도 여전히 화물차, 선박, 항공기 등의 수요는 넘쳐난다. 실제 석유 소비는 2050년까지 가서야 정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러한 전환의 과도기에서 정책 입안자, 기업 경영자, 혹은 정유주를 팔아 전기차 관련주를 담았거나 아이들 계좌로 장기 투자에 나선 투자자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 무분별한 장밋빛 전망을 경계하는 예긴의 날카로운 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 마안갑의 살인
    이마무라 마사히로 (지은이), 김은모 (옮긴이) | 엘릭시르 | 2021년 5월 "예언이 지배하는 밀실, 오컬트와 논리의 대결!"

    추리소설 마니아들이 모인 대학 동아리 '미스터리 애호회'는 함께 소설 속 트릭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거나 사건 현장을 답사하는 활동을 한다. 지난 여름 합숙 이후, 이들의 관심사는 제2차세계대전 당시 인간을 대상으로 해서는 안 될 연구를 진행한 '마다라메 기관'에 쏠려 있다. 우연히 오컬트 잡지에서 '마안갑'이라는 건물에 관한 기사를 발견한 회원들은 그곳에 마다라메 기관의 비밀이 숨어 있다는 확신을 갖는다.

    그러나 마안갑으로 향한 회원들은 충격적인 상황을 맞닥뜨린다. 언제부터 건물에 살고 있었는지 모를 예언자라 불리는 노파는 "앞으로 이틀 동안 네 명이 죽는다"고 예언한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바깥세상과 유일하게 이어진 다리가 끊어지고 건물은 완전히 고립된다. 마치 예언이 이루어지기라도 하듯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아비규환 속에서 미스터리 애호회 회원들은 그동안 갈고닦은 논리를 활용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데뷔작 <시인장의 살인>으로 2018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본격 미스터리 대상 등 일본 주요 미스터리 랭킹을 휩쓴 작가 이마무라 마사히로의 신작 소설.

5.182021
  • 욕구들
    캐럴라인 냅 (지은이), 정지인 (옮긴이) | 북하우스 | 2021년 5월 "'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여성의 욕망에 관한 탁월한 기록"

    눈앞에 놓인 맛있는 음식을 일단 먹고 볼 것인가, 체중 감량을 위해 참을 것인가. '나중은 없다!' 눈 딱 감고 살 것인가, 지갑을 지킬 것인가. 우리는 늘 욕망과 절제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딸로서, 여성으로서, 여성작가로서의 삶과, 혼자 사는 삶을 군더더기 없는 감각적인 문장으로 풀어낸 최고의 에세이집 <명랑한 은둔자>의 저자 캐럴라인 냅은 <욕구들>에서 우리와 우리 세계를 둘러싼 욕망에 관해 탁월한 문장으로 면밀하게 파헤친다.

    캐럴라인 냅의 삶을 관통한 것은 '중독'이다. 섭식장애, 알코올중독으로 오랜 시간 고통받다가 끝내 극복해낸 그였기에 그 누구보다도 욕망의 세계를 보다 객관적이고 솔직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욕구들>은 내면의 허기에서 비롯된 폭풍 쇼핑이나 폭식, 육체적 쾌락의 늪에 급속도로 빠지는 현상을 예리하게 관찰하고, 문화.사회.역사적 혹은, 한 개인에 미친 가족관계의 관점에서 그 원인을 세세하게 밝혀낸다. 할 수 있는 욕구와 하면 안 되는 욕구, 그로부터 파생되는 불안, 죄책감, 자기혐오, 슬픔의 감정들, 그리고, 거식증을 겪으면서 치열하게 고군분투하여 도달한 결론까지, 캐럴라인 냅만이 쓸 수 있는 구체적이고 지적인 사유의 결과물은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명랑한 은둔자>와 함께 지금 우리가 반드시 읽어야 할 기록이다.

  • 매매의 기술
    박병창 (지은이) | 포레스트북스 | 2021년 5월 "싸게 사야 흔들리지 않는다!"

