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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에세이

이름:김혜리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 대한민국 서울

최근작
2023년 9월 <[큰글자도서] 묘사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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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야에 3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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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내 경험에 따르면, 배우란 자기가 택한 예술의 실제에 대해 매우 과묵하거나 말해도 소용없다고 체념한 사람들이다. 이 책을 애지중지하게 되는 이유다. 세라 폴리가 ‘거울 나라의 앨리스’로 살았던 10대의 한 시기를 회고한 첫 글 〈앨리스, 무너지다〉를 읽으며 나는 좋아하는 배우들에게 이 책을 당장 선물하지 못해 안달하는 마음을 몇 번이고 꾹 눌러야 했다. 붕괴하고 잉태하고 회복하는 이야기를 담은 여섯 편의 에세이들은 속도감 있게 읽혔지만 나는 도저히 속도를 낼 수 없었다. 문장 하나하나가 ‘장면’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짧지 않은, 내가 아는 저자의 재능 목록에 한 줄을 더할 수밖에 없다. 영화를 찍지 않고도 ‘영화’를 보게 하는 능력.”
2.
  • 정부가 없다 - 이태원 참사가 우리에게 남긴 이야기 
  • 정혜승 (지은이) | 메디치미디어 | 2023년 10월
  • 19,000원 → 17,100 (10%할인), 마일리지 950원 (5% 적립)
  • (10) | 세일즈포인트 : 1,235
이 책은 기록광 정혜승 작가가 10·29 이태원 참사 이래 연쇄적으로 맞닥뜨린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현상에 대해 기록을 넘어 원인과 해법까지 헤아리고자 ‘폭주’한 결과다. 어찌 보면 정혜승 작가 안의 정혜승 기자가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던 긴 기획 기사로 보이기도 한다. 책의 문체는 저널리즘의 건조한 그것이지만 나는 저자가 이 책을 쓰는 내내 2022년 10월 29일 밤의 위협적 사이렌 소리를 듣고 있었다고 느낀다.
3.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임모탄의 시타델로부터 탈주하던 여자들도, 사막에서 기수를 돌리기 전 오나와 살로메, 마리케처럼 밤새 토론하지 않았을까? 〈위민 토킹〉을 영화로 먼저 접했을 때 가장 큰 놀라움은 극중 사건이 19세기가 아닌 21세기의 실화라는 점이었다. 그러나 메노파 신자 여성들이 집단 강간을 용인한 그들의 공동체를 떠날지 남아서 싸울지를 논의한 기록인 이 책을 천천히 넘기는 동안, 우리 사이의 거리는 훌쩍 좁혀졌다. 그들이 당하는 이례적 폭력에 나머지 세계의 일반 모순이 증류된 형태로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메노파 여성들은 사회구성원과 재화를 몸이 닳도록 생산하지만 교육과 재산권에서 배제되고, 피해자임에도 죄책감과 용서를 강요받는다. 그럼에도 여자들은 복수 방법이 아니라 “우리와 다음 세대를 지키기 위해 어떤 삶이 온당한가?”를 놓고 문답법을 밀어붙인다. 멋진 점은 그들이 연령과 입장, 기질 차를 끌어안은 채 공동의 내일을 준비한다는 사실이고 그중에서도 제일 멋진 점은 여자들이 와중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관계를 살피고 타자를 보살피는 여성들은 ‘근심의 예술가’일 뿐 아니라 토론의 예술가도 될 수 있다.
4.
『사랑의 꿈』에 묶인 소설 속 아이들은 꽤나 큰일을 당하며 살아남는다. 그들은 버림받고 (자진해서) 납치당하고 부모의 결별에 하릴없이 동행한다. 불장난에 한철 중독되고 ‘허언증’ 있는 생판 남에게 매혹된다. 그러나 돌아보건대 이 위험천만한 사건들은 보편적 경험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우리는 그 일들이 파국이나 구원으로 귀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잊었을 뿐이다. 손보미는 결과로 종합되지 않은 조짐들에 대하여, 서로를 상쇄하며 유야무야된 허다한 모순에 관해 집요하게 쓴다. 머지않아 착각으로 판명될지언정 생이 초점거리 안으로 들어와 명료해지는 드문 찰나에 바로 소설의 목숨이 달려 있다는 듯이. 이렇다 할 야심이 없어 보이는 손보미 소설의 야심은 독자를 움찔하게 한다.
