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드러난 서울의 설계도"
서울에서 살든 서울에서 살지 않든 한국인에게 서울은 익숙한 도시다. 대한민국을 이루는 거의 모든 것의 중심이 서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서울에 사는 사람에게든 서울에 살지 않는 사람에게든 서울은 어색하고 이상하고 기묘한 도시다. 오랜 역사에 넓은 면적과 엄청난 사람까지 한데 담아낼 시선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오늘날 서울의 풍경과 구조를 담아낼 새로운 시선으로 정치지리학을 제안하며, 늘어난 인구만큼이나 촘촘히 쌓인 서울의 이야기를 구체적인 누군가, 즉 당신의 이야기로 풀어 낸다.
정치지리학은 권력이 땅을 통해 어떤 효과를 만들어 내는지 살피는 학문이다. 동사무소가 생기고, 그린벨트가 만들어지고, 아파트가 들어서고, 청계천이 복원되는 구체적인 현상 이면에 자리 잡은 효과적인 통치의 전략과 탐욕스런 자본의 욕망을 드러내는 시선이다. 이 둘이 가장 밀접하고 복잡하게 얽힌 공간이 바로 서울이니, 이 책은 서울을 말하는 동시에 서울이 만들어 낸 권력, 자본, 제도를 읽어내려는 시도라 하겠다. 비로소 드러난 서울의 설계도를 보니, 나, 서울, 한국의 위치와 상황이 명확해진다. 바꾸고 고쳐야 할 부분도 함께 드러난다는 게 불행 중 다행이라 하겠다.
- 사회과학 MD 박태근 (2015.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