    주식 투자의 본질은 무엇인가? 한 회사의 주주가 되는 것, 혹은 미래 가치가 있는 좋은 기업을 일찌감치 발굴하여 결실을 맺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 다 맞는 말이지만 우리 마음에 확 와닿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은 어떨까? 그것은 주식의 본질은 아닐지 몰라도 모든 투자 행위의 기본이 되는 개념인 것만은 사실이다. 이제 이 말을 '나보다 더 비싸게 사줄 바보를 찾는 일'로 바꿔 보자. 혹시 내가 그 바보는 아닐까? 말인즉 주식 시장에서도 역시 바보가 되고 싶지 않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10~20년 놔두겠다고 굳게 결심했더라도, 삼성전자를 9만 원에 산 사람과 6만 원에 산 사람의 현재 마음 상태는 같을 수가 없다. 좋은 기업에 오래 묵혀 두어야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경험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이제 동가홍상(同價紅裳),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을 '같은 다홍치마라도 싸게'로 바꿔 볼 차례다. 이왕이면 좋은 주식을 사야 하는 것만큼, 그 주식을 이왕이면 싸게 사는 것도 중요하다. 이 때 필요한 것이 매매의 기술이다. 여의도 복판에서 20년 넘게 트레이더로 살아 온 저자 박병창은 시장 참여자들의 매수 매도 심리를 읽을 수 있는 다양한 체크 포인트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매매 원칙을 세울 것을 주문한다. 버핏은 "주식 시장은 인내심 없는 자의 돈이 인내심 있는 자에게 흐르는 곳"이라고 했다. 인내심은 장기 투자자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마음은 단 하루의 장중에서도 얼마나 자주 바뀌던가? 여유를 갖고 저자가 전하는 매매 포인트들을 점검하다 보면, 기회는 반드시 찾아온다. 주식 투자는 심리 게임이기 때문이다.

  • 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은이), 이은선 (옮긴이) | 다산책방 | 2021년 5월 "<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신작"

    스웨덴의 평화로운 소도시에서 잔잔한 일상을 뒤흔드는 소동이 벌어진다. 권총을 든 어설픈 강도가 은행에 침입한 것이다. 흔들리는 눈빛의 강도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권총을 잡고 6500크로나(한화 약 88만원)를 요구한다. 애석하게도 그곳은 현금 없이 운영되는 은행이었고, 당황한 강도는 횡설수설하다 경찰이 오는 소리에 근처의 아파트 오픈하우스로 줄행랑친다.

    아파트를 보러 왔다가 졸지에 인질이 되어버린 여덟 명의 사람들. 타인을 깔보면서 자신은 다른 계층에 속한다고 믿는 은행 고위 간부, 아파트를 저가에 사서 리모델링한 뒤 가격을 높여 파는 중년의 부부, 출산을 앞두고 끊임없이 싸우는 신혼부부, 겁도 많고 말도 많은 부동산 중개업자, 강도에게 물 한 잔부터 권하는 차분한 아흔 살 할머니까지. 순식간에 건물에 갇혀버린 사람들은 쓰고 있던 점잖은 어른의 가면을 벗어던지고 저마다 자신의 가장 솔직한 모습을 드러내고 만다. 기 센 인질들과 눈물 많은 은행 강도의 하루는 끝을 맺을 수 있을까. <오베라는 남자>의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유쾌하고도 따뜻한 신작.

  • [세트] 정의로운 은재 + 다이너마이트 - 전2권
    김민령, 강경수, 김선정, 오하림, 김중미, 전성현, 김태호, 진형민, 최나미, 박하익, 황선미, 박효미, 이금이 (지은이), 모예진, 이윤희 (그림) | 사계절 | 2021년 5월 "사계절아동문고 100권 기념!"