5.
이 책은 차별에 영향 받지 않는 주류의 자리에서는 보이지 않던 한국 사회이 낭떠러지를 더듬을 수 있게 해준다. 저널리즘의 존재 이유라는 고풍스러운 대명제를 잊지 않으면서도, 모순의 가장 구체적 얼굴을 찾아다닌다.
6.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5월 2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바람이 분다, 가라』는 집요한 ‘탐정’이 이끄는 미스터리이자, 두 여자가 나눈 사랑의 역사다. 풀잎 같은 인물들이 피 흘리며 전투를 벌이는 이 이야기의 동력은, 타인의 삶이 그린 궤적에 자신의 그것을 포개어 놓으려는 우리 안의 이상한 갈망이다. 여러 시제의 기억과 사색을 그러모은 다음 산산이 흩뿌리는 한강의 문체는 전에 없이 안으로부터 파열하려는 욕망으로 떨려 읽는 이의 몸을 긴장시킨다. 김혜리(『씨네21』 기자)
7.
  • 출판사/제작사 유통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습니다.
과학 용어를 검색하며 책장을 넘길 줄 알았는데 어째 자세가 슬금슬금 무너지더니 급기야 침대에 올라가 단숨에 읽었다. 태양계 모형처럼 늘어놓은 귤을 하나씩 까먹으며.?천문학이 인간에게 어떤 쓸모가 있는지 끈질기게 생각해온 것이 분명한?저자는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우주를 사랑한다. 달 크레이터 풍화에 관한?논문을 쓰는가 하면, 제목에 달이 들어간 영화도 꼼꼼히 뜯어본다. 교양 과목 ‘우주의 이해’를 수강하는 학생들의 이메일에 성실한 답신을 보내고 여성 우주인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지적한다. 근사한 노을에 감동한 날이면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가 소행성에서 일몰을 연달아 보려면 의자를 어떻게 옮기면 되는지 계산도 한다. 그리하여 심채경의 에세이는 우리를 두 종류의 우주로 안내한다. 하나는 천체들이 길을 가는 곳이고 다른 하나는 비정규직 행성과학자의 소리 없이 분주한 일상이다. 어느 쪽이 더 흥미로운 지 측량하긴 쉽지 않다. 일기 쓰는 천문학자의 시야 넓고 보폭 정확한 글을 읽으며 확신이 들었다. 일이 세상을 만든다면 우리에겐 직업에 관한 더 많은 글이 필요하다.
8.
과학 용어를 검색하며 책장을 넘길 줄 알았는데 어째 자세가 슬금슬금 무너지더니 급기야 침대에 올라가 단숨에 읽었다. 태양계 모형처럼 늘어놓은 귤을 하나씩 까먹으며. 천문학이 인간에게 어떤 쓸모가 있는지 끈질기게 생각해온 것이 분명한 저자는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우주를 사랑한다. 달 크레이터 풍화에 관한 논문을 쓰는가 하면, 제목에 달이 들어간 영화도 꼼꼼히 뜯어본다. 교양 과목 ‘우주의 이해’를 수강하는 학생들의 이메일에 성실한 답신을 보내고 여성 우주인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지적한다. 근사한 노을에 감동한 날이면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가 소행성에서 일몰을 연달아 보려면 의자를 어떻게 옮기면 되는지 계산도 한다. 그리하여 심채경의 에세이는 우리를 두 종류의 우주로 안내한다. 하나는 천체들이 길을 가는 곳이고 다른 하나는 비정규직 행성과학자의 소리 없이 분주한 일상이다. 어느 쪽이 더 흥미로운 지 측량하긴 쉽지 않다. 일기 쓰는 천문학자의 시야 넓고 보폭 정확한 글을 읽으며 확신이 들었다. 일이 세상을 만든다면 우리에겐 직업에 관한 더 많은 글이 필요하다.
