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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크백 마운틴
애니 프루 (지은이), 조동섭 (옮긴이) | Media2.0(미디어 2.0) | 2006-03-10 | 원제 Close Range : Wyoming Stories (199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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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전자책 : 출간된 전자책이 없습니다.
양장본 | 366쪽 | 137*204mm | 512g | ISBN : 9788990739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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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칠 수 없다면 견뎌야 하는 삶"
"강렬하다. 절대적 독창성과 탁월한 언어 구사를 놓치고 싶지 않다면 꼭 읽어야 할 이야기. 이 책은 고독과 아픔에 대한 한편의 시다. - 「뉴욕 타임스」"

"마지막에 이르러 눈물이 가득 고였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나는 알았다. 이 이야기를 놓쳐버린다면 남은 생애 내내 후회하게 될 거라는 것을. - 이안(영화감독)"


퓰리처상 수상작가 애니 프루의 단편집 <브로크백 마운틴>이 출간됐다. 이안 감독의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의 원작을 포함, 총 11편의 소설이 실려있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모두 황량하고 광활한 '와이오밍' 지방을 배경으로 씌여졌다.

맨앞에 놓인-존 업다이크가 금세기 최고의 단편으로 꼽았다는 '벌거숭이 소'를 먼저 읽기 시작한다. 쉽고 매끈하게 읽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순식간에 사로잡힌다. "애니 프루는 묻는다, 인간이 과연 자신의 뿌리로부터 달아날 수 있느냐고. - 피플" 계절처럼 돌고 돌아오는 인간의 처음과 끝. 아비에게서 달아나려 했던 아들과 어떻게든 이어지는 삶, 끝끝내 저주를 극복하지 못하는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

이어 책 마지막에 놓인 '브로크백 마운틴'을 펼친다. 40여 페이지밖에 안되는 얇은 분량 속에 지독하고 강렬한 사랑 이야기가 담겼다. 스무살도 안되었던 그들이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처음 만나 사랑을 나누고 기약없이 헤어지는 부분을 읽다 불쑥 눈물이 솟았다.

"둘은 악수를 하고 서로 어깨를 툭 쳤다. 이제 둘 사이의 거리는 십 미터로 멀어졌고 반대 방향으로 차를 몰고 가는 것 외에는 달리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일 킬로미터도 채 못 가 에니스는 누군가가 내장을 손으로 한 번에 일 미터씩 끄집어내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 그는 길 옆에 멈춰 섰다. 눈송이가 소용돌이치는 속에 토하려 들었으나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여태 이렇게 기분이 더러웠던 적은 없었고, 다시 기운을 차리기까지도 한참이 걸렸다."

그리고 4년 뒤, 그들이 다시 만나는 장면은 정말 최고로 감동적이다. 그 둘의 감정이 고스란히 내게 올만큼 강렬하고 또 강렬하여, 단순히 그리움이라는 단어로는 표현이 부족한 어떤 감정이 목까지 꽉 차오른다.

"천둥이 으르렁대던 늦은 오후, 예전과 다름없는 낡은 녹색 픽업이 굴러왔다. 에니스는 잭이 트럭에서 내리며 낡은 레시스톨 모자 앞을 들어 올리는 것을 보았다. 뜨거운 동요가 일어 에니스는 등 뒤로 문을 당겨 닫으며 계단으로 나갔다. 잭은 계단을 두 칸씩 두 번 올라섰다. 두 사람은 어깨를 움켜잡았다. 서로의 숨을 쥐어짰다. 힘껏 껴안으며 개자식, 개자식, 읊조렸다. 꼭 맞는 열쇠가 자물쇠를 풀듯 쉽게, 그것도 세게, 둘의 입이 하나로 맞닿았다. 잭의 큰 이빨 때문에 피가 났다. 잭의 모자가 바닥에 떨어졌다. 짧게 깎은 수염이 사각거렸고 축축한 침이 흘렀다. 그때 문이 열렸다. 알마가 비틀린 에니스의 어깨를 잠시 바라보다가 문을 닫았다. 그래도 두 사람은 꽉 부둥켜안고 있었다. 가슴과 사타구니와 허벅지와 다리를 맞붙이고 서로의 발끝을 밟은 채 숨이 막혀서야 비로소 몸을 뗐다. 그리고 애정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 에니스가 자기 말과 딸들에게나 하던 말을 했다. 내 사랑.
문이 다시 비죽 열렸다. 알마가 그 틈새에 서 있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알마, 이쪽은 잭 트위스트야. 잭, 여긴 내 마누라 알마." 가슴이 울렁거렸다. 그는 잭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담배, 사향 비슷한 땀 냄새, 풀 같은 희미한 단내, 그리고 그 냄새와 함께 산의 한기까지도. "알마, 잭하고 나는 4년만에 처음 만났어." 변명인 양 말했다. 계단 불빛이 어둑한 것이 다행스러웠지만 그래도 그녀를 피하지는 않았다."


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 '고칠 수 없다면 견뎌야' 하는 삶. 오래도록 말하지 않은 것들, 그리고 이제 말할 수 없는 것. 죄책감과 두려움. 감당하기 너무 무겁지만 끊을 수 없는 사랑. 뿌리채 시들어버린 마음과 누군가에게는 유난히 혹독한 삶.

애니 프루의 문장은 사뭇 무뚝뚝하고 불친절하다. 한순간 호흡을 놓치면 따라잡기 어려운 과감한 생략과 너무도 정확해서 마음을 찌르는 은유. 이야기는 더할나위 없이 간결하고 묘사엔 과장됨이 없으며 인물들 역시 단순하고 소박하다. 그러나 곧 모래먼지가 피어오를듯한 문장과 문장 사이에 강렬한 감정이 숨겨져 있다. 짧게 툭툭 던지는 대화와 아무렇지도 않은 몸짓 속에 한 사람의 삶 전체를 흔드는 애정과 증오가 배어있는 것이다.

인간이 과거로 미끄러져 가는 건 그야말로 한순간, '83세 노인의 평온한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바보같은 이 세상에 대한 젊은이의 분노가 끓어오'르는 것은 정말 순식간의 일이다. 홀로 걸어가며 눈물을 흘리는 것이 종이에 베는 것만큼이나 쉽다는 사실을 깨닫는 '나'. 수백만 년 동안 거듭 밀려온 파도, 수억 년 동안 그곳에 놓여있던 굳건한 대지 앞에 인간은 다시 한번 작고 초라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이 소설집은 결국, 순간의 존재감을 위하여 '멍투성이 거친 삶'을 선택하는 카우보이들의 이야기이다. 맨손으로 척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못 배우고 잔인하고 이기적인, 그리하여 자기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상처입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잭과 에니스, 누군가의 마음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흘러가버리는 세월과, 그 시간 동안 그저 헛된 맹세를 되뇌일 수밖에 없는 인간들을 지켜보는 와이오밍의 이야기이다. - 박하영(2006-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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