    어린이들에게 좋은 책을 전하고자 노력해 온 사계절아동문고의 100권을 기념하기 위한 두 권의 책. 강경수, 오하림, 전성현, 진형민, 최나미, 황선미, 김민령, 김선정, 김중미, 김태호, 박하익, 박효미, 이금이까지 13명의 작가가 참여한 100권 <정의로운 은재>와 101권 <다이너마이트>는 '지금, 우리 삶'에 주목해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겪었을 '삶이 변화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이야기 속 어린이들, 은재에겐 나쁜 사람을 벌주는 초능력을 가지게 되는 순간이, 동완이에겐 영주의 빨간 양말이 눈에 띈 순간이, 도훈이에겐 BTS의 '다이너마이트'를 들은 순간이 바로 삶이 변화한 지점일 것이다. 어린 시절의 추억은 어른이 되어서도 오랫동안 기억된다. 어린 시절에 읽은 책 역시 그러하다. 어떤 이는 오래전 읽은 책이나 경험으로 시간을 되씹고 어른이 되어서도 그 시간을 회상한다. 어린 시절의 경험이 중요한 이유는 "거대한 변화에 휩쓸리고, 현실에 부딪히고, 실수를 저지르더라도" 새롭게 다시 시작할 힘을 기르게 하기 때문이다. 그 힘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는 걸음이야말로 어린이들만의 독창성이자 에너지다. 그 에너지에 힘을 실어줄 책이 어느새 100권이나 되었다.

5.212021
  • 죄의 궤적 1
    오쿠다 히데오 (지은이), 송태욱 (옮긴이) | 은행나무 | 2021년 5월 "사회파 미스터리로 돌아온 오쿠다 히데오"

    도쿄 아사쿠사에서 유괴 사건이 벌어진다. 경찰은 몸값을 요구하는 범인의 목소리를 공개하며 자신 있게 수사를 펼치지만, 쏟아지는 시민들의 신고와 장난 전화에 오히려 방향을 잃는다. 실종된 아이가 돌아오지 못하는 가운데 전 국민의 관심이 사건을 향하고, 형사 오치아이는 끈질긴 수사 끝에 범인의 실체에 도달하는데…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죄의 궤적>은 실제 일본 열도를 뒤흔든 1963년 '요시노부 유괴사건'을 소재로 하여, '죄'와 '인간'은 구분될 수 있는 것인지 묻는다. 가정에 전화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새로 생겨난 범죄의 형태인 '유괴'. 소설은 유괴라는 하나의 범죄를 관통하는 사건들과 인물들을 해부하여 1960년대 일본 사회를 조망한다. 단문으로 빠르게 내달리는 생생한 문장들은 우리를 다른 시대의 홋카이도의 바닷가로, 도쿄 한복판으로 단숨에 데려간다. 7년 만에 만나는 오쿠다 히데오의 묵직한 장편 소설.

  • 멋있으면 다 언니
    황선우 (지은이) | 이봄 | 2021년 5월 "황선우가 만난 '멋언니' 9인의 이야기"

    잡지를 만들고 인터뷰하는 일을 20년 동안 해온 황선우가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며 고유한 성취를 이루어낸 여성 9인을 만났다. PD 김유라, 영화감독 김보라, 작가 이슬아, 국회의원 장혜영, 피아니스트 손열음, 바리스타 전주연, 작가 자야, PD 재재,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직업과 나이, 삶과 일의 태도 등 모든 것이 다른 9인은 저마다의 인생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주었다. 책은, 아홉 가지의 목소리로 채워진 여성들의 세계와 이야기를 황선우의 단정한 문장으로 담고 있다.

    고유한 성취를 이루어낸 9인에게 불안하고 실패했던 시간도 있었다. 시행착오를 겪은 후 보다 단단해진 세계를 구축해낸 그들의 속마음을 이 책에서 만나게 된다. 인터뷰어 황선우는 9인의 경험과 그들이 걸어온 과정을 '현실적인 참조점'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타고난 재능과 성공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좋아하는 마음에 기대어 나아가는 용기,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는 마음,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노력에 관해 명료한 목소리를 낸다. 앞으로도 더 많은 경험과 시간을 쌓아갈 그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며 우리 각자의 삶은 어떤 이야기로, 어떻게 채워나갈지 생각해볼 기회를 갖는다.

