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나무>, <바람의 화원> 등의 작품을 통해 역사와 서사를 결합한 이야기의 힘을 보여준 이정명의 신작 소설. 1987년 6월을 말함으로써 2017년 6월, 우리가 선 자리를 돌아본다.
이야기는 1984년 서울대 프락치 사건을 모티프로 한다. 운동권의 실세로 지목된 미지의 인물과 그를 쫓는 공작원, 젊은 연극 연출가와 그의 연인 그리고 모든 공작의 배후에 서 있는 관리자. 각 인물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저 선한 이웃일 뿐이던 얼굴들이 명확해진다. 정보기관 공작원과 권력의 타깃이 된 연극 연출가의 대립을 축으로, 생존을 위해 악에 부역할 수밖에 없었던 이 사회의 주변인들이 겪는 고뇌와 갈등이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