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은 연작소설, "행복해지자고 d는 생각했다.""
황정은 연작소설. 김유정문학상 수상작 <d>와 (발표 당시 '웃는 남자'로 소개되었다.) 문학3 웹 연재작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가 함께 실렸다. d가 dd를 만나고, 그를 잃은 이후의 이야기 <d>와 20년 간 함께 살아온 김소영과 서수경의 이야기 <아무 것도...>의 인물과 서사는 언뜻 보기엔 차이가 느껴지지만, 이야기를 읽다 보면 같은 시대와 같은 장소를 오가며 '혁명'의 한 순간이 공명하는 것을 깨닫게 된다. 시위대가 행진하는 광화문, '재생'을 시도하는 구도심. '결과물에 만족하지 못하는 고객이 많았으므로 고객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는 친절과 불안과 비굴함이 섞여' 있었던 아버지를 보고 자란 d와 "내 딸들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 애들이 왜 이렇게 예민해졌을까?"를 생각하는 아버지를 둔 김소영과 김소리.
소음과 소리의 세계에서 전쟁과 재난과 개인적인 죽음들을 회고하는 d의 애도. 혁명이 펼쳐지는 한복판에서 1996년의 연세대를, 스스로 도망쳐 나온 대학 생활을, 어느 포도밭을, 2009년의 용산을, 애도와 분노가 교차한 2014년의 광화문을, 다시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2016년의 광장을 떠올리는 '나'(김소영)의 사유가 가리키는 방향. 삶과 죽음, 사랑과 사회를 사유하는 이들의 모습. '그것을 알/생각할 필요가' 없어서, 남을 열심히 생각할 이유가 없어서, 말하지 않는 사람들의 뒤에, 이를테면 '혁명' 뒤에 여전히 이들이 있다. 두 소설 사이에 놓인 문장 "모두가 돌아갈 무렵엔 우산이 필요하다" 처럼, 광장 이후의 시대를 사유할 이들에게 꼭 이런 소설이 필요할 것이다.
- 소설 MD 김효선 (2019.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