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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어지간한 지도에서는 찾을 수 없는, 극소수의 사람만 가보았을, 앞으로도 그곳에 다다를 사람은 거의 없을, 세상 끝에 존재할 것만 같은 50개의 섬이 등장한다. 구체적인 섬의 지도까지 세세하게 나오지만, 어쩐지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섬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생각해보면 섬이란 곳이 본래 그렇게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다. 늘 그곳에 있던 섬을 굳이 ‘외딴섬’으로 만들고는, 굳이 낭만과 모험과 고립을 덧씌웠으니 말이다.
그런데 섬은 그렇게 외딴 곳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작가의 어린 시절 동독이 그러했듯, 지금 남한 사람들이 바로 섬에서 살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찾으려 해도 쉽게 찾을 수 없고, 닿으려 하는 시도는 무모하기 짝이 없을 50개의 머나먼 섬을 하나씩 살피며, 그곳에 남은, 그곳에 닿으려 했던 이야기를 그러모아 섬마다 하나의 이야기를, 하나의 노래를 만들어준 작가의 마음을 헤아려본다. 육지에서 섬으로 향하던 바람이, 해안에서 섬으로 향하던 물결이, 어느새 방향을 바꿔 전에 없던 풍경을 전한다. "간 적 없고, 앞으로도 가지 않을 50개의 섬들"을 살펴보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