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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페미니스트>의 저자 록산 게이는 키가 190센티미터다. 몸무게는 가장 살이 쪘을 때 261킬로그램이었고, 지금은 64킬로그램 정도가 줄었다. 그에게 몸은 불편하다. 가벼운 걷기로도 땀이 나고 숨이 차는가 하면, 서 있는 것만으로도 무릎과 척추에 무리가 간다.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관계에서도 불편을 겪는다. “뚱뚱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문화의 태도”는 불편한 몸에 불편을 얹어 몸을 가누기 힘들게 만든다.
그의 삶에는 두 개의 ‘비포’와 ‘애프터’가 있다. 하나는 몸무게가 늘기 전과 몸무게가 늘어난 후, 다른 하나는 강간을 당하기 전과 강간을 당한 후다. 둘이 동시에 진행된 건 아니지만, 둘 다 그의 몸에 일어난 일이기에 따로 설명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이 책은 그의 “몸에 관한 고백”이다. 그의 “몸에게 혐오와 경멸만 내비치는 이 세상 안에서도 이 몸을 사랑하려고, 적어도 참아내려고 노력”해온 이야기다.
그는 죄책감과 자기혐오에서 벗어나려, 그러니까 마음의 허기를 채우려 음식으로 몸을 채운다. 그렇게 부풀어오른 몸 때문에 다시 죄책감과 자기혐오에 빠지고 만다. 그리고 이 고백을 거치며 "더 이상 내 몸이 나의 존재를 지배하도록 하지 않겠다고, 적어도 모든 것을 지배하도록 하지는 않겠다고 결심한다." 더불어 "더 이상 세상으로부터 숨지 않겠다고 다짐"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그의 몸과 허기는 충만함에 이르렀다. 고백, 말, 이야기의 힘과 가능성을 다시금, 절실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