9.
  • 진, 진  choice
  • 이동은, 정이용 (지은이) | 창비 | 2020년 12월
  • 14,000원 → 12,600 (10%할인), 마일리지 700원 (5% 적립)
  • (24) | 세일즈포인트 : 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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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이동은과 정이용은 누구 하나 쓰러지는 일이 없도록 조금씩 몸을 기울여 서로를 떠받치고 있는 사람들을 그린다. 『진, 진』의 젊은 진아는 한발만 디디면 사회적 안전망이 끊긴 구역으로 실족할 듯하고, 중년의 수진은 연애를 해도 가족이 늘어도 혼자일 뿐임을 절감한다. 두 여자는 고시원 방처럼 협소한 그림칸 안에서 몇번째인지 모를 삶의 위기를 끌어안고 연신 돌아눕는다. 카타르시스에 인색한 편인 두 작가는 주인공들에게 해방이나 대오각성을 베풀지 않는다. 어찌어찌 뒤척이고 부딪히다보면 또 한고비 넘어가 있는 것이 삶이라고 여겨서다. 『진, 진』의 묘(妙)는, 각자의 스토리를 살아낸 수진과 진아가 서로를 내내 도운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이다. 내 경우엔 진아와 수진이 극중에서 조우할까 잠시 궁금해하다가 부질없게 느껴져 그만뒀다. 첫째, 둘의 곤경이 동시대 보편적 고민으로 보여서고, 둘째 만약 한명의 진이 낙심해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다른 진이 본다면 반드시 부축할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10.
아녜스 바르다하고는 세 번 사랑에 빠졌다. <방랑자>가 최초였다. 시체로 시작하는 이 이상한 여행기는 영화 안에서 생은 죽음으로, 서사의 종결로도 끝나지 않는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설령 내가 평생 방랑만 하다 더러운 신발을 신은 채 죽는다 해도 영화는 거기서 의미를 볼 수 있었다! 극장에서 뒤늦게 관람한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가 두 번째 매혹이었다. 이 작품과 바르다의 초기작들로 인해, 누벨바그라는 영화사적 사건은 비로소 내게 사적인 의미를 갖게 됐다. 정작 영화기자로 취직한 다음 한동안 바르다는 책 속 거장의 이름이 되어갔다. 그러고는, 똑똑. 경이로운 <이삭 줍는 사람들과 나>가 문을 두드렸다. 21세기의 아녜스 바르다는 시네마로 쓰는 에세이의 정점에 도달해 느긋이 머물렀다. <아녜스 바르다의 해변>과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이 이어지는 바람에 나의 세 번째 사랑은 끊길 틈이 없었다. 1962년부터 2017년까지 이뤄진 스무 편의 바르다 감독 인터뷰를 모은 이 책이 나를 질투심으로 괴롭힌 것도 놀랍지 않다. 특히 그의 모국어로 진행한 예술가의 인터뷰에는 대화의 깊이와 별개로 드러나는 체취와 결이 있기 마련이다. 오래 동경해 왔지만 책을 덮은 이제야 그의 영화사 시네타마리스의 현관을 열고 들어간 기분이 드는 이유다. 때로 내용이 겹치고 숫자가 오락가락하기도 하는 이 인터뷰들을 따라 나선형으로 걷다 보면 당신도 히치하이커를 지나치지 못하는 운전자, 존경받지만 투자는 못 받는 감독, 여성영화의 생동하는 정의, 장난기 넘치는 만담꾼을 만나고 포옹하게 될 것이다.
11.
  • 출판사/제작사 유통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습니다.
