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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2016
  • 다시, 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은이) | 북하우스 | 2016년 6월 "각자의 오독과 나만의 해석을 즐기세요"

    광고인 박웅현은 5년 전 <책은 도끼다>를 펴내며 독서인으로 모습을 드러냈고, 그 책이 지금까지 100쇄 넘게 이어지며 이제는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독서인으로 꼽힌다. 그의 독서가 많은 독자에게 공감을 전한 까닭은, 많은 책을 읽으며 세상의 이치를 알아가는 바깥으로의 독서가 아니라, 자신에게 좋은 느낌을 전한 책을 반복해서 읽고 마음에 닿은 문장을 곱씹으며 안으로 더욱 깊이 들어가는 독서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풍요로운 삶을 위한 독서라 말한다.

    풍요로운 삶이 독서의 방향이라면, 이번 책은 독서의 방법이다. 그는 이에 대한 가장 짧은 답으로 ‘천천히’를 권한다. 천천히 읽어야 책과 더 오래 맞닿을 수 있고, 책에 더 깊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천천히 가기에 얼마든지 돌아가도 좋고, 정해진 길이 없기에 내 마음대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도 문제 없다. 박웅현이 안내하는 길은 박웅현의 길일 뿐, 그조차 자신의 길이 옳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끊임없이 틀릴 수도 있다고 말하며 여전히 다른 길을 찾는다. 아마도 끝이 없을 책의 세계를 탐험하는 독서인에게 가장 중요한 태도 아닐까. 그가 읽은 책에서 그리고 그를 읽는 책에서 발견한 반가운 깨달음이다.

  •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줄리언 반스 (지은이), 최세희 (옮긴이) | 다산책방 | 2016년 5월 "줄리언 반스, 죽음에 관한 기록"

    자살과 기억을 소재로 한 소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아내의 죽음과 깊은 상실감을 다룬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등 줄리언 반스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죽음'이다.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은 2008년에 발표한 에세이로, 작가 자신뿐 아니라 가족까지 아우르며 죽음에 관해 본격적으로 탐구한다.

    신을 그리워하는 태도를 질척하다고 일갈해버리는 철학과 교수 형, 무신론자이자 공산주의자 어머니, 전신을 지배하는 병마와 싸우다 병실에서 외롭게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 등 '점잖지만 덜떨어진 것처럼 보였던' 가족의 이야기 중에서도 부모의 죽음에 주목하여 그들이 어떻게 죽어갔는가를 헤아려나간다. 또한, 예술가들의 죽음에 관한 일화와 인용문을 동원하여 예술, 종교, 과학 등을 넘나들며 죽음에 관해 낱낱이 파헤쳐낸다. 한 인간으로서, 한 작가로서 죽음 앞에서 유희적이고 솔직하게 펼쳐내는 독특한 사유의 세계를 오롯이 엿볼 수 있다.


  • 옥타비아 버틀러 (지은이), 이수현 (옮긴이) | 비채 | 2016년 5월 "이야기가 가질 수 있는 거의 모든 것"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여행에서 팔 하나를 잃었다. 왼팔이었다.' 이 소설을 여는 문장은 이토록 강렬하다. 소설의 도입부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는 작법서들의 말대로라면 <킨>은 멋진 스타트를 끊었다. 남은 관건은 소설의 나머지 부분, 특히 초반부가 도입부의 무게를 버텨낼 수 있느냐다. <킨>은 더할 나위 없이 모범적으로 전개된다. 1976년에서 갑자기 1815년의 남부 지방으로 시공간을 이동한 '흑인' '여성'은 생명의 위기나 다름없는 억압 하에 놓이지만, 옥타비아 버틀러는 그 억압을 직접적으로 설명하기보다 빠른 전개의 시간여행 이야기 속에 그대로 녹여냈다.

    이 속도감은 5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을 단단하게 엮는다. 사실 많은 독자들은 (한국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인종과 젠더 문제를 다룬 소설이 비교적 고루하고 잘 와닿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이토록 날렵하게 움직이면서 페이지를 금방 넘기게 하는 작품을 읽고 나면 그 생각이 분명 바뀔 것이다. <킨>은 대단히 우아한 SF이며 각종 차별에 대항하는 선명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고 앞의 두 가지에 별로 관심이 없더라도 무척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그렇다. 이 소설은 글로 쓴 이야기가 가질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갖고 있다.

  • 쿵쿵이의 대단한 습관 이야기
    허은미 (지은이), 조원희 (그림) | 풀빛 | 2016년 5월 "평생 가지고 갈 좋은 습관"

    아이들에게 좋은 습관을 길러주고 싶은 부모님 마음을 제대로 알아주는 책이다. ‘탄산음료 대신 물 마시기’, ‘내 책상은 내가 정리하기’, ‘일회용품 쓰지 않기’, ‘하루에 한 번 감사하는 마음 갖기’ 같은 ‘따라 해 볼 만한 좋은 습관 리스트’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습관이란 무엇이고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부터 차근차근 설명한다.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좋은 약이 될 테지만 잔소리처럼 들리기 쉽고 선뜻 실행에 옮기기 어려운 규칙들도 스스로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좋은 습관을 갖기 위한 노력을 재미있는 놀이처럼 인식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내가 애쓰고 정성을 기울인 만큼 정직하게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습관이며, 도저히 못할 것 같았던 일을 해낼 수 힘도 작은 습관에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그것이 전혀 어렵고 힘든 일이 아니라는 것도. 습관이란 물건을 사듯 쉽게 손에 넣을 수 없고 한번 들인 나쁜 습관은 쉽게 고칠 수도 없으니 이렇듯 습관의 정체를 철저하게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