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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류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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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큰글자책] 초보 작가의 글감옥 탈출기>

류미정

한학자이신 외조부 댁의 한옥 대청마루에 감돌던 한자의 향기가 기억에 가물가물. 김제평야의 하늘과 땅이 일망무제로 그려준 지평선에서 생애 첫 한자인 ‘한일자’를 배우다. 대학에서 중어중문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타이완으로 중국어 연수를 다녀와 학원 강사로 일했다.
1999년 처음 붓을 잡았고, 2000년 관촌 박태평 선생님께 사사하였다. 2001~2003년 원광대학교 동양학대학원에서 서예문화학 석사 취득. 2002년 행원 윤경혁 선생님의 ‘만시당’(현,국어고전문화원)에서 사서삼경을 배우며 <설문해자>를 처음 만나 운명처럼 빠져들다. 같은 해부터 인사동의 성재 황방연 선생님 서실에 13년째 발자국을 찍고 있다. 2010년부터 <전설의 한자> 집필, 동영상 강의 사이트 제작. 2012년 서울 종로구 서촌에 ‘갤러리 글’을 열다.

수상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예부문 특선(2015)
<월간서예> 주최 <대한민국 서예대전> 우수상
<전라북도 서예대전> 대상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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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전설의 한자> - 2016년 1월  더보기