  • 모두의 눈 속에 내가 있어요
    장윤정 (지은이), 원유미 (그림) | 호우야 | 2021년 5월 "엄마 장윤정이 그리는 투꼼 남매 생활 동화"

    '속눈썹이 긴 우리 엄마 눈 속에 내가 반-짝'
    '모두가 나를 사랑해서 눈 속에 나를 담아 두었나 봐요.'
    엄마의, 아빠의, 친구의, 나의 눈동자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엄마가, 아빠가, 친구가, 내가 나를 사랑해서, 보고 싶을 때 찾아보려고 눈에 담아 둔 것이라고 한다. 모두의 눈을 벌려 보면서 자신을 발견하고 행복해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가수이자 엄마 장윤정이 방송을 통해 인기를 얻고 있는 연우, 하영 남매 이야기를 그림 동화로 펴낸다. 시리즈로 출간될 투꼼 남매 생활 동화 첫 번째 이야기는 <모두의 눈 속에 내가 있어요>. 아이들과의 에피소드를 놓치지 않고 살펴두었다가 이야기로 풀어내고, 평소 대화를 그대로 사용하여 친근함을 더한다. '모두가 나를 사랑해. 나를 너무 사랑하는 것 같아!' 책을 읽는 이들의 눈 속에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사랑받는 자신의 모습이 가득 차오른다.

  • 냄새의 심리학
    베티나 파우제 (지은이), 이은미 (옮긴이) | 북라이프 | 2021년 5월 "우리는 우리가 풍기는 냄새, 그 자체다"

    배우 정유미는 해외여행을 가면, 여행지에 도착한 첫날 구매한 향수를 여행 내내 뿌린다고 한다. 여행을 기억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데에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우연히 마주친 냄새에 과거 어느 한때의 기억과 감정이 소환되는 경험은 우리 모두에게 종종 있기 때문이다. 혹시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으신지? 놀랍게도 냄새와 정서는 뇌의 동일한 영역에서 처리된다고 한다. 인간의 후각적 의사소통 연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저자는 "모든 냄새는 정서적"이라고 말한다.

    시각 우위의 전통 속에서 후각은 늘 폄하되어 왔다. 사람이나 사물을 앞에 두고 킁킁거리는 것은 어쩐지 문명인으로서의 예의는 아니라고 여겨진다. 저자는 후각에 대한 뿌리 깊은 무시에 반기를 든다. 그는 우리가 후각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사회적 의사소통을 한다는 수많은 증거를 들이민다. 우리 코는 우리의 생각보다 더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얼만큼? 책에 따르면 우리는 두려움의 냄새마저 맡을 수 있다. 은유적 표현이 아닌, 말 그대로. 시험장이나 병원에 감돌던 오싹한 기운은 사람들이 내뿜는 두려움의 냄새였을 수도 있다. 이 놀라운 사실을 구체적인 실험 결과들이 뒷받침한다.

    시각 VS 후각. 고를 필요는 없지만 굳이 질문해보자면 아마도 대부분은 주저 없이 시각을 고를 텐데, 이 책 읽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지 모른다.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영역, 이를테면 인간관계나 사랑과 두려움 따위의 감정 등에 후각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직 후각의 신비에 대해서라면 미답의 영역이 드넓다는 사실이다. 감각에 대한 흥미를 일깨우는 책이다.

5.252021
  • 우리말 어감 사전
    안상순 (지은이) | 유유 | 2021년 5월 "감에서 앎으로! 사전 장인의 관점 있는 사전"

    나는 '발달'과 '발전'이 자주 헷갈린다. 조잘조잘 말하다가 이 두 단어를 사용하는 지점에서 갑자기 뚝 멈춰버리며
    "..발ㄷ...전..해서..."라고 해버려서 의아한 눈길을 받기 일쑤다. 아마도 머릿속에서 두 단어가 정확한 자리를 잡아 안착하지 못하고 둥실둥실 떠다니며 합쳐졌다가 떨어졌다가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책에 마침 '발달과 발전' 장이 있길래 그쪽부터 바로 펴봤다. "발달은 완성도 있는 수준에 도달한 것을 뜻하는 데 비해 발전은 완성도와 상관없이 이전의 상태보다 진일보한 것을 뜻한다." 기준의 유무가 차이점이라니, 확실히 모르는 개념이었다.

