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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번역

이름:장경렬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 대한민국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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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어찌 세월이 가만있었겠는가>

김종철 시인의 ‘언어 학교’를 찾아서

김종철 시인의 작품 세계 발간에 즈음하여 김종철 시인이 우리 곁을 떠난 지 이제 6년이 되었다. 그럼에도 그가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는 느낌을,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이는 우리 곁에 그의 시가 있기 때문이다. 김종철 시인은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는 동안 마주해야 하는 아픔과 슬픔을, 기쁨과 즐거움을, 부끄러움과 깨달음을 특유의 따뜻하고 살아 있는 시어로 노래함으로써 시의 본질을 구현한 시인으로,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는 시를 통해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우리 곁을 떠났다는 엄연한 사실을 어찌 끝까지 외면할 수 있으랴. 이를 외면할 수 없기에 그와 가깝게 지내던 몇몇 사람이 모여 ‘김종철 시인 기념 사업회’를 결성했고, 시인의 살아생전 창작 활동과 관련하여 나름의 정리 작업을 시도하자는 데 뜻을 모은 것이 오래전이다. 네 해 전에 가족의 도움을 받아 이숭원 교수가 주관하여 출간한 『김종철 시 전집』(문학수첩, 2016)은 그와 같은 작업의 결실 가운데 하나다. 김종철 시인 기념 사업회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시인의 작품 세계에 대한 이제까지의 논의를 정리하는 작업과 함께 새로운 논의를 촉진하기 위한 시도를 병행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러한 작업의 일환으로 우선 이제까지 이어져 온 김종철 시인의 작품 세계에 대한 논의를 정리하여 매년 한 권씩 소책자 형태로 발간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런 작업의 첫 결실로 앞세우고자 하는 것이 김종철 시인과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였던 김재홍 교수의 김종철 시인 작품론 모음집인 『못의 사제, 김종철 시인』이다. 김종철 시인의 작품 세계 발간 작업은 매년 시인의 기일에 맞춰 한 권씩 발간하는 형태로 진행될 것이다. 가능하면 발간 사업의 첫 작품인 김재홍 교수의 평론집과 같이 논자별로 논의를 모으는 형태로 이루어질 것이며, 필요에 따라 여러 논객의 글을 하나로 묶는 형태로도 진행될 것이다. 아울러, 새로운 비평적 안목을 통해 새롭게 시인의 작품을 읽고 평하는 작업을 장려하는 일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며, 이 같은 일이 결실을 맺을 때마다 이번에 시작하는 시리즈 발간 작업을 통해 선보이고자 한다. 많은 분들의 애정 어린 관심과 질책과 지도를 온 마음으로 기대한다. 2020년 5월 말 그 하루 무덥던 날에 김종철 기념 사업회의 이름으로 장경렬 씀

