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 정신질환'은 실재한 걸까?"
정신 질환에도 유행과 종식이 있는 걸까? 19세기 말의 유럽에서만 반짝 나타났던 정신 질환이 있다. 평범한 이들이 갑작스레 엄청난 속도로 걸어 다니며 여행을 하고, 정신을 차린 뒤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기억하지 못하는 증상이 잇달아 발생한 것이다. 이 으스스하고 기이한 정신질환은 1909년 마지막 환자를 끝으로 돌연 사라졌다.
과학철학자인 저자는 '둔주'라 이름 붙여진 이 미지의 정신 질환을 중심에 놓고 '시대적 정신질환'을 탐구한다. 그는 정신 질환을 정신 질환으로 규정짓는 조건은 무엇인지, 둔주는 실재한 정신질환인지, 둔주를 통해 알 수 있는 오늘날의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는 무엇인지 등을 꼼꼼히 분석하며 시대적 정신질환이 태어나고 번성하는 배경을 살핀다. 흥미로운 주제에 대한 밀도 높은 성찰이다.
- 과학 MD 김경영 (2021.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