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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사 (무선) 상상하지 말라 보물섬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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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소설가의 회고"
익사 (무선)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유하 옮김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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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사>에는 상징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다. 아버지를 부정하면서도 그 왜곡된 남성성의 대를 이어 내면화하는 남자들의 삶은 그들(남자들)이 구축해 온 일본 근현대사(또는 그냥 이 세계의 역사)로 확장된다.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국가주의 세대와 그에 반동해 극좌 운동을 펼친 이후 세대가 선을 긋고 있고, 극좌 운동을 펼쳤던 세대는 다시 사회의 벽에 부딪혀 우경화한 부정의 현대사다. 아버지를 부정한 다음 자기자신의 내면을 한 차례 이상 부인해야만 했던 일본의 남자-소설가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그리고 그의 아들은 장애를 가지고 있고 작곡을 하려고 한다.

그렇다면 <익사>는 오에 겐자부로의 자전적인 소설 또는 고백이라고 보아야 할까. 실제로 오에 겐자부로가 겪은 일들이 변형된 형태로 소설에 등장하기는 하지만, <익사>는 작가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회고조로 쓴 작품은 아니다. 여전히 오에 소설은 당면한 현재를 밝힐 구원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가장 큰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익사>에서의 구원은 상호 부정을 거듭하며 되려 서로 닮아가는 멜랑꼴리한 남자들의 역사 바깥에서 찾아온 여자(들)로부터 이루어진다. 이 또다른 방식의 공동체가 제안하는 대안은 외적 혁명이 아니다. 그저 돌아가 다시 발견하는 것이다. 어딘가에서 잘못되었고 오해가 있었으며, 그 지점으로 돌아가 애도하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자가 과거를 돌이켰을 때, 잠깐 일본의 역사 전체가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역사 구성원 전체가 정신병리학적인 깨달음을 얻고 도약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대안은 아직 무기력하다. 따라서 소설가는 그 비전을 가지고 다시 소설을 쓸 뿐이다. 따라서 <익사>는 정말로 노회한 소설가의 회한이며 고백이 된다. 다만 그 회한이 언제까지고 미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 소설 MD 최원호
추천사
『익사』를 읽으면, 굴원의 「이소」 중 한 구절이 떠오른다. ‘길은 아득히 멀고 멀지만, 나는 천지를 오르내리며 뜻을 찾아 헤매노라.’
-모옌 (소설가)

『익사』는 오에가 직접 말하는 ‘후기의 작업’과 ‘만년의 스타일’ 그 자체다.
-옌롄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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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데이터 분석가 송길영의 욕망 관찰기"
상상하지 말라
송길영 지음 / 북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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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혼자 살면 집이 큰 것도 아니고 이사도 자주 다닐테고 돈이 넉넉하지 않을테니 뭐든지 작고 싼 물건을 사지 않을까?' 이 지레짐작이 낳은 40인치 이하의 50만 원짜리 '통큰TV'는 비록 좋은 반응을 얻긴 했으나 그 반응의 대부분은 애초 타겟이었던 싱글이 아닌 모텔, 멀티방 주인들로부터였다. 정작 싱글들이 실제로 가장 많이 사는 TV는? 화려하진 않지만 충실한 기능을 가진 널찍한 70인치에 컴퓨터 모니터 겸용으로 쓸 수 있는 300만 원짜리 TV였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비즈니스 현장에서 수없이 벌어지고 있는 '지레짐작', '대박', '폭망'의 현상과 인과관계, 의미를 차근차근 흥미진진하게 짚어준다.

