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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016
  • 삶은 왜 의미 있는가
    이한 (지은이) | 미지북스 | 2016년 1월 "삶의 의미를 찾기 전에 생각해야 할 것들"

    삶의 의미를 말하는 책은 많다. 삶이 제각각이니 의미도 제각각일 터, 이런 삶도 의미 있고 저런 삶도 의미 있는데 내 삶은 하나이니, 어떤 의미를 택하고 다른 의미는 포기해야 할 것만 같아 완성이 아닌 부족한 삶으로 여겨지고, 때로는 이도 저도 택하지 못하고 서성이다 하나의 의미도 건지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말 삶은 의미 있는 걸까? 있다면 어떻게 내 삶에서 의미를 찾고 구현할 수 있을까.

    오늘날 한국에서는 개인과 사회에 대한 양극단의 선택지만 주어진다. “부조리를 부정하고 세속적인 성공에 몰두하거나, 부조리에 짓눌려 인생이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이르는 것.” 이 책은 두 선택지 사이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자기 삶의 의미를 확인하고, 그 의미를 경험하는 삶이 어떻게 가능한지 따져 묻는다. 삶은 왜 의미 있는가와 어떻게 의미 있는 삶을 살 것인가. 두 질문에 성급하게 답하지 말고 이 책이 어떻게 답을 찾아가는지 살펴보기 바란다. 사유와 성찰 속에서 비로소 삶의 의미가 드러나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 지금의 조건에서 시작하는 힘
    스티븐 기즈 (지은이), 조성숙 (옮긴이) | 북하우스 | 2015년 12월 "당신은 완벽주의자인가요?"

    어떤 일을 해보기도 전에 걱정거리만 잔뜩 쌓여간다면, 새로운 공부를 앞두고 최신형 노트북부터 생각난다면 자신이 완벽주의자가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무슨 일이든 제대로 해야 한다는 이 완벽주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기회를 접는다. 원제가 '비완벽주의자 되는 법'이기도 한 이 책은 바로 그런 사람들을 위한 구체적인 동기부여의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 스티븐 기즈는 2012년 미국 네티즌이 뽑은 '가장 영향력 있는 자기계발 블로그' 1위를 수상한 파워블로거이자 개인 성장 전략가다. 전작 <습관의 재발견>으로 전세계 독자들에게 널리 사랑받았던 그는 시작을 방해하는 망설임의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것을 몰아내기 위한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그는 즉시 시작하고 행동할 수 있는 힘은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것, 아주 작고 사소한 결심을 실천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고 강조한다.

  • 카인
    주제 사라마구 (지은이), 정영목 (옮긴이) | 해냄 | 2015년 12월 "땅에서도 엉망인 바와 같이 하늘에서도"

    동생을 죽이고 도망친 살인자 카인은 세상을 떠돌며 구약성서 속의 사건들을 만난다. 이 이단자가 바라보는 구약의 사건들은 성경에 기록된 방식보다 더 비루하고 의문에 가득 차 있다. 소돔 시민들은 여호와가 쏟아부은 불세례에 타 죽었는데, 죄를 지은 이들이야 그렇다치고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은 왜 함께 죽어야 했는가? 여호와는 바벨탑을 지어올리던 인류의 언어를 뒤섞어버리고 탑을 무너뜨렸는데, 애초에 뭘 해도 신 미만의 존재일 수밖에 없었던 인간의 '건방짐'이 그토록 커다란 죄였을까? 주제 사라마구는 카인의 시선을 따라 구약성경 속의 사건들을 파헤쳐 신의 불가해한 판단들을 끄집어낸다.

    이 속성들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결론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신이 자신의 모습을 본따 인간을 만들었으므로, 역으로 인간의 지닌 죄악의 경향을 신 역시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결론이다. 지상에서 엉망인 바와 같이 하늘에서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다른 하나는 C.S.루이스가 말했듯 신의 선악 개념은 인류의 판단 방식과 완전히 달라서 인간의 정의로 신의 정의를 이해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주제 사라마구 또는 카인은 이 이해할 수 없는 절대 권력 아래에서 부조리한 삶을 영위하는 인간들을 바라보면서 끊임없이 '진리'를 의심하고 풍자한다. 신이 존재한다면 아무도 신에 도전할 수는 없으므로, 주제 사라마구는 그 벗어날 수 없는 압제 속에서 더 잘, 더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삶의 지혜를 전달해준 셈이다. 에덴 동산의 뱀으로부터 출발한 불경한 지혜의 오랜 역사가 이 책 속에서 느긋하게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 연봉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우석훈 (지은이)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6년 1월 "말할 수 없어 은밀해진 연봉에 대하여"

    함께 잘사는 방법을 모색하는 C급 경제학자 우석훈의 신작. 이번 책에서 그는 먹고 사는 데 가장 중요한 문제이면서도 드러내놓고 말하기엔 터부가 돼 있는 연봉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그는 연봉이라는 것이 서로 공유하기에 민감한 사안임을, 모든 사람의 연봉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꼭 좋은 일만은 아님을 인정하면서도 우리 사회에 연봉에 대한 이야기와 소통이 더욱 많아져야 함을 역설한다. 우리가 연봉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할수록 전체의 연봉 수준이나 결정 방식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연봉이 결정되는 경제학적 원리를 설명하고 경제 성장과 연봉의 상관관계와 한국 기업이 연봉을 결정하는 요인들을 함께 살펴본다. 책의 중반부에서는 각 산업 분야별, 계층별 연봉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예상대로 그 차이는 상당했고 개인의 선택은 무거웠다. 그는 좋은 사회일수록 무엇을 선택하느냐보다 어떻게 살아왔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무도 모르게 결정되는 연봉의 불투명성도 문제다. 연봉공개주의는 세계적 추세라고 한다. 은밀하고 부당한 차별에서 벗어나려면 근로자들도 연봉에 대해 더욱 알 필요가 있다.