    이 책은 30년이 넘도록 사전을 만들어온 사전 장인이, 유의어 간 의미 차이를 알려주는 사전이다. 구별과 구분, 모습과 모양, 운명과 숙명 등, "아, 그건 다른 단어지~"까지는 말했으나 뭐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려니 목이 막혀 입만 벙긋벙긋하게 되는 단어들이 기가 막히게 줄을 서서 나온다. "암묵적 지식"을 납득 가능하도록 설명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지만 사전 편찬 30년 경력의 내공은 문장마다 빛난다. 슥슥 넘겨 읽으며 명료한 풀이를 보는 동안 감이 앎으로 변한다. "관점 있는 사전"의 가치를 증명하는 책이다.

  • 기타기타 사건부
    미야베 미유키 (지은이), 이규원 (옮긴이) | 북스피어 | 2021년 5월 "에도 시대, 기이한 수수께끼를 푸는 문고상"

    미야베 미유키가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새로운 연작소설로 돌아왔다. 주인공 기타이치는 문고 행상으로, 문고가 가득 쌓인 멜대를 메고 거리와 운하를 누빈다. '문고'는 서책이나 소품 등을 넣는 종이 상자를 의미하는데, 가문의 문장이나 계절의 풍취와 어우러지는 화려한 무늬를 그려넣은 '붉은 술 문고'는 그 아름다움으로 정평이 나 있다.

    저잣거리를 오가며 문고를 팔다 보니 동네의 각종 소문과 사건을 빠르게 전해 듣게 되는 기타이치. 조상의 한이 서린 가면의 저주부터, 습자소에 간 아이의 행방불명, 한밤중의 납치 사건과 20년 전 세상을 떠난 부인이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환생했다며 전남편을 찾아온 사건까지. 온갖 괴담과 기이한 수수께끼에 휘말리는 기타이치는 소동의 진상을 파헤치고 어엿한 문고상으로 대를 이을 수 있을까. ‘미시마야 시리즈’와 함께 작가가 필생의 과업으로 이어가고 싶다고 피력한 '기타기타 시리즈'의 시작.

  • 소원을 들어 드립니다, 달떡연구소
    이현아 (지은이), 오승민 (그림) | 보리 | 2021년 5월 "달이 소원을 들어준다면 어떤 소원을 빌고 싶나요?"

    휘영청 보름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어본다. "우리 가족이 건강하게 해주세요.", "싸운 친구와 화해하게 해주세요.".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화를 내 본 적은 없지만 전래동화 속 달에 산다는 토끼들을 한 번씩 생각해보긴 한다. 토끼가 진짜 있긴 한 걸까?

    제1회 보리 '개똥이네 놀이터' 창작동화 공모전 당선작인 <소원을 들어 드립니다, 달떡연구소>는 익숙한 전래동화를 신선하게 비틀었다. 달나라에는 진짜 토끼가 살고 있다. 그것도 상상도 못 한 첨단도시에서 순수한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고자 개발을 거듭한 달떡을 생산하고 있다. 달떡을 먹은 아이들은 소원을 이루고 그 보답으로 옥토끼들의 달에는 없는 물을 가져갈 수 있다.

    친구도 없고 부모님과도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주인공 나래는 어느 날 자신을 찾아온 옥토끼 토린과 아리에게 친구가 되어주길 부탁한다. 자기밖에 모르는 토린은 매몰차게 그 부탁을 거절하지만 어째서인지 어린 인간이 눈에 밟힌다.

    진짜 우정은 상대방이 어떤 존재이든간에 같은 시간을 보내 추억을 공유하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존재이다. 토린과 아리 그리고 나래는 서로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주었다. 아마도 좋은 친구를 사귀는 것, 나래의 간절한 소원이었을지도 모른다.