김하나와 황선우의 현재는 나의 오랜 꿈이기도 하다. 독립 10년차 무렵부터, 나는 친구와 '우리 집'을 소유하고 함께 사는 생활을 그리기 시작했다. 계획에 그쳤지만 실제로 도모하기도 했다. 동거가 독거보다 경제적이고 편리하리라는 셈 때문은 아니었다. 편하기로는 혼자가 최고다. 그러나 나는 더 성장하기 위해, 신뢰하는 타인만이 줄 수 있는 적당한 긴장과 협상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책 속에서 김하나가 쓴 대로, 사람의 변화에서 중요한 변수는 누구와 함께 사느냐, 또 어디에 사느냐다. 삶을 그나마 '견디는' 법은 무엇인지 알려주는 책이 무성한 가운데, "우리는 이렇게 잘 살고 있다"고 또박또박 명세서를 열어 보이는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는 아직 그들만 한 행운을 만나지 못한 1인 세대주에게는 담 너머에서 들려오는 듀엣 응원가다. 게다가 두 여자의 목소리는 얼마나 다부지고 청량한가.
12.
  • 양탄자배송
    내일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중구 서소문로 89-31)
김하나와 황선우의 현재는 나의 오랜 꿈이기도 하다. 독립 10년차 무렵부터, 나는 친구와 ‘우리 집’을 소유하고 함께 사는 생활을 그리기 시작했다. 계획에 그쳤지만 실제로 도모하기도 했다. 동거가 독거보다 경제적이고 편리하리라는 셈 때문은 아니었다. 편하기로는 혼자가 최고다. 그러나 나는 더 성장하기 위해, 신뢰하는 타인만이 줄 수 있는 적당한 긴장과 협상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책 속에서 김하나가 쓴 대로, 사람의 변화에서 중요한 변수는 누구와 함께 사느냐, 또 어디에 사느냐다. 삶을 그나마 ‘견디는’ 법은 무엇인지 알려주는 책이 무성한 가운데, “우리는 이렇게 잘 살고 있다”고 또박또박 명세서를 열어 보이는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는 아직 그들만 한 행운을 만나지 못한 1인 세대주에게는 담 너머에서 들려오는 듀엣 응원가다. 게다가 두 여자의 목소리는 얼마나 다부지고 청량한가.
13.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5월 3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 이 책의 전자책 : 9,100원 전자책 보기
「엘르」는 강간범을 좇는 스릴러 서사와 나란히 미셸을 둘러싼 인간관계를 스케치한다. 친구인 동업자 안나를 제외하면 그녀 주변의 모든 인물이 미셸을 저어하면서도 그녀의 경제력과 권위에 의존하고 있다. 전남편, 생활력 없는 아들과 뻔뻔한 그의 여자친구, 실속 없는 연애와 성형에 빠진 어머니, 둔감한 불륜 상대 등은 하나같이 미셸의 눈에 한심 무인지경이지만 미셸은 자신이 주재하는 영역에서 그들이 이탈하기를 원치 않는다. 모두를 초대한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고양이처럼 집 곳곳을 누비며 상대에 따라 유혹하고 공격하고 경악시키는 미셸은 거의 희열을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다시 말해 「엘르」의 대다수 주변 인물들은 미셸에게 짐이자 필요한 존재이고 이 극점에 가장 최근 그녀의 자장(磁場)에 뛰어든 강간범이 있다. 미셸은 성폭행의 피해자로서 범인을 법과 물리력으로 처단하는 데에 무관심하다. 대신 성폭력 안으로 들어가 폭력적 성의 주도권을 탈취하는 쪽을 택한다. - <씨네21>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14.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5월 3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 이 책의 전자책 : 9,660원 전자책 보기
이종범은 어디선가 들었던 충고를 반복하지 않는 조언자다. 꿈은 반드시 가져야만 하는지, 문제는 당장 직면하는 것만이 상책인지, 스스로 뚜벅뚜벅 통과한 시간에 비추어 답을 내놓는다. 하지만 그의 주관은 감탄스런 자기객관화 능력으로 뒷받침된다. 어쩌면 한 사태를 다양한 앵글로 볼 수 있는 눈이, 그를 만화가로 만들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할 지경이다. 특히 인간 심리의 덕후이자 학습 성애자인 필자가 창작 지망생들에게 구체적 목표를 이루는 방법을 열렬히 설명하는 글은 최상의 해상도를 자랑한다.『그래, 잠시만 도망가자』는 잠깐씩 도망칠지언정 대체로 정성껏 사는 성실한 쾌락주의자의 수첩이다.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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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중구 서소문로 89-31)
필사적으로 침묵을 경청해야 하는 영화들이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환상의 빛」도 그랬다. 가늠조차 못할 이유로 남편을 잃어버린 유미코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검고 긴 옷으로 몸을 감싼 그 여자의 혼잣말과 인생을 향해 던졌을 힐문들을 오랫동안 상상했다. 영화를 먼저 접한 한국 독자에게 소설 「환상의 빛」은 뒤늦게 도착한 유미코의 편지다. 하지만 그것은 서러운 독백도, 죽은 남편을 그리는 ‘미망인’의 연서도 아니다. 유미코의 수취인은 차라리 신(神)이다. 쓴다는 행위를 통해 버틴, 기도에 가까운 문체의 이 소설은 두려운 진실을 포함하고 있다. 예컨대 인간은 살기 싫어서가 아니라, 그저 죽고 싶어서 죽을 수도 있는 존재라는 것. 그리고 생의 무도한 불가해함은 가혹한 허방인 동시에 매일 몸을 일으켜 다시 살게 만드는 요염한 신기루-환상의 빛이라는 것.
