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의 미학'이라는 독창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한 탁월한 이야기꾼 폴 오스터. 예순네 살의 작가 폴 오스터의 독특한 형식의 회고록이다. 생의 감각적 경험을 기술하는 데 집중한 점, 인과관계나 시간적 순서에 얽매이지 않는 비선형적 구성, 자신을 2인칭으로 묘사하는 관찰자 시점이 특징이다.
작가는 "당신이 살아 있음을 기억할 수 있는 첫날부터 오늘까지 이 몸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기분이었는지 살펴보자. 감각적 자료들의 카탈로그랄까. 호흡의 현상학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되겠다"라고 말한다. '호흡의 현상학', 즉 숨을 쉬는 육체의 감각에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영향을 미친 사건들을 나열하는 것, 그리고 그 교차점에서 '나'를 규명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하는 것이야 말로 <겨울 일기>의 회고록의 특징이다.
오스터는 책 속에서 자신을 '당신'이라고 부르며 관찰자 시점을 유지하고 있다. 육체의 감각에 영향을 미친 사건을 한 발 물러난 위치에서 이야기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사건들을 시간적 순서에 얽매이지 않고 마치 패치워크처럼 이어 붙이다 보면 결국 나 자신, 오스터가 말하는 '당신'이 이루어진다.
폴 오스터의 매력을 한데 담은 베스트 앨범 같은 작품.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힘이 있고, 그 운명은 리얼리즘과 환상의 형태로 교차 출현하다 이내 백일몽처럼 서로 섞여든다. 이 블랙홀에 역사와 '예술가의 삶'을 비롯한 온갖 이야기들이 끌려들어와 규정짓기 어려운 매력을 방출한다. 무엇보다 매우 재미있다.
3부작으로 이루어진 연작 중편집. 그 사이에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연결점이 존재하며, 서로 다른 색으로 빛나는 각 중편들은 그들 모두를 통과하는 낮고 어두운 흐름에 몸을 맡긴다. 위대하고 거대한 미국식 미로의 등장. 그 안에서 헤매다 보면 탈출구를 잊어버린 폴 오스터를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