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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현재의 내가 되었을까?" 20세기 이전, 사람들은 인간이 어떻게 양육되고 어떤 경험을 했느냐가 어떤 어른으로 성장할지 결정한다고 답했다. 20세기에 들어 생물학의 발전으로 부모가 물려준 DNA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그리하여 현대 과학자들은 서두의 질문에 대해 '유전자'와 '경험'이라는 두 가지 요인이 모두 중요하다고 대답해왔다. 그러나 유전자와 경험 사이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실질적인 요인이 존재한다면 어떨까?
마치 조명의 밝기를 조절하는 조광기처럼 우리가 처한 환경과 경험이 DNA의 활성 정도를 조절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여 우리의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 요인이 DNA의 염기 서열을 바꾸는 것은 아니지만, DNA가 작동하는 방식을 바꿈으로써 특정 DNA를 전혀 작동하지 않도록 만들 수도 있고, 최대로 작동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게다가 그렇게 유전자에 새겨진 경험은 후대로 대물림되기까지 한다. 이는 생물학 분야에서 지금 가장 뜨거운 주제로 꼽히는 '후성유전학'의 최신 연구들이 증명해낸 결과다.
유전자의 스위치가 '꺼질' 수 있다면 더 이상 그 유전자를 갖고 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경험이 유전자에 끊임없이 영향을 미친다는 후성유전학의 놀라운 발견들은 생물학의 도그마와 판도를 뒤집었다. DNA가 인간의 형질을 결정한다는 ‘유전자 결정론’뿐 아니라 ‘본성 대 양육’이라는 기존의 이분법적 사고도 무너뜨리고 있다. 저자는 후성유전학에서 밝혀진 새로운 지식이 암과 노화, 중독과 알츠하이머병,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같은 기억에 관한 질환, 조현병과 양극성장애와 자폐와 우울증 같은 정신 병리에서 긍정적이고 확실한 효과를 낼 것이라고 예측한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선택하며 어떻게 살아가느냐다."라는 메시지와 그 과학적 근거들을 제시하며 우리에게 자유를 선사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