  • 돌봄 선언
    더 케어 컬렉티브 (지은이), 정소영 (옮긴이) | 니케북스 | 2021년 5월 "주디스 버틀러 추천! 돌봄이 삶의 중심에 놓인다면?"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는 독립적 개인'이 환상이라는 것을 이제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독립적 개인을 이상적으로 그릴 때, 그 개인을 떠받치고 있는 돌봄 노동자들은 사각지대로 밀려난다. 가정 내 여성이 짊어지고 있던 돌봄의 역할은 외주화되고 나서도 열등한 노동으로 분류되고 있다. 또 독립적 개인을 이상적으로 그릴 때, 돌봄이 필수적인 취약계층은 무언가 결여된 인간이라는 낙인이 찍히거나 방치된다. 신체장애인이 방 안에만 갇혀있는 일, 지원이 필요한 빈곤층 아동들이 가난을 증명해 밥을 얻어먹는 일이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여진다. 이 책은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는 인간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꼬집으며, 돌봄의 개념을 확장하여 실천하길 제안한다.

    이 책이 말하는 돌봄의 실천은 그간 가족 단위로 인식 되어온 돌봄과 다른 형태다. 공동체의 단위, 국가의 단위, 전 지구적 단위로 서로가 서로를 차별 없이 돌보는 것을 뜻한다. 돌봄의 개념이 삶의 중심에 놓일 때 그간 그 역할을 떠맡기듯 안아 온 이들의 희생은 덜어지고 사회 전체가 돌봄의 보람과 짐을 함께 나누게 될 것이다. 이는 페미니즘, 퀴어, 반인종차별주의, 생태사회주의를 아우르는 실천적 대안이 될 수 있다. 돌봄이라는 주제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조명되는 코로나 시국, '독립적 개인상'에 의심을 품는 이들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주는 책이다. 주디스 버틀러가 "돌봄이 전 지구적 관행과 제도들을 바꾸고 우리의 세상을 변모시키는 데 있어서 얼마나 강력할 수 있는지 또 그래야만 하는지를 보여"준다는 말로 추천했다.

5.282021
  • [세트] 문명 1~2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은이), 전미연 (옮긴이) | 열린책들 | 2021년 5월 "베르나르 베르베르, 인류 문명의 끝에서"

    신종 페스트의 창궐로 수십억 명이 사망하고 테러와 내전으로 폐허가 된 세계. 멸망을 앞둔 인류 문명의 끝자락에서 <고양이>의 주인공이었던 고양이 바스테트가 모험을 시작한다.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쥐 떼의 포위망을 뚫기 위해 작전을 짜는 고양이들. 이들의 목표는 다른 동물들과 힘을 합쳐 새로운 문명을 건설하는 것이다.

    "잔인함이란 곧 인간적인 것"이며 "모든 인간은 그들이 저지른 악행에 대한 벌로 세상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동믈들과, 그동안 인류가 축적한 지식을 공유하고 인간과 협동해야 한다고 믿는 동물들. 바스테트는 다른 동물종의 소통과 협력을 이끌어 내고 "어리석은 인간들 방식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생명이 공존하고 연대하는 문명"을 세울 수 있을까. 인류 문명의 끝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 표 상상력의 향연이 펼쳐진다.

  • [세트] 경제학 비판을 위하여 1~2 - 전2권
    카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지은이), 강신준, 김호균 (옮긴이) | 길(도서출판) | 2021년 5월 "MEGA 한국판 드디어 출간!"

    알라딘 북펀드로 뜨거운 응원을 받았던 <경제학 비판을 위하여 1861~63년 초고>가 출간되었다. MEGA의 한국어판 1,2권으로, 마르크스와 엥겔스 사상의 원전을 완벽하게 재현해내는 시리즈의 웅장한 시작이다. 그간 마르크스-엥겔스의 저작들은 여러 정치적 이유로 선별적으로만 발간되어 왔고, 때문에 해석이 불완전할 수밖에 없었다. MEGA의 출간으로 이제 한국에서도 그들의 온전한 원전 텍스트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두 책은 마르크스가 1861~63년에 집필한 ‘경제학 비판을 위하여’(1861~63년 초고)의 6개 분책 가운데 제1분책과 제2분책이다.