1.82016
  • 온 더 무브
    올리버 색스 (지은이), 이민아 (옮긴이) | 알마 | 2016년 1월 "올리버 색스와 함께하는 인간의 여정"

    대표작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로 잘 알려진 신경과 전문의 올리버 색스는 지난 8월 세상을 떠났다. 아쉬움이야 몇 번을 말해도 부족하겠지만, 그의 죽음은, 아니 그의 삶은 큰 감동을 남겼다. 오랫동안 이상한 사람으로 여겨지고, 여전히 불편한 사람으로 이해되고, 때로는 피해야 할 사람으로 구분되던 이들의 삶을 인간이란 지평 위에서 바라보고 생각할 기회를, 그들을 포함한 인류 모두에게 전해주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가 죽기 직전에 남긴 자서전이자 회고록으로, 수십 년 동안 숱한 환자를 만나며 그들의 삶을 듣고 기록한 것처럼 자신의 삶을 돌아본 이야기다.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진솔한 이야기를 마주할 때면, 인간으로서 인간을 이해할 때 필요한 시선의 투명도를, 올리버 색스가 환자를 대하며 인간을 이해하려 노력한 깊이를 새삼 느끼게 된다. 지구에서 인간으로 살았음을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이라 말했던 올리버 색스, 이 책을 읽으니 왠지 나도 그 여정에 함께하는 기분이다. 꼭 함께하고 싶다.

  • 이노베이터
    월터 아이작슨 (지은이), 정영목, 신지영 (옮긴이) | 오픈하우스 | 2015년 12월 "디지털 혁명의 연대기"

    23년 간 타임지 편집장을 지냈고 CNN의 CEO를 역임하기도 한 월터 아이작슨은 70만 부 이상 팔린 <스티브 잡스>로 우리에게 더욱 친숙하다. 그의 신작 <이노베이터>는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전기 작가로서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또하나의 역작이다. 이번 책의 주제는 디지털 혁명이다. 그는 에이다 러브레이스가 프로그래밍 분야를 개척했던 19세기 중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컴퓨터의 아버지 앨런 튜링을 거쳐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그리고 구글의 래리 페이지까지 60여 명의 인물들을 통해,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혁명의 역사와 그들의 천재성, 그리고 기술에 융합된 인문학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책이 결정적인 혁신가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한 명의 천재가 어느날 갑자기 혁신을 이뤄낸 것이 결코 아니라는 일관된 관점을 유지한다. 수많은 작은 전기의 모음이기도 한 이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협업의 중요성이다. 천재들의 창의성은 협업 없이 발휘될 수 없었고, 그것은 주위 동료를 넘어 동시대인들 간, 세대 간에도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아이작슨 역시 독자들과의 협업으로 최종 원고를 완성했다고 한다. 협업하고 혁신하라, 그것은 이 방대한 연대기가 전하는 진짜 메시지가 아닐까.

  • 어린이 인문학
    조승연 (지은이), 박순구 (그림) | 세종주니어 | 2015년 12월 "영어 단어로 출발하는 인문학 여행"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추어 일상 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45개 영어 단어의 유래와 변천사를 풀어냈다.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라틴어 등 5개 국어에 능통한 저자 조승연이 어원의 이해가 언어 능력의 향상을 이끌어내고 이것이 곧 인문학적 사고로 이어진다는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썼다. 신화, 과학, 문화, 예술, 음식, 커피, 사회, 경제 영역에서 최고의 재료를 골라 정성껏 요리했다. 영어 공부를 좀처럼 재미를 붙이지 못하는 초등학생, 인류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 있는 어린이 모두가 탐낼 만한 맛있는 교양서이다.

    <공부기술>, <이야기 인문학>, <그물망 공부법> 등의 베스트셀러와 여러 방송에서 보여준 저자의 유쾌한 입담이 이번 책에서도 효과를 발휘한다. 하나의 키워드를 시작으로 수없이 가지를 뻗어나가는 이야기들이 머리 속에 쏙쏙 들어온다. 저자가 시공일관 활기차게, 진심을 담아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덕분에 읽는 사람도 즐겁다. 어린이 독자들에게 말 건네는 방법을 제대로는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 신현림의 미술관에서 읽은 시
    신현림 (지은이) | 서해문집 | 2016년 1월 "신현림이 매혹된 시와 그림들"

    시와 그림은 신현림 시인이 외롭고 허전할 때, 두려움과 불안에 빠졌을 때 시인의 마음을 단단히 붙잡아주었다. 스무 살 즈음, 서양화과 지망생에서 디자인과 입학과 자퇴, 폐병과 심각한 불면증을 앓으며 국문학과 입학생이 된 독특한 이력은 세계명화와 미술서 탐독으로 이어졌고, 이는 시를 쓰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미술관 여행으로 허기진 영혼을 살찌우곤 했다. 다양한 그림을 보며 받은 영감은 시가 되었고, 그림과 시를 함께 엮은 한 권의 책으로까지 탄생하게 되었다.

    스물과 마흔 사이, 신현림 시인이 눈과 마음으로 담아온 그림과 시들을 한자리에 모은 이 책은 미술관에서 만난 작품 한 점에 연상되는 시 한 편을 함께 수록하고, 시인의 해설을 덧붙였다. 시인의 따뜻한 시선과 호흡으로 펼쳐지는 한 편 한 편의 글과 아름다운 작품을 통해 인생을 단단하게 만드는 지혜를 배우고, 아름답고 참다운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1.122016
  • 지식
    루이스 다트넬 (지은이), 강주헌 (옮긴이) | 김영사 | 2016년 1월 "지구에서 <마션>의 주인공이 된다면?"

