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읽는 것'에서 '보는 것'으로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세계를 '읽는' 세대는, '보는' 세대를 향해 리터러시 능력이 떨어진다며 비난하지만 이는 과연 사실일까? 리터러시란 무엇일까? 리터러시는 왜 중요하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문화연구자 엄기호와 응용언어학자 김성우의 리터러시에 대한 대담이 책으로 나왔다. 리터러시를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한 이야기로 슬슬 시동을 거는 이 대담에서, 생각이 트이기 시작하는 지점은 '기성세대가 리터러시에 대해 정의하는 것이 바로 권력'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순간부터다. 두 학자는 리터러시가 문해와 비문해로 나뉘는 이분법적인 것이 아니라 스펙트럼의 형태라고 말한다. 이 관점 위에서 전개되는 리터러시에 대한 논의는 읽기와 쓰기가 만들어낸 역사적 변화, 현재 닥친 혐오와 소통의 위기, 멀티미디어 시대, 좋은 삶에 복무하는 리터러시까지 나아간다.
대담집 형식은 이 책의 큰 장점이다. 가볍지 않은 내용이지만 두 학자의 명료한 설명이 오가는 동안 책은 빠르게 읽히고 내용은 소화가 잘 된다. 기성세대가 여전히 서로의 메일 주소를 물을 때 젊은 세대는 서로의 유튜브 아이디를 묻는 시대, 리터러시에 대한 논의는 필수적으로 짚고 가야 할 과제로 다가온다. 두 학자의 대담이 끝나고 나서 우리가 함께 고민해볼 내용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