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림을 그리고 싶을 때 언제든 그릴 수 있게
물감, 붓, 종이를 항상 들고 다녀요.
기억하고 싶은 예쁜 것, 그날의 분위기를
작은 그림 한 장 속에 그때그때 담을 수 있어서 참 좋아요.
그런데 마음에 스며들 듯 언젠가부터 제가 자주 그리게 되는 것들이 있었어요.
시골 부모님 집의 사과 밭, 달콤한 과일이나 싱그러운 초록의 잎들,
봉오리가 더 사랑스러운 작은 꽃송이들, 낙엽이 떨어지고 나뭇가지에 남은 새빨간 열매들…
가만히 앉아 이렇게 작고 사랑스러운 자연의 것들을 그릴 때 행복을 느껴요.
곁에 예쁜 찻잔과 달콤한 디저트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죠.
볕이 좋은 날 소풍을 나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그림들로 이 노트를 만들었어요.
선이 고운 꽃나무부터 탐스러운 과일까지 예쁘게 그려보세요.
밑그림은 같지만 완성작은 모두 다른 단 하나의 그림이 될 거예요. - Prologue
아기자기하고 수수한 꽃을 좋아하고 꽃을 닮은 소녀의 모습을 그리는 것을 좋아해요.
제가 자주 그리는 소녀는 차분하게 꼭 감은 두 눈이나, 앙 다문 작은 입,
새초롬한 눈빛과 발그레한 두 볼을 갖고 있어요.
생각에 잠긴 듯 하고 쓸쓸해 보이기도 하는 뒷모습을 주로 그려요.
소녀의 뒷모습은 어딘가 더 아련해 보이기도 해서 참 좋아한답니다.
소녀를 그릴 때 특히 신경 쓰는 건 머리모양과 옷이에요.
얼굴보다 다양한 머리모양과 옷으로 개성을 표현하는 편이에요.
현실에서는 하기 힘든 예쁘고 특이한 머리와 옷을 그리는 건 제게 또 다른 즐거움이죠.
어떤 빛깔의 꽃과 어떤 모습의 소녀가 잘 어울릴까 고민하며 작업하는 과정은
힘들면서도 즐거운 일이었어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 여러분도 좋아하는 색, 좋아하는 꽃과 함께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소녀를 찾아서 함께 그려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 바랍니다. - 머리말 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