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도교 연구는 최근까지만 해도 모험이었다. 유교와 불교에 비해 도교는 어딘가 보편성이 없는 듯 보였고 정합적인 내용 체계를 갖추지 않아 학문 탐구로서 적합하지 않은 듯했다. 쉽게 말해서 도교는 좀 허무맹랑한 소문 같은 느낌을 우리에게 주어왔던 것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 도교에 대한 편견 혹은 학문적 경시는 그간 우리 학계에서 은연중 행사되어 왔던 상상력에 대한 억압과 긴밀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이 상상력에 대한 억압은 물론 일시에 생겨난 것이 아니라 역사적 유래가 있다. 유교 합리주의의 오랜 전통, 근대 학문의 편협한 실증주의, 다시 그 바탕 위에 건립된 학문권력, 제도 등이 작용하여 상상력에 대한 억압을 효과적으로 수행해왔던 것이다.
도교를 이해, 체득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문학을 통한 접근이 상당히 유효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도교는 장생불사 곧 죽음의 현세적 극복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그런데 장생불사란 현실적 차원에서 허구로 여겨질 수밖에 없으며 그것을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도교는 허구의 예술 곧 문학과 근원적인 상관이 있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도교는 문학을 통해 쉽게 그 본질을 드러내기도 하고 문학 역시 도교를 통해 그 원리를 잘 예시하기도 한다.
이 책은 사실상 11년 전에 출간된 졸저 <동양적인 것의 슬픔>에서 제기한 문제의식의 구체적 성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오리엔탈리즘과 중화주의를 극복하여 한국 동양학의 정체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그리고 그것이 현실적으로 힘을 예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11년 전의 명제가 단순히 선언에 그치지 않고 이 책을 통해 실천의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이 책을 완성이 아니라 시도의 산물로서 겸허히 자평하고자 한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산해경>을 비롯한 모든 고전에서 발견하고자 하는 진정한 의미가 특정한 종족과 지역을 초월하여 모두에게 뜻깊은 것이어야 한다는 명제가 거부할 수 없는 것일진대, 도리없이 우리는 공평무사한 책읽기를 연습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사실상 그것이야말로 중국학을 모두에게 의미깊은 것이 되도록 그 위상을 세계화하는 대도(大道)임을 믿는다.
서양 고전이 서양 문화의 뿌리로서 서양인의 정체성을 형성시켜왔듯이 동양 고전은 동양 문화의 토대로서 동양인의 정체성을 함양시켜왔다. 근대 이후 서양 문화의 주도하에 가치가 폄화되었던 동양 고전은 오히려 오늘날 더욱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왜냐하면 주로 서양 문명이 이룩한 과학.기술 만능의 시대에 동양 고전은 서양 고전과는 다른 차원에서 그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훌륭한 내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