한자는 마치 바다 같았다. 묘한 신비감으로 손짓해 부르고는, 정작 깊숙이 들어가 보려 하면 좀체 곁을 주지 않는 바다처럼 궁금하면서도 답답한 존재. 그저 바닷가 헤엄으로 물장구나 철벅거리듯, 변죽만 지분거리는 한자공부가 꼭 그러하였다. 중어중문학을 전공하고도 한자는 여전히 막막하고 어려웠다. 외우다 잊어버리면 지칠 때까지 다시 외우는 반복학습만이 왕도라고 생각했다. 아들과 딸에게 한자를 가르치려다가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솔직하였다. 외우다 지치는 암기학습을 아이들은 지루해했고, 그 지루함을 강하게 거부하였다. 그랬다. 단순 반복암기법은 별다른 학습법이 발달하지 못하였던 시대의 오래고 오랜 ‘뚝심천리’ 방법론이었다. 보다 쉽고 재미있는 학습법은 없을까. 좀 더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학습법은 없을까. 한자에 담긴 원리와 원칙을 그림처럼 생생하게 느껴보는 학습법은 없을까. 막연한 갈증만으로 ‘세상에 없는 공부’를 꿈꾸는 방랑에 빠져들었다. 어찌어찌 인연을 따라 붓도 잡아보았다. 官邨 朴泰坪(관촌 박태평) 선생님께 처음 사사를 하고, 이후에 원광대학교 동양학대학원에서 ‘서예문화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내친걸음 인사동의 醒齋 黃邦衍(성재 황방연) 선생님 서실에 13년째 발자국을 찍고 있다. 그러나 글씨를 쓰면서 갈증은 더욱 심해졌다. 한 획 한 획 한자의 생김새를 따라 선을 베껴 그리면서 문자 본연에 대한 궁금증에 더욱 목이 말랐다. 2002년 지인의 소개로 당시 종로에 있던 서당을 찾았다. 杏園 尹庚爀(행원 윤경혁) 선생님이 가르치시는 晩始堂(만시당, 지금은 국어고전문화원)이었다. 주로 사서삼경을 공부하였는데, 강의법이 이전까지 겪어본 방식과 조금 달랐다. 일방적인 강의가 아니라, 字典(자전)을 직접 넘기며 일일이 小篆(소전, 진시황이 통일한 한자 서체)을 찾아 글자의 뿌리를 좇아보게 하는 방식이었다. 덕분에 堂僚(당료)들과 함께 ≪康熙字典≫(강희자전) ≪形音意綜合大字典≫(형음의종합대자전) ≪漢韓大辭典≫(한한대사전) 등을 보면서 한자의 뿌리를 유추해가는 기초체력이 생기게 되었다. 許愼(허신)의 ≪說文解字≫(설문해자)를 만나다. 흔히 ‘漢文(한문)’ 혹은 ‘漢字(한자)’라 부르는 표현은 이 문자가 ‘漢나라 때 완성’되었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설문해자≫는 제목 그대로 ‘文을 설명하고 字를 해석한’ 책으로, 무려 1만 자에 달하는 한자를 하나하나 풀어서 본래의 글자 모양과 뜻과 발음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인류 최초의 한자풀이사전이다. 東漢(동한)시대의 대학자 허신은 ≪설문해자≫ 집필에 평생을 바쳤다. 허신이 초고를 완성한 것은 A.D. 100년(동한 和帝 때) 정월이었고, 아들 許沖(허충)으로 하여금 책을 조정에 바치게 한 것은 A.D. 121년(동한 安帝 때) 9월이었으니, ≪설문해자≫의 수정과 보완에만 22년을 추가로 바친 셈이었다. 아직 한국에는 널리 알려지지 못하였지만 ≪설문해자≫는 한자의 혼란을 바로잡고 표준을 확립한 중국 문자학 연구의 집대성으로 불리며, 오늘날까지 중국의 文字學(문자학)·聲韻學(성운학)·訓?學(훈고학) 분야의 필독서로 꼽히고 있다. 무엇보다 허신의 ≪설문해자≫가 이룩한 가장 돌올한 업적은 部首(부수)를 창안한 것이었다. 허신의 부수분류법은 2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자 자전이나 중국어사전 편찬의 기본 편제로 활용되고 있다. 여기서 묘한 오차가 생긴다. 현행 자전은 ‘214부수’를 기본으로 한다. 그런데 허신은 ‘540부수’를 14편으로 나누어 9,353자를 설명하였다. 그렇다면 사라진 ‘326부수’는 어찌된 것인가. 그건 이렇다. 부수는 한자의 뜻을 나타내는 근본 요소로 한글의 자모음, 영어의 알파벳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허신은 자형을 중심으로 ‘540부수’라는 틀을 세웠고, 그 틀은 1500년 동안 유지되었다. 그러다가 1615년 梅膺祚(매응조)가 ≪字彙≫(자휘)를 편찬할 때 ‘劃數(획수)’ 개념을 만들었고, 획수를 줄이기 위해 540부수를 214부수로 줄였는데, 이후 ≪正字通≫(정자통, 1627년)과 ≪康熙字典≫(강희자전, 1716년) 등이 연이어 214부수를 택하면서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 부수 공부를 해보신 분들은 익히 아시겠지만, 획수의 효율을 위해 214부수로 무리하게 줄이는 과정에서 한자의 자형에 변형이 생기게 되었다. 시중에 부수를 통해 학습하는 한자 교재가 많이 나와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한자 공부는 어렵다. 214부수는 자전 체계로서는 대단한 발전이었지만, 그로 인한 변형이 한자의 이해를 어렵게 만드는 고질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문제 속에 답이 있었다. ≪설문해자≫의 540부수가 보여주는 小篆(소전)의 자형과 근원적 구조가 그림처럼 한자의 비밀을 풀어서 보여주었다. 어렵사리 ‘세상에 없는 공부’의 방법을 발견했는데, 아직도 넘어야 할 고개가 첩첩이었다. 540개의 부수와 1만 자의 한자, 이걸 어떻게 추리고 정리해야 ‘쉽고 재미있는 공부’로 바꿀 수 있을까. 도움이 될 책을 찾아보았으나 연구서나 학술서가 몇 권, 역시 초보자가 접근하기에는 난망한 상황이었다. 방법은 하나.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법. 그래서 우물을 파기 시작했다. 2010년 ≪설문해자≫의 전체 체계를 유지하면서, 가능한 한 최소한의 글자들을 추려서 압축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글머리에 비유한 것처럼, 한자는 바다와 같았다. 아무리 추리고 압축해도, 바다는 바다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버겁고 후회막급이었다. 그러나 천신만고 끝에 찾은 ‘세상에 없는 공부’의 방법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내가 보았던 학습법 중 이처럼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은 없었다. 애써 만든 초고를 지워버리고 맨땅에서 다시 시작하기를 몇 차례, (비유컨대) 손톱이 다 빠져나갈 듯한 피로감에 마음이 먹먹해질 즈음 우물 바닥에 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 책의 기틀이 탄생하였다. 첫째, ≪설문해자≫의 기본인 14편의 틀을 깨트리지 않고, 각 편을 세분하여 총 81개의 소그룹으로 분류하였다. 둘째, 소전과 해서를 비교하여 자형의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하였다. 셋째, 해서의 자형이 변한 부분은 고문을 수록하여 이해를 돕고자 하였다. 넷째, 책으로 다하지 못한 부분은 동영상 사이트를 만들어 부가적인 설명을 하기로 하였다. 2012년에는 살고 있던 서촌의 집을 개조하여 ‘갤러리 글’을 열었다. 한자와 관련한 기획 전시 및 한자 강의 전용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2013년 <원정규방 회원전 - 손바느질과 어우러진 한자>와 2014년 <불의 지배자 두룬 - 책과 ‘火’> 전시회를 개최하였고, ‘인문학 책읽기 모임’과 ‘한자공부 모임’도 열었다. 아둔한 황소걸음에 작은 성취도 있었다. 2015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예부문 ‘특선’과 <월간서예> 주최 <대한민국 서예대전> ‘우수상’, 그리고 <전라북도 서예대전> ‘대상’의 영광이 선물처럼 찾아왔다. 서예와 한자 공부는 정말 좋은 짝이 아닌가 생각한다. 와중에 정작 중요한 교재가 난항이었다. 강의 공간을 개설해놓고도 교재를 완성하지 못하는 답답함. 마침내 간신히 숙제를 마친다. 이 책이 ≪설문해자≫의 가장 쉬운 입문서가 될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있을까? 허신을 꿈에서 만나 책을 건네는 상상을 해본다. 오래도록 격려해준 가족과 여러 선생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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