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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주년 추천 컬렉션 책자 소개
 
책소개와 제작 의도 : 알라딘 오픈 14주년을 맞아 <十異夜 - 밤에 읽는 열 개의 이야기>와 <十異智 - 책으로 읽는 열 가지 교양 키워드> 특별 책자를 마련했습니다. 전자는 미스터리와 스릴러, SF와 환상소설들로 엮은 단편집이고 후자는 각 분야의 지식인의 지금 한국사회의 교양 키워드를 책으로 설명하는 기획물입니다.(수록과 집필에 도움을 주신 저자분들과 출판사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히치콕 미스터리 매거진 걸작선> 수록, '사형 집행인'
MD 추천 코멘트: 창간 50주년을 기념해 독자들이 직접 선정한 히치콕 미스터리 매거진 대표 단편선. 일과 사랑 모두 승승장구하던 한 남자가 실로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자신이 지닌 것, 손에 쥐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놓지 않으려는 탐욕에서 비롯된 비극.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한 인물의 불안, 초조한 심리를 군더더기 없는 짤막한 이야기 속에 잘 그려냈다.
 
<한국 공포문학 단편선> 수록, '첫 출근'
MD 추천 코멘트: 공포는 멀리 있지 않다. 일상의 구조를 조금 비틀거나 과장해 들여다보면, 삶의 무서운 일면이 드러나곤 한다. 일이 있기 때문에 방이 있는 건지, 방이 있기 때문에 일이 생기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 지시를 내리는 주체가 누구인지, 사회생활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도 쉽게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장르 소설’의 미덕은 바로 거기에 있다. 특정한 ‘규칙’의 이야기를 통해 현실의 단면을 강렬하게 증폭시켜 드러내는 것. ‘첫 출근’은 장르소설의 이러한 특성을 잘 담아내고 있다.
<잠복> 수록, '얼굴'
MD 추천 코멘트: ‘어떻게’보다 ‘왜’ 사건이 일어나는가에 더 집중하는 범죄소설. 범죄의 개인적 사회적 동기를 추적함으로써 범죄자의 인간상을 구축한다. 세이초 이후의 일본 사회파 미스터리 걸작들(그 계보는 사실상 20세기에 끝났다)을 되돌아보면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의 비중이 대단히 높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막다른 골목으로 캐릭터를 밀어 넣지 않고서는 범인-가해자에게서 인간성을 뽑아내기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동정받을 수 없는 인간을 인간의 위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작가는 애당초 거의 없다. 독보적인 천재로부터 시작된 유파의 숙명이란 본래 이토록 쓸쓸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밤 그리고 두려움> 수록, '담배'
MD 추천 코멘트: 윌리엄 아이리시, 아니 코넬 울리치 탄생 100주년 기념 단편집 중 첫 번째 이야기. 시간의 제약 속에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뛰고 또 달리는 작가 특유의 주인공과 상황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너무 순진해보여 안타까운 마음까지 불러일으키는 선의와 태연한 얼굴로 쯧쯧 그를 경멸하는 악의의 대립. 이야기는 예상이 어렵지 않은 결말을 향해 달려가지만, 인물과 상황의 묘사가 생생하여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소원의 집> 수록, '소원의 집'
MD 추천 코멘트: 이 단편에서 가장 인상깊은 점은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두 노인은 신비로운 능력을 평생 안고 살아왔다는 고백을 두고도 그 능력이 어디에서 왔는지, 왜 생겼는지 묻지 않는다. 어쩌면 이 불행한 초능력이 그들이 생각하는 숙명과 닮아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후반부에 갑자기 등장한 소설의 화자는 ‘저 여인의 곁에 있는 신은 어떤 신일까?’라고 묻는다. 그러나 힌트 대신에 주어지는 것은 일체의 물음과 간구함이 쓸모없음을 주장하는 무거운 숙명, 죽음을 앞둔 숙명뿐이다. 두 노인은 숙명을 받아들인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음을 받아들인다. <소원의 집>은 신이 없는 세계의 일그러진 욥기다.
 
