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역사를 거슬러오르는 힘찬 생선들의 사연"
하루에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정확한 수는 알 수 없으나 두 나라를 방문하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상대 나라에서 건너온 사람이란 건 분명하다. 그렇다면 한국과 일본의 해협을 오가는 생선은 얼마나 될까? 깊은 바닷속을 오가는 물고기를 일일이 세어볼 수는 없겠지만, 연간 수만 톤에 이르는 교역량, 한국에서 일본으로 수출하는 가다랑어, 활어, 전복, 일본에서 한국으로 수출하는 명태, 도미, 고등어를 보면, 오가는 사람 못지않은 이야기를 기대하게 된다.
부산 자갈치시장의 대표 음식 먹장어구이의 재료가 대부분 일본에서 건너온다는 이야기, 교토의 명물 요리 하모 오토시가 한국산 갯장어로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는 시작에 불과하다. 교토, 시모노세키를 비롯하여 기장의 넙치양식장, 경남 고성과 강원 속초, 양양까지 오가는 생선의 길에는 일본 식민지 시기와 한국전쟁, 근대화 시기를 배경으로 명태와 북어잡이, 활어차 2000킬로미터의 여행, 후쿠시마 원전과 한일 수산물 무역까지, 갈등의 역사를 거슬러오르는 힘찬 생선들의 사연이 가득하다. 복잡한 한일 관계의 해법도, 생선은 알고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조금은, 그랬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다.
- 역사 MD 박태근 (2014.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