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으로 따지면 맏물보다 제철이 더 낫건만 왜 굳이 맏물에 몸달았을까. 맏물 사랑은 맛에 대한 갈망이라기보다 과시욕, 허세를 좇는 유희에 가깝다. 맏물 가다랑어 소비 붐은 갑자기 거부(巨富)가 된 에도의 상인들 사이에서 촉발됐다. 이들은 당대 패셔니스타 내지 트렌드에 민감한 세칭 인싸족이었다. 음식 하나를 사 먹어도 즐거움과 멋을 중시했다. “가격이나 가성비 같은 것은 개나 줘라.” 두둑한 주머니 사정을 배경으로 흥청망청 돈을 뿌리며 새로운 맛과 멋을 추구했다. 이들 부류는 세련미를 뜻하는 이키(粋), 무언가 하나에 꽂혀 멋을 추구하는 쓰(通) 같은 문화 조류를 일으켰다. 에도판 뉴웨이브다. 이들은 유독 맏물 가다랑어에 꽂혔는데, 그 행태가 흡사 오타쿠를 빼닮았다. 따라서 맏물 가다랑어 광풍은 졸부 인싸족의 멋내기와 뽐내기, 즉 허영기 어린 소비였다. 그러다 보니 맏물 가다랑어 값이 천정부지로 뛰는 건 당연했다. <1장. 애잔한 서민의 맛>에서
사카나와 일본. 서영찬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