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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데이빗 맥킨지 (David MacKenzie)

성별:남성

국적:유럽 > 중유럽 > 영국

출생:1966년, 스코틀랜드 코브리지 (황소자리)

직업:영화감독

최근작
2021년 6월 <[블루레이] 로스트 인 더스트 : 풀슬립 일반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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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인 더스트, 데이빗 맥킨지 (추천3,댓글0) 넙치   2016-11-07 03:25

 

 

원제는 <hell or high water>.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란 말이 되겠다. 영화를 보고 나면 원제가 로스트 인 더스트보다 훨씬 적절하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나라꼴이 비슷하게 돌아간다. 박근혜를 끌어내릴 방법과 그 후의 개각에 대한 전문가들의 논의를 보면 법이 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분통이 터진다. 데리다는 법은 그 자체로 전능하고 권위적이라고 지적했다. 법치주의란 결국 국민을 대표한다는 소수가 만든 법이 통치하는 나라다. 법은 성문화되면 그 자체로 신성한 영역으로 들어가버려서 법 아래있는 국민은 법 해석을 통해 합법인지를 따지는 코믹한 상황이 벌어진다. 그렇다고 무법의 시대로 돌아갈 수도 없고...

 

<로스트 인 더스트>는 어떤 면에서는 성문법의 틈을 이용한 한탕이 되겠다. 나는 심정적으로 영화 속 은행털이 형제를 지지한다. 대대로 가난한 형제가 있다. 어머니는 대출받아 땅을 샀으나 은행에서 역대출을 해서 삶의 터전인 땅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해있다. 핵심은 역대출이다. 은행은 대출을 받아 땅을 사라고 부추겼고 땅을 산 사람은 대출금을 갚지 못해 땅을 담보로 또 대출을 받는다. 그 대출이자를 은행이 내주고 땅 주인한테서 담보물을 빼앗는 구조다. 자, 대출받은 사람의 손에는 결국 뭐가 남나? 빚 과 피폐한 마음만 남는다. 은행은 법의 보호하에서 한 가족의 삶을 몰수 할 수 있다. 형제는 대출 만기에 대출금을 갚기 위해 은행을 털기로 한다. 작은 마을에 있는 작은 은행에서 현금만 적당히 챙겨서 여러 은행을 턴다. 대출금을 맞추기위해.

 

영화는 버디무비처럼 진행된다. 은행털이 형제의 이야기와 은행털이범을 뒤쫓는 보안관들의 이야기. 보안관은 궁금하다. 마약을 사지도 않고 흥청거리며 유흥비에 쓰지도 않고 아침부터 성실하게 일정한 액수만 가지고 은행을 떠나는 이유가 뭘까. 이런 서사 속에 경험많은 은퇴한 보안관과의 추격전이 벌어지고 기시감이 드는 서부영화의 총잡이들의 대결도 찌릿찌릿하다.

 

은행은 총 안든 합법적 강도다. 돈 빌려주고 담보 빼앗고 개인한테 빚만 떠넘긴다. 은행을 털어 마치 카지노에서 딴 돈처럼 세탁을 해서 은행에 신탁을 하면 은행털이범도 주요 고객이 된다. 은행은 돈의 출처 따위는 궁금해하지도 않다. 즉 은행은 정당한 돈과 부정한 돈의 구별을 하지 않은 곳이다. 은행입장에서 돈은 다 하나의 돈일 뿐이다. 대출 만기일 직전에 대출금을 갚고 대출 말소를 시키는데 돈은 꼭 총같은 역할을 한다. 총구를 들이대면 생명의 위협을 느끼듯이 돈을 들이대니까 은행지점장도 위협을 느끼면서 고객의 요구에 충실히 행동한다. 요 장면에서 엄청난 긴장감이 파생되고 총없는 총싸움을 빗대어 잘 담았다.

 

노보안관의 선택도 흥미롭다. 보안관은 동료를 잃고 은행털이범 형제 중 배짱 좋은 형을 사살한다. 하지만 의문이 남는다. 왜 이들이 은행을 '성실히' 털었는가. 결국 동생한테 찾아가 인간대 인간으로 이유를 듣는다. 가난 탈출이고 자신의 자식들한테는 가난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듣고 노보안관은 그를 잡지 않기로 한다.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해서 사회적 질서를 혼란시켰지만 그 혼란의 근원은 선한 사람이 아니라는데 동의를 하는 시선이다.

 

아주 재밌는. 그러나 영화의 주제를 함축하는 장면이 있다. 노보안관과 보안관이 추격전을 벌이며 어느 작은 마을 식당에 들어간다. 입이 걸은 할머니가 주인이고 대뜸, 묻는다. 뭘 먹고 싶은지 말하는 게 아니라 뭘 안 먹고 싶은지 말하라고. 스테이크, 감자, 강남콩 중 뭘 안 먹겠냐고. 자기 기억에 딱 한 사람만이 먹고 싶은 걸 시켰다고. 송어. 산동네 와서 송어를 시키다니 미쳤다고. 두 보안관은 얼떨결에 안 먹고 싶은 건 강남콩이라며 주문을 마쳤다. 식당에서 손님이 왕이란 생각을 버리고 식당 주인이 주는 걸 먹어야하는 룰을 따르는 것. 현대 사회는 법이며 룰이 족쇄가 되어서 선한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복장터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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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인 더스트, 데이빗 맥킨지넙치   2016-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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