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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레의 꿈" 흔히 성장하면 위인전을 거들떠 보지 않게 되죠.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깨달았기' 때문이었어요. 글쎄 뭘 깨달았냐구요? 위인이 되기에는 너무 늦었거나 위인의 노력을 도저히 따라가기 힘들다'는 거겠지요. 일종의 자기 비하같은 건데요, 그러면서도 어른들은 끊임없이 성공한 사람들의 에세이나 성공전략을 읽곤 하지요. 아이에게는 위인전을 꼭 읽히려고 하구요.
하지만 실제로 위인전에서 읽어내야 하는 것은 바로 실패한 다음에 그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다잡고 다시 시작하는가, 그 사람이 꿈꾸던 것은 무엇이고 그걸 놓치지 않기 위해 어떤 것을 했나 그런 내면적인 면이 아닐까 싶어요. 원래부터 남보다 뛰어나서 훌륭한 업적을 이루게 되었다는 내용은 과연 이 세상을 힘들다면서도 열심히 살아가고픈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얘기가 길어졌네요. 이 책 <애벌레의 모험>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책의 내용은 사실 아주 도식적이에요. 애벌레가 원하는 먹이를 얻기 위해 길을 떠나고, 그 과정에서 온갖 어려움이 있었지만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나아가서 먹이를 얻게 되었다. 아주 간단하지요?
하지만 저자는 이야기를 더 진행시켜요. 애벌레는 왜 먹이를 찾아 떠났을까? 단지 배를 채우기 위해서? 차가 '쌔애앵' 다니고, 새가 노리고, 친구들이 비웃는데도? 책의 어느 구석에도 글자로 나와 있지는 않지만, 다 읽고 나면 알 수 있을 거 같아요. 애벌레는 꿈을 꾸고 있었다구요. 지금은 말벌들이 놀려대고 있는 것처럼 기어서 길을 가야 하는 처지지만, 조금 있으면 날 수 있다구요! 예, 그래요. 애벌레는 언젠가는 날 거라는 꿈을 꾸고 있었어요.
사실 이런 꿈이라면 나비의 애벌레들은 다 꾸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 꿈을 '필연'으로 느끼고 진짜 나비가 되기까지는 이 애벌레처럼 지금의 상태에 만족하지 않고(혹은 지금 상태를 전부인 것처럼 받아들이고) '길을 떠나는' 행위가 있어야 할 겁니다. 그러면 '기는 동물'에서 '나는 동물'이라는 엄청난 기적이 일어나겠지요. 물론 나는 동물이 세상에 수없이 많다고 해도, 그 애벌레에게 있어서는 단 하나일 뿐이지요.
꿈을 위해 길을 떠나고, 마침내 도착해서 모든 것이 끝났을까요? 아니요.. 삶은 그런 게 아닌가봐요. 애벌레는 누에고치가 되어 다시 나비가 되는 길 떠나기를 또 해요.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자신의 꿈을 위해 기꺼이 길 떠나기를 했던 애벌레는 나비 속에 그대로 남아 있겠지요. - 유여종(2001-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