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적이고도 절대적인 사랑이라는 감정. 한 여자를 위해 절대적인 사랑을 바치는 남자 주인공에 대한 로망은 로맨스 독자들이 책을 읽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 바로 그 절대적인 사랑의 조건을 완벽히 채우는 남자 주인공이 있다. 지위는 신. 그것도 신들의 세계를 지배하도록 태어나서 더할 나위 없이 강력하고 완벽하며 아름다운 존재. 그런 그가 사랑하는 존재는 자신과 함께 태어났으되, 너무나 흉악한 외모로 태어나 아버지조차 저 멀리 바닥으로 팽개친 쌍둥이 여동생이다. 태어나자마자 아비에게서 버림받았다는 자격지심으로 오라비가 맡은 바를 다하기 위해 천상을 지배하려고 올라가자마자, 자신의 외모를 뼈와 살을 깎아가며 아름답게 가꾼 여주인공은 살육도 거침없이 저지르는 잔혹한 여신으로 거듭난다. 그런 그녀의 귀에 아버지가 자신을 닮은 인간이라는 존재를 만들어, 그에게 에덴이라는 향기로운 세계를 선물했다는 소문이 들어온다. 호기심에 에덴을 방문한 그녀는 아름답고 순수한 최초의 인간(남자)에게 마음을 내주고 마는데……. 수메르 신화, 북유럽 신화가 뒤섞여 새롭게 재탄생된 환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누구보다 완벽하지만 시스터 콤플렉스로는 누구도 따라올 자 없는 태양신과 순수함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장착한 최초의 인간 미소년 사이에서 신들과 거인족의 전쟁이 얽혀들면서 이야기는 급속도로 물살을 타고 반전까지 거침없이 달려간다. 송주희 작가 특유의 잔혹하고 거침없는 주인공들이 뿜어내는 색다른 로맨스 판타지의 향연 속으로 들어가 보자.
2008년에 이 소설이 처음 나왔을 때는 다소 어두운 미래를 그린 (그러나 유쾌하게 그에 맞서는) SF라고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네트워크 해킹과 SNS의 여론 조작을 일삼는 국가 정보기관은 충분히 있을법한 일이긴 해도 정말로 '보통 사람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피부로 느끼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2015년의 한국에서 이 소설이 그렸던 디스토피아적 면모는 대부분 명백한 현실이 되었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네트워크 보안이라는 공공적 요소까지 돈과 권력의 늪 속으로 끌어들였다. 인터넷 프라이버시는 이 해적들에 의해 강탈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리틀 브라더>의 저자 코리 닥터로우는 자신이 예측한 불행한 미래(또는 당도한 현실)을 가능한 유쾌하게 맞받아친다. 천재 해커 소년의 성장기이자 모험담이라는 다소 전형적인 플롯은 이 소년이 맞딱드린 상대가 극도의 현실성을 획득하면서 기묘한 울림을 얻는다. 게다가 작품 내에 등장하는 각종 네트워크 보안 관련 이슈들은 대부분 실존하는 기술들로서 더욱 현실성을 돋운다.따라서 인터넷에서 지금 이 글을 읽을 수 있는 모두는 이 소설의 주인공 마커스의 동료일 수밖에 없다. 아무도 자신이 소유한 무언가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강탈당하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히어로는 어디서 어떻게 권력에 대항해 싸우고 있을 것인가? <리틀 브라더>는 진정으로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하는 이들에 대한, 우리 모두의 권리를 지키는 이들에 대한 작은 서사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