    기후변화, 핵전쟁, 조류독감 창궐 등 인류가 멸망할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 오히려 이렇게 살아가는 게 신기할 지경이다. 과거 인류는 종교에 기대어 다음 세계를 예견했다. 그런데 문명이 붕괴하고 나서 새로운 삶을 꾸리는 데에 가장 절실한 방법은 무엇일까? 영국 우주국 연구원 루이스 다트넬은 과학 기술이라 단언한다. 기초적인 의식주를 해결하는 방법부터 전력과 운송 등 사회를 재건하는 수준까지, 인류가 쌓아 올린 지식을 쉽고 빠르게 학습하고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무것도 남지 않는 세계를 상상할 필요는 없다. 어떤 식으로 사태가 벌어지든 무언가 남아있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남은 걸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재건을 준비하는 데에 시간을 벌 수 있다. 또 다행히 꼭 지금 인류가 누리는 수준의 문명을 세울 필요도 없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필요가 있을 테니,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상황을 만드는 데 힘을 모으면 충분하다. 이렇듯 이 책은 단순히 생존 기술만 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인류가 쌓아온 지식의 핵심을 이해하며 발전 과정을 복기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지식, 과학, 문명의 방향을 점검할 수 있다.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을 상상하며 혹시라도 벌어질지 모를 일을 준비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인류의 가능성 아니겠는가.

  • 악스트 Axt 2016.1.2
    악스트 편집부 (엮은이) | 은행나무 | 2016년 1월 "소설 VS 소설, 악스트Axt 듀나를 듣다"

    격월로 우리가 사랑하는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Art와 Text를 통해 다채롭게 선사하고 있는 악스트Axt가 신년 인사를 건넨다. 편집위원인 소설가 배수아, 백가흠, 정용준이 'SF작가이자 칼럼니스트'로 스스로를 소개하는 '소설가' 듀나를 만났다. 백가흠의 소설론과 듀나의 소설론이 화학작용을 일으키고, 배수아와 듀나는 SF소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스스로를 '듀나의 영화 낙서판'회원으로 소개하는 정용준은 영화 칼럼니스트로서의 듀나의 면모에 대해 주로 묻는다. 피아를 구분하지 않는 날카로운 비평들이 오가며, 소설을 읽고 쓴다는 것에 대한 다양한 지점을 자극한다.

    김성중이 읽은 김엄지, 노승영이 읽은 미야베 미유키, 정영목이 읽은 이문구 같은 리뷰가 시선을 끈다. 배수아가 번역한 야스시 이노우에의 <2월>, <자두꽃>은 일본어로, 독일어로, 다시 한국어로 번역되는 동안 더했을 말맛을 상상하게 한다. 윤고은, 박솔뫼, 김남숙, 황현진 등 주목받는 젊은 작가들의 단편소설, 악스트 독자가 기다렸을 이기호, 최정화의 연재소설도 함께 실렸다.

  • 돈에서 자유로워지는 시간
    고득성 (지은이) | 다산북스 | 2016년 1월 "돈을 관리해야 하는 진짜 이유"

    10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돈 걱정 없는 노후' 시리즈로 유명한 고득성 저자가 4년 만에 신작으로 돌아왔다. 그는 오랫동안 프라이빗뱅킹 부서에서 일하며 수천억 원 대의 자산가들을 만나 돈에 대한 철학을 배웠고, 이를 돈 때문에 힘들어하는 일반 대중들에게 전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소설 형식이었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 책에서는 돈에 대한 경험과 철학을 집대성한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준다.

    그는 인생의 행복은 결코 넉넉함에 있지 않다고 전제하고, 돈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관점과 생각의 변화를 강조한다. 돈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자 일과 사람과 경험이 다시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아왔다는 저자 자신의 경험담은 책의 진정성을 한층 높인다. 역설적이게도 돈에서 자유로워지려면 돈을 더욱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그는 돈을 어떻게 생각하고, 설계하고, 관리해야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는지를 가족재산 설계법, 개인자산 관리법, 저성장 시대의 노후 대비법 등으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 나의 투쟁 1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지은이), 손화수 (옮긴이) | 한길사 | 2016년 1월 "정말 이상한 자전소설"

    노르웨이에서 온 이 자전소설은 그 매력을 설명하기가 어렵다. 시적인 상상력은 거의 배제되었고 '소설 같은' 사건들도 별달리 등장하지 않는다. 시점을 뒤섞거나 전개 방식을 비틀지도 않고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시간순으로 진행된다. 위악은커녕 유머조차도 보기 어렵다. 문학이 세계를 보다 효과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사용해 온 수많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적 장치들은 이 소설 속에서는 의도적으로 배제된 것처럼 느껴진다. <나의 투쟁>은 그저 한 인생이 계속 나아가는 이야기이다. 그 인생을 통해 어떤 의미를 도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하나의 인생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계속 읽게 된다. 별다른 사건도 없고 풀어야 할 수수께끼도 없이 소설은 작가 자신의 삶을 계속 전개하며, 독자는 반쯤은 무의식 상태로 그 전개를 따른다. 때로 구술처럼 느껴지는, 중얼거리는 문체가 한 인간의 삶을 수백 페이지가 넘게 시간순으로 도열하는 모습은 일견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이런 걸 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떤 장치를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작가'의 의식을 의식적으로 붕괴시킨 크나우스고르는 그 의식의 진공상태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저 지하로부터 끌어올렸다. 결국 표면적으로는 거의 아무런 개성도 없어 보이는 <나의 투쟁>은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강렬한 오리지널리티를 자랑하는 작품이 되었다. 이 소설은 정말로 이상한 소설이다. 이런 매력을 어디서 본 적이 있었나 계속 머릿속을 뒤지고 있지만, 나는 아무래도 이 작품의 전범은 찾아내지 못할 것 같다.

1.152016
  • 나이듦 수업
    고미숙, 장회익, 정희진, 김태형, 유경, 남경아 (지은이) | 서해문집 | 2016년 1월 "말년의 양식이 필요한 시간"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한국사회는 노인문제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둔 오늘 한국사회를 생각하면, 심각하다고 할 만큼 특별하지도 않은 문제 확인이다. 오히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노인문제’다. 그들의 존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으나, 그들은 그때부터 사회문제로 불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제 곧 그들이 다수가 된다. 게다가 모두가 그들이 될 예정이다. 도드라진 문제가 아니라 함께 살아갈 기본 조건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시점이다.