전작 <여기에 당신의 욕망이 보인다>로 빅 데이터의 효용을 소개했던 다음소프트 송길영 부사장의 신작이다. 이번엔 빅 데이터 열풍이 휩쓸고 지나간 지금의 한국을 비추며 단순히 거대한 데이터에선 얻을 수 없는, 그 안의 함의를 해석해내는 인간의 통찰에 더 세심하게 초점을 맞췄다. 특히, 현실은 머릿속에 떠올린 이미지와 다르기 십상이라며 섣불리 '상상'하지 말 것을 우선 강조한다. 어설픈 짐작을 버리고 철저히 관찰할 때, 사람들의 진짜 욕망을 파악하는 감각이 더 날카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집된 빅 데이터와 그동안 저자가 실제 진행했던 다양한 컨설팅 사례들을 기반으로, 인간의 삶을 이해하고 가치 있는 대안을 찾아내는 법을 쉽고 설득력있게 풀었다. 직장과 가정, 사회의 영역을 넘나들며 이어지는 그의 다채로운 이 이야기들은 좀 더 너른 시야와 이를 통한 결정적 통찰을 향한다. 따라가다 보면 기회의 문을 여는 확실한 열쇠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경영 MD 채선욱
책 속에서
그러나 오해는 말기 바란다. 이 책이 하고 싶은 말은 데이터가 최고라는 것이 아니다. 내가 하는 일이 소셜 미디어를 분석해 사람들의 욕망을 캐내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데이터 지상주의를 외치고 싶지는 않다. 사람 마음속을 알기 위해 반드시 데이터를 돌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일상에서 잘 관찰하면 그것만으로도 재미있는 통찰이 나올 수 있다. 이것은 말하자면 1단 기어다. 그런데 여기에 데이터가 들어가면 2단 기어를 넣는 셈이다. 당신의 관찰 결과를 데이터가 뒷받침하니 당연히 힘이 더 커지지 않겠는가.
...라멘집을 냈는데 장사가 안 된다면 그것은 옆집 가게 때문일 수도 있지만, 전국을 강타한 다이어트 열풍 때문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사람들이 다이어트한다고 라멘을 먹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라멘집 사장은 옆집과 출혈 경쟁을 벌이는 대신 칼로리가 낮은 채소라멘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이처럼 데이터는 세상을 보는 프레임을 바꿔줌으로써 혁신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 라멘집 사장에게 옆에 있는 라멘집과 비교하지 말라고, 기존의 경쟁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안을 생각하라는 말을 해줄 수 있다. 이른바 '파괴적 혁신'이 가능해진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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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책들에 대한 이상한 소설인데 재미있다"
책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습니다
오다 마사쿠니 지음, 권영주 옮김 /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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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애서가 집안에는 책장에 꽂힌 책의 순서를 함부로 바꾸지 말라는 철칙이 있다. 그런데 집안의 어린이 히로시가 어린이답게 철칙을 어긴다. 책 좀 어지럽게 섞어 꽂기로서니 무슨 큰일이 나기야 하겠느냐는 심보인데, 사실은 정말로 큰일이 나는 거였다. 이는 진정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비밀리에 알고 있는 지식으로, 책에도 암수가 있어서 아무렇게나 붙여 놓으면 새로운 내용을 가진 책을 잉태해버린다는 것이다. 어디서 구했는지도 모를 책이 서가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걸 본 사람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점이 있다. 환서라고도 불리우는 이 잉태 작업을 통해 태어난 책들은 기존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책이다. 즉, 내용까지 부모 책들의 면면이 섞인 괴작들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환서에도 룰이 있고 법칙이 있지 않겠는가? 이를 둘러싸고 유서깊은 두 애서가 가문의 라이벌 의식이 불타오른다.

그런데 이 소설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환서라는 설정 자체가 실존하는 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지게 마련인데, 오다 마사쿠니가 보여주는 책들은 그야말로 기서라고 부를 만한 신기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이 중에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인지 확인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이러한 레퍼런스들이 보여주는 독특한 세계관이 환서를 통해 서로 뒤섞이고 또 이 환서들이 등장인물들의 현실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면서 <책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습니다>는 현실과 책 속 세계를 뒤섞은 환상적인 세계 속으로 빠져든다. 인물들이 책 속으로 들어간다는 식의 흔한 설정이 아니다. 어떤 책이 어떤 사람에게 어떤 식으로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슬프고도 아름다운 비유라고 보는 쪽이 좋겠다. 게다가 로맨스까지 들어 있다... 개인적으로 모리미 토미히코를 처음 읽었을 때가 떠올랐다. 즐겁고 빙글빙글 돌고 때로 슬프며 사랑이 있고 다 아름답다. 게다가 이렇게 엉뚱하고 환상적이면서도 어쩐지 '같은 독서인으로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설득력이 있다. 진짜 재미난 경험이었다.
- 소설 MD 최원호
추천사
이미 고전의 풍격을 갖추었다. 전당 입성이 확실한 소설.
-오모리 노조미 (평론가)

이상합니다. 좋은 의미로.
-기시모토 사치코 (번역가)

최고의 애서 소설이자 애처 소설.
-도요자키 유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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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고학년 부문 대상"
보물섬의 비밀
유우석 지음, 주성희 그림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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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백 년 전 꽃섬 앞 바다를 지나다가 난파되었다는 보물선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다. 보물을 찾겠다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스무 가구밖에 살지 않은 작은 섬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보물이 정말로 꽃섬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까?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는 있고, 없다고 여기는 사람에게는 없다’는 고고 할아버지, 타지 사람들에게 보물을 뺏기고 싶지 않은 초등학생 현민이와 산호, 그리고 의문의 보물 사냥꾼들까지. 섬이라는 특수한 지리적 공간을 지능적으로 활용하여 긴장감을 극대화시킨 모험담이다.

자극적인 양념 없이 우직하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 개성 강한 등장인물들의 또렷한 존재감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일확천금을 손에 넣기 위해서라면 못 할 것이 없는 인간의 양심과 헛된 욕망을 꼬집고, 무심하게 흥얼거리는 노랫가락에서 삶의 터전에 대한 긍정을 찾는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무엇보다 모험을 꿈꾸는 사람들을 호기심을 지지한다. 방향이 틀어지고, 목적지가 달라지더라도 떠나는 것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모험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 어린이 MD 이승혜
이 책의 한 문장
“파도가 친다고 생각해 봐. 앞에 가던 큰 배는 가라앉고.” 바다를 보며 당시 상황을 상상해 보았다. “진짜 무서웠겠다. 나 같으면 어휴, 생각도 하기 싫어.” 현민이는 몸서리를 쳤다. 쌍꺼풀진 눈이 귀여웠다. “그래도 보물을 지키려고 하지 않았을까?” “보물이 문제야? 어떻게든 살고 봐야지.” “하지만 보물을 잃으면 안 되잖아.” 말을 해 놓고 보니 보물을 꼭 끌어안고 물속으로 가라앉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래도 살아야지. 보물이야 나중에 찾으면 되지.” 현민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했다. 현민이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