16.
지난 몇 해 동안 영화잡지 기자로서 내가 제일 잘한 일은 신형철에게 영화에 대한 원고를 청해 받은 게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내러티브 비평이란 고작해야 “영화의 줄거리와 메시지에 붙이는 자의적 코멘트”라는 인식을, 신형철의 글은 차곡차곡 뒤엎었다. 청탁한 날부터 고대한 그 광경을, 나는 질투를 누르며 바라보았다. 신형철의 영화서사론을 읽는 나의 즐거움은 희미한 유대감으로 배가됐다. 어떤 부류의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겐, 정확하고자 하는 노력이 사랑이다.
17.
  • 출판사/제작사 유통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습니다.
영화 관람은 관객이 방금 본 영화에 대해 자신 혹은 타인과 대화를 나눔으로써 완결된다. 아니, 어쩌면 영화 자체가 잠정적으로 완성되는 자리도 거기다. 영화라는 시청각 체험, 미디어 현상으로부터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다양한 화제들을 곧장 목차로 옮겨온 이 책은 따라서, 일종의 사례집이다. ‘시네마가 무엇인가’를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교과서가 아니라 우리가 영화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대화하면 더 즐거운 관객이 될 수 있을지 시범을 보이는 책이다. 주성철 기자는 언제나처럼 문장을 위한 문장은 쓰지 않는다. 무덤덤한 척 사실을 기술(記述)하는 행간에 시침 뚝 떼고 묻어놓는 특유의 유머도 여전하다. 음악으로 치면 2박자 폴카의 호흡으로 착착 읽어나가면 된다. 독자는 이 책을 징검돌로 참조한 다음, 자기만의 영화 개론서 목차를 짜보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나는 그랬다.
18.
  • 개를 그리다 - 올드독 작가 정우열과 반려견 소리 그리고 풋코의 동고동락 10년 
  • 정우열 (지은이)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월
  • 15,000원 → 13,500 (10%할인), 마일리지 750원 (5% 적립)
  • (31) | 세일즈포인트 : 787
“개를 키우면, 개를 그리게 된다.” 정우열 작가의 이 간단한 문장이 우리가 손에 들고 있는 책이 태어나게 된 지극히 자연스러운 경위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도 일찍이 동의한 바 있다. “눈이 아름다운 것을 보면, 손은 그것을 그리고자 한다.” 유의할 점이 있다면, 이 책에 묶인 만화와 사진들은 소리와 풋코, 두 마리 귀여운 와이어폭스테리어의 앨범이 아니라 하나의 선택된 생활양식으로서 개와 사람의 동거를 기록한 일기라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동물의 반려를 통해서만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낙과 조용한 각성,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눈높이가 포함된다. 내가 볼 때 정우열 작가는 개를 귀여워한다기보다 흠모한다. 그들이 참으로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주인이 아니라 룸메이트로서 개들과 안정적으로 더 잘 사는 법이 무엇일까 궁리한다. 사람이 동물과 함께 행복해질 방도를 심각히 고민하기 시작할 때 얼마나 많은 사회적 이슈와 ‘철학적’ 결단이 끌려 들어오는지 《개를 그리다》를 읽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 《개를 그리다》의 몇몇 페이지는 사진으로 구성된 네 컷 만화처럼 보인다. 온통 까만 동자로 채워진 폭스테리어 소리와 풋코의 단추 같은 눈은 (의인화할 만한) 감정과 생각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표정을 짓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귀와 다리와 꼬리이고 두 마리를 둘러싼 자연과 살림살이들이며 정우열의 카메라는 그것을 능란히 잡아낸다. 말미의 부록으로 실린 극화 <방문>은 이 작가의 맑은 소년다움을 버티고 있는 경험의 더께와 다른 문체를 엿보게 하는, 짧지만 강렬한 추신이다.