    자연현상으로서의 노화는 모두가 체감할 텐데, 왜 사회적으로 노화에 대한 인식은 바뀌지 않고, 노년 문화의 형성은 먼 이야기로 남은 걸까. 정희진은 한국사회에서 노인이 흑인, 여성처럼 다른 종으로 간주된다고 지적한다. 노인은 타자이기에 모두가 노인이 되는 걸 두려워하고, 몸은 노년을 맞아도 사회적 지위를 확보한 이들은 스스로를 노인으로 정체화하지 않으니, 노인은 이야기되지 않는 존재로 남게 된다. 이 책은 일자리가 아닌 일거리 속에서, 상하가 아니라 동등한 관계 맺기 속에서, 지식이 아니라 지혜를 탐구하는 공부 속에서 한국사회가 마주할 노년과 말년의 양식을 제시한다. 비로소 한국사회도 나이들 준비를 시작하는 모양이다.

  • 나는 더 이상 휘둘리지 않기로 했다
    타라 모어 (지은이), 오세웅 (옮긴이) | 문학테라피 | 2015년 12월 "정말 괜찮은 여성으로 거듭나기"

    평소 '나정도 되면 이렇게 살면 안 되는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여자로 태어났다면) 이 책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여성 코칭 전문가인 저자에 따르면 내가 남들보다 괜찮다고 생각하는 순간, 남들은 나에게 '저렇게 괜찮은 사람이 왜?'라는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우리 스스로에 대한 평가와 현실적인 삶의 간극은 어디서부터 비롯되는 것일까. 이 책은 그 차이를 좁혀나가기 위한 매우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 타라 모어는 여성커리어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Playing Big 리더십 프로그램'의 창설자로 현재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중 한사람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녀의 글은 허핑턴 포스트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등에서 폭발적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2014년 '애플아이북 최고의 책'에 선정되기도 한 이 책에는 그녀와 함께한 수많은 여성들의 고민과 방황, 변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 도토리 마을의 서점
    나카야 미와 (지은이), 김난주 (옮긴이) | 웅진주니어 | 2016년 1월 "책에는 진짜 마법의 힘이 있나 봐요!"


    마을 이웃들의 생활 모습을 통해 다양한 직업 이야기를 보여 주는 나카야 미와의 '도토리 마을' 시리즈 다섯 번째 이야기는 '서점'. 나카야 미와는 도시의 대형 서점, 동네 곳곳의 여러 작은 서점을 돌며 직접 취재하며 들은 이야기들을 골라 <도토리 마을의 서점>에 담았다.

    마을 서점에는 재미있는 책이 가득하고,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럽게 이야기꽃이 핀다. 꾸지람을 듣고 우울한 지로는 책을 읽고 용기를 얻고, 병원에 입원한 츠쿠는 더 이상 외롭거나 힘들지 않다. 일요일의 구연동화에 온 아이들은 금세 보물을 찾아 나선 주인공이 된다. 생생한 이야기와 세밀한 묘사는, 독자에게 책을 가까이하게 하고 책이 가진 마법의 힘을 믿게 만든다.

  • EBS 공부특강
    김재천, EBS 공부연구팀, 강유진, 김나미, 송경섭, 안지영 (지은이) | 비아북 | 2016년 1월 "EBS 수능 노하우, 제대로 공부하기 "

    교육이라는 공통 주제 아래 10여년 이상 활동하며 쌓아온 수능 스페셜리스트 5인의 경험과 내공을 바탕으로 기획된 청소년 공부법 도서. EBS 수능 강의를 기획하고 연구하는 콘텐츠 매니저들이 EBS 수능 강의를 연구하면서 마주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뜻을 모았다. 수능강의로 공부해온 선배들의 경험담, 수능 강의 선생님들의 공부 노하우가 더해져 EBS 수능 강의를 바탕으로 제대로 공부하는 법을 소개한다.

    인터넷 강의를 활용하면서 공부 습관을 기르는 방법, 각 개별 과목을 공부하는 방법, 현행 입시제도 하에서 현명하게 수험생활을 준비하는 방법 등을 38강에 걸쳐 알려준다. 수능필수 한국사의 문항 유형을 분석하고, 출제 방향을 분석해주는 자료가 낯선 과목에 도전해야 할 수험생의 길잡이가 된다. 1학년에는 학교 진도에 맞추어 교과서 중심 학습, 2학년에는 시대별 흐름을 재정리하며 고1과정 복습, 3학년에는 기출문제 및 EBS 연계 교재를 활용한 문제풀이 등의 방식으로 학습의 가이드라인을 짚어주기도 한다. 수능 연계율이 70%에 달하는 EBS 수능특강을 볼 때 함께한다면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이 담겼다.

1.192016
  • 법륜 스님의 행복
    법륜 (지은이), 최승미 (그림) | 나무의마음 | 2016년 1월 "온전한 행복에 이르는 길"

    즉문즉설로 숱한 이들의 고민을 시원하게 풀어준 법륜 스님. 그를 찾아오는 이들의 고민은 각양각색이다. 결혼을 앞두고 갈팡질팡 망설이는 이, 말이 통하지 않는 자녀 때문에 속이 상해 찾아온 이, 어렵게 취업에 성공했으나 생각과 다른 일 때문에 새로운 도전을 고민하는 이. 이들이 법륜 스님에게 듣고자 했던 건 무엇일까. 한마디로 정리하면 행복, 행복해지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법륜 스님은 그들이 찾아 헤맨 ‘온전한 행복’이라는 큰 화두를 스스로 던지고는 답을 찾아 생각의 길을 밟는다. 다른 이의 불행에 근거한 나만의 행복이 아니라 우리가 마땅히 가져야 할 행복해질 권리를 말하며, 각자의 상황을 넘어서는 방편이 아니라 각자의 행복이 모두의 행복과 함께 설 수 있는 혜안을 전하는데, 자연스레 스님의 답변은 길어지고 읽는 이의 생각도 깊어진다. 잠깐 스쳐가는 나만의 행복과 깊고 넓게 쌓아가는 우리의 행복 가운데 어느 쪽이 '온전한 행복'에 가까울까. "행복도 내가 만드는 것, 불행도 내가 만드는 것"이라 했듯 역시 각자 헤쳐나갈 길이지만, 끝에서 함께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은 쉽지 않은 길을 걷는 데에 큰 용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 백종원이 추천하는 집밥 메뉴 54
    백종원 (지은이) | 서울문화사 | 2016년 1월 "누가 해도 쉽게, 누가 해도 맛있게"

    2014년 8월에 출간되었던 <백종원이 추천하는 집밥 메뉴 52>가 날개 돋친 듯 판매되기 시작한 건 저자 백종원이 TV 프로그램에서 쉽고 간편한 요리를 선보이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빵빵한 조명과 화려한 테이블 세팅으로 무장한 트렌디한 요리책은 아니었지만, 우리네 식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요리를 좀 더 맛있게 좀 더 쉽게 조리할 수 있는 방법을 담은 그의 레시피 책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었다.

