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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종 로마의 일인자 1~3 세트 - .. 세븐틴 세븐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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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엘벡이라는 소설"
복종
미셸 우엘벡 지음, 장소미 옮김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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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이락이랄지, 출간 직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사건이 발생하면서 더욱 주목받았던 화제작이다.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을 경계한 프랑스의 좌우 진영이 결선에 진출한 이슬람박애당을 밀어주면서 전무후무한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다. 정교분리의 붕괴를 시작으로 이슬람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변화하는 프랑스 사회를 그려내는 우엘벡의 상상력은 재미있는 시나리오를 보는 듯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그러나 이 흥미로운 발상을 둘러싼 기조는 전형적인 우엘벡 특유의 냉소적인 시선이다. 누벨바그의 물결이 썰물처럼 사라지고 난 뒤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인간군상들이 등장했던 세기말의 프랑스 영화들, 특히 '나이 든 거장'들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전례없이 날카로운 비평가처럼 등장해 20세기 유럽의 욕망을 산산조각냈던 우엘벡은 그 박살난 폐허 위에서 무엇을 만들어야 할 지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있는 듯하다. 그는 사상가가 되기에는 의심과 걱정이 너무 많은 건지도 모른다. 언젠가부터 우엘벡은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라고 묻는 것 같다. 이렇게 망설이는 모습은 분명 소설의 구성 측면에서는 약점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한때 두려움 없이 20세기 문명의 우상들을 비웃었던 자가 어느새 나이든 채로 폐허 너머를 망연히 바라보는 모습을 보노라면, 뭐랄까, 그의 삶 자체가 한 편의 소설이랄까, 메타 소설이랄까... 자기 자신을 작품 속에 등장시키기도 하는 그는 정말로 자신의 소설 속 인물처럼 보인다. 저 너머에는 정말로 뭔가가 있을까. 복잡하고 쓸쓸한 심경으로 우엘벡의 다음 작품을 기다린다. 우엘벡이라는 소설의 다음 장이 될 또 한 편의 소설을. - 소설 MD 최원호
*추천사
우엘벡은 단순한 풍자가가 아니라, 역사의 부조리와 인류의 광기를 진심으로 슬퍼하는 진실된 풍자가이다. 그는 혹자들이 말하기 좋아하듯, "우리의 어리석음을 묘사하는 것에 대해 기쁨을 느끼는" 작가가 아니다. 그는 이 어리석음에 괴로워한다.
-뉴요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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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 요코의 박력 넘치는 일상"
사는 게 뭐라고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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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그림책 작가이자 에세이스트, 일본의 '국민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를 남편으로 두었던 사람, 특이하고 까다로운 예술가 사노 요코. 요리방송에 소개된 꽁치 오렌지 주스 영양밥이 얼마나 끔찍한 요리인지 확인해보기 위해 직접 만들어 보고, 미용실에 가서 암환자임을 당당히 밝히며 까까머리 동자승처럼 확 밀어달라고 하고, <겨울 연가>에 빠져 욘사마가 묵었던 호텔방을 예약하곤 뿌듯해하고, 암 수술 직후에도 담배를 피우고, 시한부 선고를 받고 바로 재규어를 산다.

시크한 작가는 <사는 게 뭐라고>를 통해 간결한 문체로 시원시원하게 유쾌한 일상을 들려주면서도 건망증이 심해지고 암에 걸리는 등 심신 상태가 나쁘다고 거침없이 호소하기도 한다. 읽는 동안 우울해질 법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박력 넘치는 모습에 통쾌하게 웃을 수 있다. 호기심 많고 자기 감정에 솔직하며, 죽음에 초연한 그녀처럼 나이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마저 품게 만드는 묘한 매력의 산문집.
- 에세이 MD 송진경
이 책의 첫 문장
6시 반에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벌떡 일어나는 사람도 있다는데 믿을 수 없다.

