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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 납치사건
재스퍼 포드 (지은이), 송경아 (옮긴이) | 북하우스 | 2003-07-16 | 원제 The Eyre Affair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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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전자책 : 출간된 전자책이 없습니다.
양장본 | 557쪽 | 125*195mm | 780g | ISBN : 9788956050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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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과 허구, 그 유쾌한 만남."
    재미있는 소설을 읽을 때, 누구나 한번쯤 저 허구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봤으면 하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신나는 모험, 멋진 인물들이 활약하는 책세상 속으로 첨벙! 생각만 해도 짜릿한 그 상상이 <제인 에어 납치사건>이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이 책에서 실현된다.

    때는 1980년대 영국.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현실과는 조금 다른 시대다. 영국과 러시아는 여전히 크림전쟁 중이고, 스포츠나 연예인이 아니라 문학과 예술에 전국민이 열광하는 시대. 사람들은 소설의 문장 한줄한줄을 탐독하고 캐릭터들의 이름을 따다 자식의 이름을 붙인다. 자신이 사랑하는 작가를 광적으로 숭배하는 분파들이 날카롭게 대립하고 유명작가들의 초판본이 상상할 수 없는 가격으로 거래된다.

    갈수록 증가하는 문학/예술 관련 범죄를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수작전망 소속의 형사 서즈데이 넥스트가 소설의 주인공. 이 용감한 아가씨는 자기가 직접 복제한 도도새와 함께 사는데, 아버지는 시간을 벗어나 아주 가끔씩 출몰하고 삼촌은 괴짜 발명가인데다 오빠는 크림전쟁에서 전사한, 나름대로 복잡한 가족사를 지닌 인물이다.

    그런 그녀 앞에 희대의 악당 아케론 하데스가 등장한다. 벽을 통과하고 자유자재로 이미지를 투사하며 감시 카메라에도 찍히지 않는 능력을 지닌 하데스. 그는 우아하게 스텝을 밟으며 미술관을 파괴하던 조커처럼(영화 '배트맨 1') 태연하게 웃으며 살인할 수 있는-매력적인(!) 악당이다. 자기현시욕에 사로잡힌 '도덕적 진공상태'의 인물.

    하데스는 디킨스의 소설 '마틴 처즐윗'의 원본을 훔쳐낸 뒤, 그 안에서 등장인물 하나를 끌어내 살해한다.(그순간 캐릭터는 소설에서 '삭제'된다.) 그의 다음 목표물은 많은 이들이 아끼고 사랑하는 <제인 에어>. 이야기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기 위해 '제인 에어'를 납치하려는 하데스를 우리의 주인공 서즈데이가 막을 수 있을까?

    이런 흥미진진한 설정을 바탕으로 SF, 대체역사, 판타지, 추리 등의 장르가 적절하게 뒤섞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거기에 고전적인 로맨스와 끝도 없이 쏟아지는 문학적 인용들까지. 다양한 구성요소들이 멋들어지게 어우러진다. 문장 하나하나에 배어있는 위트와 유머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이 소설의 매력.

    현실과 허구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매혹적인 발상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읽어볼만한 책이다. 한번 책을 붙잡으면 주변 소리를 일체 듣지 못하는 책벌레라면 더더욱. 소설 안에 엮여있는 수많은 문학적 맥락들이 얼핏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스피디한 스토리 전개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힌다.(책장마다 빽빽히 달려있는 각주는 마구마구 건너뛰고 읽어도 무방하다.)

    <제인 에어>의 구성을 교묘하게 비틀어 주인공의 상황과 맞물리게 짜넣는 솜씨 또한 절묘하다. 세심하게 배치된 곁가지들을 통해 다층적인 책읽기를 즐기게 해주는-아주 잘 씌여진 소설이다. 모처럼 '소설 읽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주는 책. - 박하영(2003-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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