꽃잎과 나비, 그 경계에서

한국의 정형시와 일본의 정형시에 대한 나의 온갖 논의는 어떤 형태로든 양자에 대한 일반화를 시도하고 이에 따른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쓴 결과다. 하지만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쓰되 예외와 파격에 주의를 소홀히 하지 않고자 애를 썼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누군가가 나의 논의는 일반화를 위한 단순화임을 지적한다고 하자. 그의 지적에 나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지극히 당연한 지적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한국의 정형시 작품과 일본의 정형시 작품을 놓고 어찌 내가 시도한 것과 같은 일반화가 가능하겠는가. 하지만, 거듭 말하거니와 일반화와 이에 따른 단순화는 대상에 대한 이해 과정에 어쩔 수 없는 것―또는 필요악―이 아닐까. 요컨대, 일반화가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일반화를 피할 수도 없다. 나의 현재 논의는 이 같은 딜레마를 의식한 채 이루어진 것이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따지고 보면, 온갖 사물과 자연 현상이 연출하는 정경이 우리의 물리적이고도 현실적인 삶을 풍요롭게 하듯, 우리의 정신적이고 영적인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우리의 마음속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어느 한순간에 문득 되살아나는 이 같은 심상들이다. 한편, 이들 심상은 우리의 마음속에 내면화되어 있기에, 기억의 저편에 숨어 있을 수 있을지언정 지워질 수 없다. 밤비에 젖어 눈앞에 아른거리는 야경이 그러하듯 ‘실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심상이란 눈앞의 야경처럼 감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감각에 호소해서 확인할 수 없다 해서 이들의 실재를 부정하는 일은 우리가 시간이나 공간을 오감(五感)으로 확인할 수 없다 해서 이의 실재를 부정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말하자면, 시간이나 공간처럼 우리 마음속에 존재하는 심상은 선험적인 것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상을 마음 안에 내면화하는 일은 경험적 삶의 한가운데서 이루어진다. 물론 심상의 내면화는 상상이나 꿈을 통해서도 이루어지지만, 상상하는 일과 꿈을 꾸는 일마저도 경험적 삶의 일부가 아닌가. 이처럼 우리는 온갖 형태의 경험적 삶을 영위하는 가운데 다양한 심상을 내면화한다. 만일 그러하다면, 이 같은 내면화 과정에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무엇일까. 혹시 문학이 아닐까. 물론 음악과 미술을 비롯한 여타의 온갖 예술뿐만 아니라 철학이, 그리고 우리네 삶의 온갖 사소하고 일상적인 활동이 갖가지 심상을 내면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동규 시인의 아이오와 시편이 증명하듯, 문학만큼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우리의 마음 안에 소중하고 의미 있는 심상을 내면화하는 데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따로 없으리라. 문학이 소중함은 이 때문이다. [……] 이제 시조론을 예외로 하면 다섯번째 비평집을 출간하게 되었다. 그동안 비평집을 낼 때마다 글을 다듬고 다시 또 다듬는 일을 거듭해왔다. 어떠한 의미 읽기도 미진하다는 느낌, 모호하다는 판단, 미완의 글이라는 내 나름의 평가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듬고 또 다듬었다 해서 나아진 것이 있었던가. 고통스럽지만 그 어떤 긍정의 답도 내놓기 어렵다.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때를 빼고 광을 내는 것 이상의 작업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그리하여 이번에는 다시 쓰다시피 한 글이 두 편 더해지긴 했지만 대체로 글을 선정하고 분류 및 정리하는 선에서 만족하기로 한다. 그렇게 해서, 때로 숨은 의미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기도 하고 때로 드러난 의미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기도 했던 의미 읽기의 여정을 거의 걸어온 그대로 드러내고자 한다. 확신컨대, 나의 심안에는 또렷이 보이지만 타인의 심안에 보이지 않는 의미가 있을 것이고, 나의 심안에 보이지 않지만 타인의 심안에는 환하게 보이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판단과 논의가 자유롭게 이어지기를! 2016년 4월

성스러운 숲

우리말로 ‘성스러운 숲’으로 번역될 수 있는 이 비평집의 제목 “The Sacred Wood”의 출처는 제임스 프레이저(James Frazer)의 『황금 가지』(The Golden Bough)라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황금 가지』는 고대의 풍요의식豐饒儀式에 관한 논저로, 이 저서는 성스러운 숲의 사제이자 왕의 자리에 오르고자 하는 자는 ‘황금 가지’를 꺾는 의식을, 이전의 사제이자 왕을 살해하는 의식을 치름으로써만이 비로소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엘리엇에게 문학 비평의 현장―좁게는 영문학의 비평 현장, 넓게는 유럽 문화권의 비평 현장―은 상징적 의미에서의 이 “성스러운 숲”에 해당하는 것이다. 엘리엇은 실제로 『성스러운 숲』에서 바로 전前 세대 또는 선배 문인들인 매슈 아놀드, 앨저넌 찰스 스윈번, 애드먼드 고스, 조지 윈덤, 아서 사이먼스, 찰스휘블리, 길버트 머리 등의 비평을 ‘살해’하고 그 자리에 자신의 비평을 ‘정립’하는 작업을 시도한다. 이처럼 전 세대의 비평을 ‘살해’하고 자신의 비평을 ‘정립’하는 데 ‘칼’과 같은 도구로 동원된 것도 있으니, 이는 아리스토텔레스와 단테와 같은 고전적 문인들 및 레미 드 구르몽, 쥘리앙 벤다와 같은 당대 프랑스 문인들의 비평적 안목이다. 그리고 이 “성스러운 숲”에서의 도전과 자기 정립의 과정에 엘리엇은 로스탕, 크리스토퍼 말로우, 셰익스피어(특히 그의 『햄릿』), 벤 존슨, 필립 매신저, 스윈번, 윌리엄 블레이크의 문학에 대한 그 나름의 새로운 이해와 평가로 우리를 이끈다. 아울러, 그 모든 논의 과정의 끝에 그가 꺾은 ‘황금 가지’를 드러내 보이듯 단테의 문학적 탁월성에 대한 논의로 『성스러운 숲』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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