추천의 글
『100만 번 산 고양이』 『하늘을 나는 사자』 등의 동화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사노 요코. 트레이닝복 같은 빨간 잠옷을 입고, 요리 방송을 보면서 꽁치 오렌지 주스 영양밥을 만들어보고, 투병 중에도 원고 마감을 하고, 똑바르게 걸으려고 신경 쓰고, 시한부 선고를 받고 바로 자동차를 재규어로 바꾼다. 그렇다고 나이 드는 것을 애써 우아하게 미화하지도 않는다. 늙으면 다들 이렇게 변하는 것인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고 개탄하지만 내 주변에 사람들이 점점 없어져가는 것은 사람들이 없어지게끔 내가 변했기 때문임을 직시하는 용기도 가진다. 나이가 들어서도 그녀처럼 끝까지 호기심 많고 솔직하고, 자기표현에 인색하지 않고 싶다. 죽음에 초연하고 건전하지 않고 싶고 할머니가 되어서도 근사한 남자를 좋아하고 싶다. _ 임경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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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여 년을 기다린 로마사 결정판"
로마의 일인자 1~3 세트 - 전3권 (본책 3권 + 가이드북)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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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은 허언이 아니다. 당대에는 진실이었고 오늘날에도 유효한 말이다. 서구문화에서 로마는 끊임없는 탐구의 대상이었지만 로마를 온전히 그려내는 일은 그만큼 난공불락이었다. 고전으로 꼽히는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가 유일한 성공사례가 아닐까 싶은데, ‘쇠망사’가 세상에 나온 지 200년이 훌쩍 넘었으니 새로운 서술과 관점으로 로마를 그려낸 로마사 결정판이 기다려질 만도 하다.

<가시나무새>로 잘 알려진 콜린 매컬로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는 오랜 기다림이 아쉽지 않은 역작이다. 우선 13년에 걸친 고증으로 그려낸 당시 로마의 골목과 살림살이는 역사학자들도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더불어 공화정 체제가 와해되고 제국에 걸맞은 새로운 통치 체제가 만들어지던 100여 년의 시기를 로마사의 핵심으로 삼아 새로운 관점, 새로운 문제의식을 전한다. 게다가 방대한 분량에도 막힘 없는 이야기 전개와 필치가 역사 읽는 맛을 더한다. 우리는 이런 조건을 갖춘 책을 고전이라 부른다. 부디 당대에 고전을 읽는 행운을 만끽하길 바란다. - 역사 MD 박태근
이 책의 첫 문장
신임 집정관 둘 중 어느 쪽과도 개인적인 연고가 없었기에,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그의 두 아들은 단순히 그들의 집과 더 가까운 곳에서 출발하는 행렬이었다.

추천의 글
로마는 시초부터 오늘날까지 역사가와 이야기꾼들의 큰 관심사였다. <로마의 일인자>는 그 계보의 마지막 이정표다.(조한욱,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이 책을 읽으며 우리는 로마인이 된다. 로마인 이야기의 진정한 ‘마스터’가 여기에 있다!(로쟈 이현우, 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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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번의 두드림. 사계절 1318 문고 소설집"
세븐틴 세븐틴
이옥수 외 지음 /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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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주세요>를 시작으로 청소년 문학의 길을 우직하게 걸어온 사계절 1318문고가 백 번째 작품을 출간했다.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가들이 모여 청소년의 이야기를 기념한다. <푸른 사다리> 이옥수, <열일곱 살의 털> 김해원, <합체> 박지리 등 세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여덟 명의 작가가 다채로운 소설을 선보인다.

언제나 우리 반의 중심이었던 반장이 어느 날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세븐틴 생일을 축하받지 못하면 평생 엉망이 될 수밖에 없다고 믿는 나는 반장의 세븐틴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쓴다. (박지리, <세븐틴 세븐틴>) 언니를 따라 성형외과에 방문한 이후, 날마다 조금씩 턱이 자라난다는 사실을 거울을 통해 발견한다. (이송현, <턱>), 눈 뜰 때부터 잠 잘 때까지 학습 노동자로 근무하는 '나'. 느닷없이 나타난 흉측한 괴물 R과 사투를 벌이다 엄마와 R의 관계를 알게 된다.(이옥수, <더 가이드>) 가장 빛나는 순간 '세븐틴'이 경험하는 찬란한 슬픔들. 어떤 상황에서 절망하지 않는 아이들의 단단한 이야기가 여전히 그 곳에 있다. - 청소년 MD 김효선
책속에서
머릿속으로 매일매일 기도하듯 상상했다. 반장과 단둘이 얘기하게 되는 날은, 열심히 살을 빼 조금이라도 예뻐져서,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느냐고, 세미 같은 변덕쟁이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난 예전부터 너만 좋아했다고, 내가 밤에 잠을 자는 이유는 다음 날 너의 아침인사를 듣기 위해서라고, 학교는 너무 싫지만 그래도 반장 널 볼 수 있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라고, 내 소원은 영원히 네가 반장으로 있는 학교에 다니는 것이라고, 그렇게 고백하는 순간일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의 나는 더 이상은 불가능할 정도의 추한 모습을 한 채, 더러운 하수구 냄새나 풍기면서 이티를 떠들어 댔던 그 애들보다 훨씬 더 악마 같은 말을 반장 앞에서 내뱉어 버리고 말았다. 반장의 하얀 얼굴에 이제껏 한 번도 보지 못한 그늘이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