19.
  • 책읽기 좋은 날 - 씨네21 이다혜 기자의 전망 없는 밤을 위한 명랑독서기 
  • 이다혜 (지은이) | 책읽는수요일 | 2012년 9월
  • 13,000원 → 11,700 (10%할인), 마일리지 650원 (5% 적립)
  • (55) | 세일즈포인트 : 1,809
  • 출판사/제작사 유통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습니다.
이다혜 기자가 내 기사의 편집을 담당하는 주의 마감은 유난히 조마조마하다. 그녀는 100% 진심으로 원고가 재미있을 때만 재미있다고 말한다. 《책읽기 좋은날》은 그런 미더운 깍쟁이가 엄정한 눈으로 고른 책들이 꽂힌 서가다. 이 책에 묶인 칼럼들이 패스트푸드 식당 주방 같은 주간지 편집실의 북새통에서 태어났음을 아는 독자로서, 매주 쓰는 서평을 평이한 문장으로 열지 않기 위해 어떤 크기의 열정이 필요한지 아는 동업자로서 읽는 동안 부러웠다. 수고롭게 쓰고도 읽는 이에겐 더없이 경쾌한 풋워크로 다가가는 솜씨가, 글의 길이에 맞는 문장의 그루브를 낚아채는 랩퍼 같은 감각이.
20.
  • 태연한 인생 
  • 은희경 (지은이) | 창비 | 2012년 6월
  • 13,000원 → 11,700 (10%할인), 마일리지 650원 (5% 적립)
  • (76) | 세일즈포인트 : 4,633
오래전 은희경의 단편 「열쇠」를 읽고 작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만 같아 아무도 없는 방의 네 벽을 둘러본 적이 있다. 이후로도 은희경 소설 중 한 여자를 공중에서 내려다보듯 쓴 작품들에 유독 끌렸다. ‘류’와 ‘요셉’의 세계를 오가는 『태연한 인생』에서도 나는 류를 편애하고 말았다. 이 소설은 대칭인 듯 비대칭이다. 동일한 전지적 시점으로 쓰였지만, 요셉은 말을 쏟아내고 류는 생각한다. 그녀의 말은 가슴에 담긴 채 문장으로 옮겨진다. 소설 속 요셉의 시간대는 하루이거나 일주일이지만, 류의 그것은 생의 전사(前史)까지 포함한 적막한 일대기다. 망원렌즈의 시야에 아득히 가라앉은 류와 그 어머니의 이야기를 읽으며 종종 그녀들이 가르쳐준 대로 어긋난 뼈를 맞추듯 왼쪽 가슴을 눌러보았다. 그것은 높은 곳에서 지켜보는 누군가가 나의 황망한 인생을 집어들어 태연한 세계 안에 넣어주길 기도하는 주문이기도 했다.
21.
  • 너랑 나랑 노랑 - 시인 오은, 그림을 가지고 놀다! 