    1년 반 만에 출간된 요리책 2탄 <백종원이 추천하는 집밥 메뉴 54>는 그간 '집밥 백선생', '마이 리틀 텔레비전' 등에서 소개되어 대한민국을 들썩이던 메뉴들의 정확한 레시피를 고스란히 담았다. 만능간장으로 만든 다양한 반찬과 늘 해먹는 매일 집밥, 그리고 특별한 날을 위한 별미 집밥까지 어떤 레시피 하나 허투루 들어있지 않아 이 한 권이면 충분한 '만능 레시피 북'이다.

  • 레버넌트
    마이클 푼케 (지은이), 최필원 (옮긴이) | 오픈하우스 | 2016년 1월 "대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투쟁"

    서부시대의 위대한 개척자로 알려진 실존 인물 휴 글래스가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 혹한기의 대자연이 얼마나 압도적인 존재인지를 실감나게 묘사하는 작가의 능력이 인상적이다. 먹이사슬의 상위권에 존재하는 동물들, 단번에 생명력을 빼앗아가는 추위와 굶주림이 아름답게 펼쳐진 풍경 속에서 주인공 휴 글래스를 압박해 온다. 그러나 죽음이 당연해 보이는 와중에 살아난 그는 자신을 버린 동료들에게 복수를 하기로 결심하고 그 아름답고도 잔혹한 자연 속을 헤쳐나간다.

    극한의 추위와 그를 이겨내는 뜨거운 증오가 이 소설을 지탱하는 두 축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 다른 삶들이 하나씩 추가되고, 그 삶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마치 대립하듯 세워진 자연과 증오라는 두 축 사이를 오가며 그 경계를 흐트러뜨린다. 자연과 인생은 어느새 뒤섞여 복수극의 날카로운 선을 지우고 그 위를 다양한 색으로 수놓는다. <레버넌트>는 기대한 만큼의 복수극이며 기대한 이상으로 작은 아름다움들이 여기저기서 반짝이는 소설이다.

  • 불만이 있어요
    요시타케 신스케 (지은이), 김정화 (옮긴이) | 봄나무 | 2016년 1월 "아빠는 뭐든지 아빠 마음대로만 해!"

    동생이 잘못했는데도 나만 혼내는 아빠, 잠 들기 전에는 과자를 못 먹게 하는 아빠, 겨울엔 춥다고 여름엔 덥다고 밖에서 같이 안 놀아 주는 아빠. 맨날 ‘지금 바빠’, ‘조금 이따가’를 입에 달고 사는 아빠. 더 이상은 못 참아! 화가 잔뜩 난 딸이 조목조목 따지기 시작한다. 도대체 왜! 아빠 마음대로만 모든 걸 결정해버리는 거냐고. 궁지에 몰린 아빠는 핑계를 대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뻔뻔한 속임수에 거짓말인 줄 다 알겠는데도 얄밉지가 않다. 아빠한테 서운했던 마음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 같다.

    ‘내가 언제?’라거나 ‘몰라’ 하면서 회피하는 법은 없는 이 아빠. 앞뒤가 하나도 안 맞을지언정 성의껏 사정을 꾸며내는 모습에 코끝이 찡해진다. 그 한마디 한마디에서 딸을 누구보다도 아끼는 사랑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빠도 때로는 실수할 수 있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기 때문이다. 아빠의 귀여운 변명과 노력 덕분에 드디어 화해하는 두 사람, 지켜보는 이의 마음에도 행복한 기운이 가득 차오른다.

1.222016
  • 천국의 문
    김경욱, 김탁환, 정찬, 윤이형, 김이설, 황정은 (지은이) | 문학사상사 | 2016년 1월 "2016 이상문학상, 김경욱! "

    20여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김경욱다운, 수준 높은 소설을 발표해온 소설가 김경욱이 '이상문학상'의 40번째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병 든 아버지를 돌보느라 점점 도시 바깥으로 밀려나는 딸의 삶. 어머니도, 동생도 새로 결혼을 해서 아버지 곁을 떠나갔지만 그는 아버지에 묶인 이 삶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진짜 삶은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았다."라고 묘사되는 참혹한 내면 속에서 늘 아버지의 죽음을 상상한다. 장국영과 커트 코베인의 죽음을 지나, "누군가 살려면 다른 누군가는 죽어야 했던 거야. 생존자들이란 어찌 보면 살인자들인 셈이지." (자선작 <양들의 역사> 중, 이 소설이 2015년 발표된 점이 의미심장하다)라는 서늘한 인식이 도래했다. 죽음이 요양병원의 병원비와 감자 한 알의 저녁식사와 대체되는 삶. 죽음마저도 존엄할 수 없는 요즈음의 삶에 대해, 날렵하게 계산된 잘 짜인 구성의 '단편' 소설이 질문을 던진다.

    좋은 소설로 즐거움을 주었던 작가 김경욱의 자선대표작, 작가론 등을 함께 읽으며 작가 김경욱을 깊이 느낄 수 있다. 우수상 수상작인 김이설의 <빈집>, 김탁환의 <앵두의 시간>, 윤이형의 <이웃의 선한 사람>, 정찬의 <등불>, 황정은의 <누구도 가본 적 없는> 등도 함께 실렸다. 지금 이 순간을 소설로 읽는 기쁨이 새해 만날 수 있는 수상 작품집에 있다.