  • 왜 리더인가
    이나모리 가즈오 (지은이), 김윤경 (옮긴이) | 다산북스 | 2021년 5월 "90세 노대가의 인생 조언"

    1932년에 태어나 우리 나이로 90세를 맞은 이나모리 가즈오는 국적을 떠나 전 세계 기업인들이 존경하는 인물로 손꼽힌다. 그가 교토 세라믹 '교세라'를 창업한 것이 1959년이니 경영 일선에서 보낸 시간만 60년이 넘는 기업 경영의 산증인이다. 영원한 현역임은 물론이다. 파산 직전의 일본항공(JAL)을 2년 만에 재상장시키며 '노장은 죽지 않는다'는 말을 증명해냈을 때 그의 나이는 여든이었다. 이 책은 그가 경영자로서 살아온 지난 60년을 반추하며 펴낸 최신작으로, '나는 어떤 리더인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단어는 원서의 제목이기도 한 '마음(心)'이다.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들어낸다'는 불교의 가르침으로 시작하여 '마음이 무너지지 않으면 그 무엇도 무너지지 않는다'는 깨달음으로 끝맺는 이 책에서 그가 전하는 것은 꿈은 이루어진다 류의 맹목적 믿음이 아닌, 성공하겠다는 결의와 포기하지 않겠다는 뚝심, 과정을 견뎌 내는 인내의 마음들이 우리를 의미 있는 삶으로 이끈다는 뜻일 테다. "성공을 의심하는 이에게 성공이 찾아올 리는 없다." 오래도록 우려낸 그의 진심이 마음 깊이 다가온다.

  • 술과 바닐라
    정한아 (지은이) | 문학동네 | 2021년 5월 "나 자신이 되는 기분, 그것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정한아는 자신이 아는 것에 대해 쓰는 작가다. 그의 소설은 그의 삶과 함께 주행했다.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달의 바다>의 따뜻한 세계에서 긴 시간이 흐르고, 이제 사십대 작가가 된 그는 두 아이를 기르며 소설을 쓴다. 전염병은 아이들과 엄마를 집 안에 고립시켰고, 소설가는 "내가 계속할 수 있을까, 소설을 쓸 수 있을까."(248쪽, 소설가 염승숙의 인터뷰 중) 생각하며 양육자로서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보냈을 것이다. 어떤 여성은 결혼을, 비혼을, 출산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 선택 이후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자신 되기'를 멈추지 않는다.

    <술과 바닐라>속 드라마 작가는 자신이 엄마, 양육자인 걸 알면서도 도무지 글쓰기를, 자기 자신을 놓지 못하는 여성이다. 그의 남편은 그에게 "아이를 맡길 사람을 구하든지, 일을 그만둬야 한다고, 대체 이게 무슨 욕심(이 단어는 이탤릭체로 표기된다)이냐고"(47쪽) 말한다. 그는 일을 하기 위해 사람을 구한다. 자신 대신 아이를 대신 양육하는 여자는 이웃의 '이모님'이다. 이모님은 공무원 시험에서 계속 낙방하는 아들을 대신해 일을 하고 생계를 꾸린다. "밤에는 할 수 없이 컵 한가득 술을 마시고 자. 안 그러면 잠이 오지 않으니까. 나 술꾼이야." (55쪽) 이모님은 말한다. <참새 잡기>에서도 여자는 술을 마신다.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것은 그래서였다. 시시각각 분열되는 나를 참을 수 없었다."(96쪽) 왜 어떤 여자는 자기 자신이 되기 / 되지 않기 위해 술을 마실 수 밖에 없는지, 정한아의 고민과 함께 진한 바닐랴항이 훅 끼친다. "실패할 수밖에 없는 싸움을" 계속하고 마는 인간다움이 이 이야기들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