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나는 불면증을 얻게 되었다" '더위 탓인 것 같다. 역시 여름이 좋아지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여름은 반드시 끝나게 될 테니까...
곧 괜찮아질 것이다'
동갑내기인 희진과 영호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재혼으로 남매가 된다. 한 지붕 아래 같이 살게 된 두 사람은 투닥거리는 사이 서로에게 끌리는 것을 느끼지만, 남매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기에 자신들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쓴다. 두 사람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애초부터 비극으로 끝날 수 밖에 없던 두 사람의 사랑은 결국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사실 흔하고 뻔한 소재일지도 모른다,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매라는 건. 하지만 이렇게 뻔한 소재를 전혀 낯선 것으로 만들어 내는 작가의 능력은 새삼 읽는 이들을 감탄하게 한다. 작품의 제목인 '불면증'은 두 사람의 사랑의 파국을 알려주는 하나의 복선이다. 영호에게 사랑 고백을 받은 희진은 여름의 끝에 불면증을 얻게 되었고, 그러한 불면증은 이들의 사랑이 비극으로 끝난 이후, 비로소 사라지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곧 괜찮아질 거라고 주문처럼 되뇌이는 그녀의 마지막 이야기는 감정이 배제되어 있기에 더욱 더 비극적으로 다가온다. 이쁘장하지만 약간 건조한 듯한 캐릭터들의 표정과 잘 정리된 선들은 이 만화의 미덕인 '안으론 열하옵고 겉으론 서늘하옵기'를 더욱더 돋보이게 해주고 있다. - 조선영(2002-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