  •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
    리처드 H. 탈러 (지은이), 박세연 (옮긴이) | 리더스북 | 2016년 1월 "인간을 연구한 행동경제학의 반세기 여정"

    사람들은 수준(Level)이 아닌 변화에 반응한다. 매달 나오는 월급보다 어쩌다 나오는 소소한 보너스에 기분이 더 좋다. 또한 현재 상태로부터의 변화에 따라 민감성 체감을 경험한다. 10만원과 20만원의 차이가 100만원과 110만원의 차이보다 크게 느껴진다. 예컨대 우리는 마트보다 가전매장에서, 국내보다 해외에서 낭비할 가능성이 더 크다. 이것은 감정을 배제한 합리성에 기반을 둔 주류경제학에서 다루지 못했던, 행동경제학의 놀라운 통찰이다.

    행동경제학의 원년은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둘 다 심리학자다)가 1979년에 발표한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데, 카너먼은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당시 그 공을 한 경제학자에게 돌렸다. 바로 이 책의 저자 리처드 탈러다. 미국경제학회 회장을 역임한 그는 우리에게 <넛지>로 더욱 유명하다. 이 책은 행동경제학을 체계화시킨 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역사드라마다. 학문의 발전 과정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았던 동료 학자들과의 에피소드를 통해 행동경제학의 핵심 이론과 통찰은 물론, 다양한 사례와 최근 경향까지 모두 담아낸, 반세기 행동경제학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다.

  • 비트레이얼
    더글라스 케네디 (지은이), 조동섭 (옮긴이) | 밝은세상 | 2016년 1월 "배반의 열기가 가득한 아프리카에서"

    <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의 장편소설. 작가가 그간 주로 미국이나 유럽의 도시를 작품의 주요배경으로 삼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사하라사막, 카사블랑카, 에사우이라, 와르자자트로 유명한 북아프리카의 모로코를 주 무대로 삼았다.

    버펄로에 회계사무소를 열어 사회적으로 성공한 로빈은 예술가인 남편과의 결혼을 통해 더욱 행복해지기는커녕, 점차 실망만이 쌓여가는 중이다. 아프리카로 떠난 여행에서 로빈은 관계를 전환시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남편의 결정적인 배신이 발견되면서 그녀는 낯설고 위험한 모로코에서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게 된다. 부부간의 실패한 소통을 회복시키려는 드라마처럼 보였던 소설은 이때부터 신변의 위협을 둘러싼 스릴러로 변모하며, 북아프리카의 풍광 속에서 펼쳐지는 이 갑작스러운 모험은 어두운 느낌보다는 자신의 더 나은 삶을 향해 달려가는 '액션' 어드벤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간 여성 주인공의 삶을 꾸준히 다루어 온 더글라스 케네디는 이 작품에서 기존의 여성 캐릭터들보다 더 활력 있고 (비록 본의아니게 시작된 일이기는 하나) 살고자 하는 의욕에 넘치는 캐릭터를 창조했다. 인상적인 변화라 할 수 있겠다.

  • 아틀라스 중앙유라시아사
    김호동 (지은이) | 사계절 | 2016년 1월 "중앙유라시아에 들어서는 탄탄한 입구"

    한국에서 실크로드, 중앙아시아, 유라시아가 먼 역사의 흔적에서 깨어나 오늘 세계와 맞닿은 공간으로 여겨진 지도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길을 따라 오가던 유물부터 오늘 그 길을 다시 걷는 여행기까지, 그곳은 제법 익숙한 풍경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곳은 흐릿하게 보일 뿐 선명하지 않다. 낯설게 다가오는 수십 개의 언어와 오늘날 수십 개 나라에 얽힌 넓디 넓은 지역에서, 마땅한 입구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중앙유라시아 역사 연구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김호동 교수의 개설서를 기다리는 이가 많았다.

    김호동 교수는 1차 사료 역주서부터 주요 해외 저작 번역과 교양서 집필까지, 그간 중앙유라시아 도서 출간에 꾸준히 관여했고, 이 책을 펴낸 사계절 출판사는 90년대 후반부터 이 지역에 주목해 수십 종의 책을 펴내며 유목-오아시스 문화 소개에 앞장섰다. 더불어 지도를 역사 읽기의 주요 텍스트로 삼아 아틀라스 역사 시리즈도 펴냈는데, 이번 책이 그 시리즈의 마지막 책이다. 정리하자면 이 책은 해당 분야의 저변을 넓힌 출판사와 그 지역 역사 연구에서 손꼽히는 학자가 20여 년 동안 쌓아 올린 성과라 할 텐데, 그것이 연구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교양으로 마주할 수 있는 구성과 요소까지 갖췄으니 금상첨화라 하겠다. 비로소 중앙유라시아에 들어서는 탄탄한 입구가 마련되었으니, 더 많은 이들이 그곳으로 들어가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하길 바랄 뿐이다.

1.262016
  • 사라바 1
    니시 카나코 (지은이), 송태욱 (옮긴이) | 은행나무 | 2016년 1월 "삼십대, 잔치가 끝나고 난 뒤"

    죽음을 제외한 인생의 다른 많은 부분들이 그렇듯, 한 인생이 가질 수 있는 좋은 시절은 불공평하게 분배되어 있다. 또한 행복이라는 자원을 소모해 인생의 엔진을 돌릴 수 있는 효율도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행복에 대해서 말하자면, 인간은 연료의 양과 엔진의 성능을 무작위로 부여받은 채 목적지까지 달려가야 하는 차량 같다. 그런데 이 불공평한 질주에는 관문이 하나 더 있다. 행복이 언제부터 언제까지 주어질지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래를 내다볼 수 없는 인간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자원을 좀처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 여기서 희망과 불안이 태어난다. 그리고 아마 여기서 이야기가 태어났을 것이다.

