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는 현실계를 환상계로 멋지게 대치할 줄 아는 사람이다. 간단하게 정의하자면 <모모>는 시간 앞에 어쩔 줄 모르는 현대사회의 비판을 다룬 판타지소설,정도가 되겠지만 그가 가진 상상력은 사회비판을 넘어 또 하나의 세계를 창조했다.
다분히 그로테스크하고 싸늘한 도시의 정경, 하지만 그 안에 따뜻하게 살아 숨쉬는 등장인물들. 마치 현대사회의 작은 한 귀퉁이에도 치열하게 머리를 내미는 작은 싹 같은 모습이다. 엔데는 그 싹에 관심한다.
<모모>는 보통 동화로 알려져 있지만 거기에 담긴 주제의식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것 또한 엔데가 가진 장점 중의 하난데, 어린이의 눈으로도 어른의 눈으로도 모두 그만큼의 무게를 지닌 채로 읽을 수 있다는 것. 주제의식이 깊지만 어린이가 보더라도 어렵지 않고, 어린이의 상상력을 가지고 있지만 어른이 읽어도 유치하지 않다.
그것은 엔데가 어린이를 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흔히 우리는 이 사회를 어른들만의 사회로 인식하기 쉽지만 분명 어린이와 노인도 사회의 한 자리를 지키는 한 일원이다. 어찌되었든 <모모>는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소설임에 틀림없다. -
임지호(1999-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