  • 오은 (지은이) | 난다 | 2012년 3월
  • 16,000원 → 14,400 (10%할인), 마일리지 800원 (5% 적립)
  • (10) | 세일즈포인트 : 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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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방금 책을 덮은 독자로서 확신컨대 오은이 책상 앞에서 감당한 과정은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로도 감당하기 힘든 미로인 동시에 황홀경이었을 것이다. 레드, 블루, 화이트, 옐로, 그린, 블랙에 관해 오은은 창의적으로 ‘오독’하고 즐거운 ‘말장난’을 무지개 형상으로 펼친다. 여섯 빛깔을 하나로 꿰는 실은 운율이다. 『너랑 나랑 노랑』은 기사, 일기, 편집, 희곡의 온갖 겉옷을 입고 있지만 끝내는 행갈이를 하지 않은 시집처럼 읽힌다. 그래서 책장을 넘기는 내내 표제 음악을 듣는 기분에 젖었고 세 페이지 걸러 한 번꼴로 누군가 이 문장들에 가락을 붙여 노래로 불러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었다.
22.
  • 양탄자배송
    내일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중구 서소문로 89-31)
영화예술은 젊은 데다가 복잡한 천성을 지닌 탓에, 영화 매체의 본질을 정면에서 치열하게 파고든 훌륭한 글들은 쉽사리 ‘무슨 주의’라는 배너 아래 분류하기 어렵다. 이는 빠른 시간 내에 영화이론을 정리하려는 독자에게 갑갑한 노릇이기도 하지만 거꾸로 보면 고전적 명편 에세이들이 21세기 영화의 이해에도 현재진행형으로 기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에르빈 파노프스키, 발터 벤야민, 앙드레 바쟁 등의 중요한 글을 모은 이 책이 대의명분을 실현하는 힘은 정확하고 사려깊은 번역에서 나온다.
23.
필사적으로 침묵을 경청해야 하는 영화들이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환상의 빛」도 그랬다. 가늠조차 못할 이유로 남편을 잃어버린 유미코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검고 긴 옷으로 몸을 감싼 그 여자의 혼잣말과 인생을 향해 던졌을 힐문들을 오랫동안 상상했다. 영화를 먼저 접한 한국 독자에게 소설 「환상의 빛」은 뒤늦게 도착한 유미코의 편지다. 하지만 그것은 서러운 독백도, 죽은 남편을 그리는 ‘미망인’의 연서도 아니다. 유미코의 수취인은 차라리 신(神)이다. 쓴다는 행위를 통해 버틴, 기도에 가까운 문체의 이 소설은 두려운 진실을 포함하고 있다. 예컨대 인간은 살기 싫어서가 아니라, 그저 죽고 싶어서 죽을 수도 있는 존재라는 것. 그리고 생의 무도한 불가해함은 가혹한 허방인 동시에 매일 몸을 일으켜 다시 살게 만드는 요염한 신기루-환상의 빛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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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허문영이 영화를 사랑하는 방식이 열정보다 우정에 가깝다고 느낀다. 한 편의 영화를 승천시키는 사랑스러운 장면을 찾아내는 촉각과, 그 영화가 말하지 않거나 차마 못한 것을 은근히 짚어주는 사려는 친구의 덕목이다. 그는 숭배할 정전을 찾고 엄호하기보다, 대화가 가능한 텍스트를 가려 그것을 뒤덮은 착시들을 닦아낸다. 이것은 결코 그의 글이 온건하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허문영의 평은 뜨거워서가 아니라 정확해서 가차 없는 글이다. 그런 비판을 포함한 우정만이 오래 지속된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다. 나는 그와 영화가 나누는 지혜로운 우정의 대화에 가능한 한 오랫동안 배석하길 소망한다.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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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가라>는 집요한 ‘탐정’이 이끄는 미스터리이자, 두 여자가 나눈 사랑의 역사다. 풀잎 같은 인물들이 피 흘리며 전투를 벌이는 이 이야기의 동력은, 타인의 삶이 그린 궤적에 자신의 그것을 포개어 놓으려는 우리 안의 이상한 갈망이다. 여러 시제의 기억과 사색을 그러모은 다음 산산이 흩뿌리는 한강의 문체는 전에 없이 안으로부터 파열하려는 욕망으로 떨려 읽는 이의 몸을 긴장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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