    <사라바>는 주인공 아유무가 태어나서부터 서른일곱 살에 다다르기까지의 삶을 시간순으로 그린 소설이다. 해외에서 일하는 아버지 덕에 여러 나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섬세한 글을 쓰는 감수성과 타고난 친절함, 준수한 용모로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아 왔다. 그러나 딱히 누구의 잘못이라고도 할 수 없이, 그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었던 조건들은 하나둘 그를 떠난다. 부모님의 이혼을 기점으로 가족들은 하나같이 기행을 거듭하며 그를 괴롭히고, 불경기는 일자리를 위협하고, 설상가상으로 잘생겼던 용모도 시간이 갈수록 점점 빛을 잃어간다. 그의 주위는 지속적으로 색과 빛을 잃어간다. <사라바>는 그런 몰락의 기록이다. 그러나 아유무는 아직 서른일곱, 지나온 날들보다 남은 날들이 더 많은 사람이다. 게다가 그는 아직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니 이렇게 얘기하는 쪽이 좋겠다. 이 소설은 운명이 이것저것을 앗아가고 난 뒤, 허전해진 삶을 부여잡고 다시금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마음 속에서 다시 태어난 사람의 이야기라고.

  •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은이), 김명남 (옮긴이) | 창비 | 2016년 1월 "페미니스트란 결코 어려운 말이 아닙니다"

    페미니스트란 결코 어려운 말이 아니다. 사전에 따르면 “모든 성별이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평등하다고 믿는 사람”이란 뜻이다. 명확하고 간결한 데다, 오늘날 보편 인권을 감안하면 선뜻 반대하기도 쉽지 않은 정의다. 그렇다면 문제는 현실일까? 사전에서 한 걸음 나아가는 저자의 정의를 살펴보자. “남자든 여자든, 맞아, 오늘날의 젠더에는 문제가 있어, 우리는 그 문제를 바로잡아야 해, 우리는 더 잘 해야 해, 하고 말하는 사람.” 아마도 둘 사이 어디쯤에 오해와 혼란과 논쟁이 끼어들지 않았을까 싶다.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나 자랐고, 미국에서 공부하며 소설가로 활동하는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는, 성장 과정에서 겪은 일화를 바탕으로 앞선 정의만큼이나 명확하고 간결하게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외친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누군가 당신은 이런 사람이니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구속한다면, 당신은 기쁘고 행복할까? 아마 아닐 것이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당신이 하고픈 대로 살 수 있는 세상이 행복한 세상이란 건 당연지사 아니겠는가.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건 바로 모두가 이렇게 사는 행복한 세상을 바란다는 의미다. 자, 이제 오해가 풀리고 혼란이 가시고 논쟁이 그쳤는가? 이 책이 그 해결책이라 확신한다.

  • 오리지널스
    애덤 그랜트 (지은이), 홍지수 (옮긴이) | 한국경제신문 | 2016년 2월 "독창성이 발휘되는 순간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런던 비즈니스 스쿨과 함께 세계 최고의 MBA로 손꼽히는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와튼 스쿨, 그곳에 서른한 살이라는 놀라운 나이에 최연소 종신교수로 임명된 애덤 그랜트는 현재 세계가 주목하는 젊은 경영 사상가다. 전세계에 동시 출간되는 신작 <오리지널스>는 이타적인 행동과 성공의 상관관계를 밝혀냈던 <기브앤테이크>에 이은 그의 두 번째 저서로, 독창적인 사람이 되기 위한 놀라운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책에서 말하는 '오리지널'은 독창성이나 창의력을 가진 사람을 뜻하지만, 천재성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누구나 오리지널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는 잠재되어 있던 독창성이 발휘되는 순간을 포착하여 일종의 행동지침을 제시하는데, 할 일을 의도적으로 미루기, 불안과 분노를 이용하기, 과격한 성향 숨기기 등 기존의 상식과 통념에 반하는 내용이 많다. 대세에 순응하지 않는, 이른바 반항아적 기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조직심리학 분야의 권위자답게 충분한 실험과 사례를 통해 이를 입증한다. 그는 복잡한 아이디어를 단순하고 명쾌하게 설명하는 타고난 이야기꾼 같다. 새로운 통찰과 혜안에 읽는 재미까지 더한 <오리지널스>는 조직을 이끄는 리더, 조직의 구성원인 개인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오에 겐자부로
    오에 겐자부로 (지은이), 박승애 (옮긴이) | 현대문학 | 2016년 1월 "소설가만이 할 수 있는 총결산"

    전후 일본문학의 총아로 등장한 뒤 일본의 현대사를 끊임없이 반추하고 전망하며 60년 가깝게 창작에 임해 온 작가 오에 겐자부로는 동일본 대지진을 다룬 <만년양식집>을 마지막으로 소설가로서의 은퇴를 선언했다. 현대문학의 세계문학 단편선으로 나온 이번 단편집은 그가 소설 집필을 그만둔 뒤 자신이 발표했던 작품들을 다시 읽으며 그 정수를 추려모은 자선 단편집이다. 작가는 이 작품집을 위해 자신의 옛 단편들을 다시 읽고 고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문장을 모두 꼼꼼히 손보았다고 한다.

    따라서 이 작품집은 오에 겐자부로라는 소설가가 걸어온 발자취를 그대로 되돌리는 게 아니라, 그 지나온 행로를 만년의 시선으로 다시 되돌아보는 새로운 작업이기도 하다. 수많은 문장으로 이루어진 소설가-인간의 일대기를 바라보고/읽고 그 '삶'을 지금의 문장으로 다시 서술하고 증언하는 것이다. 소설가만이 쓸 수 있는 기묘한 자서전이라고 할까. 오에 자신이 이 단편선을 '정본'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누구나 그의 소설들을 자신의 기준대로 추려모을 수는 있지만, 그가 아닌 다른 누구도 그 글들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1.292016
  • 미생 10
    윤태호 (지은이)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2월 "미생, 우리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국민만화 '미생'이 돌아왔다. 시즌 1의 마지막 장면, 원인터에서 정규직으로 전화되지 못한 채 계약 기간이 종료된 장그래는 오차장으로부터 함께 일하자는 전화를 받는다. 만화는 그렇게 '만화적으로' 희망을 전하는듯했다. 그러나 시즌 2로 돌아온 미생은 처음부터 시즌 1의 긴장감을 압도한다. 시즌 2의 현실감은 전체 노동자의 87%에 달하는 종사자가 일하는 중소기업의 치열한 생존 속에서 시작된다.

    장그래에게 같이 일해보자고 제안한 오차장의 진짜 속내,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김대리와 온길 인터의 연봉협상 등 더 단단해지고 더 치밀해진 미생의 세계가 다시 펼쳐진다.

  • 캐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은이), 김미정 (옮긴이) | 그책 | 2016년 1월 "사랑의 천로역정"

    1950년대의 미국. 딸의 장난감을 사러 백화점에 간 캐롤은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 테레즈와 마주한다. 그제껏 전혀 모르는 사이였던 두 사람은 우연히 마주치자마자 서로에게 깊이 빠져든다. 운명적인 만남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을 수 있다. 테레즈는 무대 디자이너를 꿈꾸지만 그 꿈을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확신이 없고, 반복되는 백화점 판매원의 일상에 점점 지쳐가던 중이었다. 캐롤 역시 아무런 기쁨도 찾을 수 없는 결혼 생활에 파묻혀가고 있었다. 이 강렬한 만남은 그 갑작스러움 때문에 걱정을 불러일으킨다. 이것은 사랑이라기보다는 일탈이 아닐까.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수많은 일탈들은 비루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자신의 욕망이 홀로 빚어낸 그림자 놀이와 비슷하다.

    그러나 모든 '사랑'이 이렇지는 않다. 새로 사랑하기 시작하는 이들이 전범으로 삼고 싶어하는 올곧은 사랑이 분명히 존재한다. 언제나 어딘가에는 그런 사랑이 있었고 앞으로도 영영 그럴 것이다. 누군가가 그럴 수 있다면 그게 우리일 수도 있다. 이제 다시 질문을 던져 보자. 이것은 일탈이 아닐까.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이 질문에 '사랑'이라고 답한다면, 캐롤은 1950년대의 미국에서 레즈비언임을 고백하고 주류 사회의 바깥으로 걸어나와야 한다. 인생을 걸어야 한다. 이것은 사랑일까, 아니면 파묻혀가는 인생이 그려낸 환상 속의 놀이일까. 캐롤과 테레즈는 사랑이라고 결론을 내렸고, 함께 떠났으며, 떠난 자신들을 쫓아와 딸과 애인 중 한 명을 선택하라고 협박하는 사설탐정 앞에서 남은 인생의 거대한 분기점이 될 선택을 내릴 것이다. 이 즈음의 어느 순간에 질문과 의심은 잦아들고 어떤 평화와도 같은 상태가 찾아온다. 고통이 사라진 평화가 아니라 고통을 기꺼이 감내하는 평화. 마치 수도원 속에서 믿음을 구하는 이들과 같은 평화다. 자신의 선택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스스로 고난을 어깨에 짊어진 이들은 의심하지 않음으로써 두려워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음으로써 의심하지 않는다. 비록 더 큰 고통과 피할 수 없는 슬픔이 다가온다고 할 지라도, 그 미래조차 이미 평화로운 그들의 어깨 위에 있다.

  • 작가의 책
    패멀라 폴 (지은이), 정혜윤 (옮긴이) | 문학동네 | 2016년 1월 "어떻게 읽어도 재미난 책 이야기"

    책을 즐겨 읽거나 책을 모으는 일을 좋아한다면, 처음 방문한 다른 이의 집에서 나도 모르게 서가 앞을 서성이면서, 그가 읽거나 산 책을 살피며 나와 그이의 독서와 삶과 생각을 퍼즐 조각 맞추듯 견주어 본 적이 있을 터, 상대가 내가 좋아하는 작가라거나 내가 알고 있는 작가라거나 내가 모르더라도 많은 이가 알고 있는 작가라면, 궁금증과 호기심은 배가 되고 그들이 읽었거나 읽고 있는 책 이야기에는 왠지 그들의 창작 비법이라든지 남다른 독서 이력이 숨어 있지 않을까 기대를 품게 되지 않을까.

    아마 이들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 <뉴욕 타임스 북 리뷰>에서는 작가에게 최근에 읽은 책과 책을 정리하는 방식부터 언제, 어디에서 책을 읽는지, 대통령에게 권하고 싶은 책은 무엇인지, 남들이 보면 놀랄 만한 서가의 책은 무엇인지 등을 물어 4년 동안 연재했다. 그 가운데 55명의 작가가 보낸 답을 모은 이 책은, 그 작가라면 이 책을 재미나게 읽었겠지 예상했던 이에게는 정답의 즐거움을, 이 작가가 이런 책도 재미나게 읽었다는 예상치 못한 답변에서는 그 작가에 대한 새로운 느낌을 전한다. 어떻게 읽든 재미난 책이라는 말씀 되시겠다.

  • 2030 대담한 도전
    최윤식 (지은이) | 지식노마드 | 2016년 1월 "그럼에도 예측이 필요한 이유"

    우리는 예측 불가능 시대를 살고 있다. 월가의 투자 전문가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블랙 스완>에서 '예측 가능한 것은 미래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고 했다. 영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 노리나 허츠 런던대 명예교수는 '이제는 전문가들의 말조차 믿지 말라'고 당부한다. 금융가에서는 '도무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탄식이 쏟아진다. 경제를 예측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렵고 무모한 도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미래학자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최윤식 박사의 경우라면 다르다.

    앞으로 2년, 조선/건설/해운 대기업 한두 곳이 파산하고 금융위기가 발발할 가능성이 90%라는 등 그가 밝히는 시나리오는 다소 충격적이다. 물론 대책 없는 비관론이나 근거 없는 낙관론을 펴는 것은 아니다. 그는 정치, 경제, 기술, 환경 등 사회와 산업 전 분야를 포괄하는 구체적인 통계와 분석을 근거로, 대담한 미래 전략과 과감한 도전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유비무환이라 했던가. 중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성찰이다. 그것은 미래학자가 예측을 시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측이 들어맞았느냐는 그 다음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