<잘못 들어선 길에서> 수록, '아담과 이브'
MD 추천 코멘트: 제목 그대로의 신창세기. 신이 없는 세계에서 다시 시도된 창조는 비극을 향한다. 약삭빠르고 공격적인 인간이 상대를 여성으로 떠밀어버린다는 설정은 현대 사회의 성정치적 현실에 대한 비유일 수도, 또는 필연적으로 계급 또는 서열이 발생하는 역사에 대한 비유일 수도 있다. 아니면 신이 만들었던 창세기를 인간이 뒤늦게 되밟아가는 과정을 통해 ‘신의 불완전한 모사’로써의 인간을 조명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신 없이 직접 이브를 창조한 아담이 자신의 갈비뼈 대신에 바쳐야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멀리 가는 이야기> 수록, '종의 기원'
MD 추천 코멘트: 과학소설을 읽으며 느낄 수 있는 감동을 가리켜 ‘Sense of Wonder’, 경이감이라고 한다. 아, 이런 식의 인식 전환이 가능하구나, 약간만 시야를 넓히면 또다른 세계를 만날 수 있구나, 불현듯 찾아드는 깨달음. 익숙한 현실과 감각을 뒤엎어 다른 곳, 다른 시간의 이야기를 하는 듯하지만, 사실은 현재의 세상, 지금의 나에 대해 말하고 있다. SF 팬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아니 이미 만나봤을 국내 창작 SF의 멋진 성취.
 
<미야자와 겐지 전집 1> 수록, '바라우미초등학교'
MD 추천 코멘트: 화자는 도입부에서 이야기가 존재하는 방식에 대해 말한다. 이야기는 근거가 아니라 믿음으로부터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이어 여우학교의 에피소드들이 소개되다가 ‘솔직히 모르겠습니다’라며 갑자기 끝나 버린다. 이 급작스런 결말은 해석을 거부하고 또한 실마리조차 남기지 않음으로써 바라우미초등학교가 풍자나 비유를 비롯한 일체의 비평적 야망에 사용되는 것을 방지한다. 이렇게 바라우미초등학교는 ‘형식과 그 쓸모’에 구애받지 않고 귀엽고 예쁜 이야기로써 자존한다. 논리적 비평적 근거를 모두 거절하고 그 자리에 믿음을 들여놓으려는 이 화자는 미야자와 겐지의 화신일 것이다. 정말로 이야기 그 자체를, 꿈과 환상을 사랑한 사람 말이다.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수록, '종이 냅킨에 대한 우아한 철학'
MD 추천 코멘트: 이 단편이 이례적인 신춘문예 수상작으로 작은 파란을 일으킨 지도 다섯 해가 지났다. 보통의 신춘문예 수상작과는 달리 SF적인 설정을 가져왔다는 점이 이례적이지만, 이 설정이 그저 반전의 재미를 주는 데 그치지 않고(그랬더라면 ‘신춘문예’에 당선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현실을 바라보는 다른 종류의 시점을 설정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많은 젊은 소설들이 지금 여기에 대해 말하기 위해 우리들 서로의 눈빛과 몸짓을 끝없이 미분해대고 있을 때, 또는 어떤 위악적인 제스처의 일부로 장르소설의 문법을 끌어올 때, 조현은 성실하게 ‘존재하지 않는 망원경’을 조립한 다음 인류의 매스게임을 관찰했던 것이다. ‘종이 냅킨에 대한 우아한 철학’은 우리 세계의 바깥에 있는 다른 존재의 시선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재구성하기라는 SF의 오랜 미덕 중 하나를 잘 보여준다. 소중한 시선이다.
 
<겐지와 겐이치로 B> 수록, '푸리오신 해변'
MD 추천 코멘트: 본래는 미야자와 겐지의 대표작 <은하철도의 밤>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다. 푸리오신 해변을 하나의 에피소드로 스쳐가는 <은하철도의 밤>과는 달리 다카하시 겐이치로는 과거를 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에 주목한다. ‘중요한 것이 과거’라는 주문에 도착한 곳은 과거가 아니라 도리어 수많은 생물들이 그 이름과 화석의 흔적만 남겨 놓은 먼 미래 - 와 비슷한 시공간 - 이다. 멸종과 망각은 피할 수 없다. 과거는 어떻게 손댈 수 없는 불가능한 영역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거스를 수 없는 과거가 풍화하고 나면 그 파편들이, 그 이름과 뼛조각들이 다른 무언가로 다시 태어난다. 이렇듯 소멸-의 과거-로부터 태어난 꿈들은 회상 형식으로 구성된 쓸쓸한 초반부에, 어쩔 수 없었던 삶에 비로소 반짝이는 빛들을 흩뿌린다. 아마도 이 빛은 미야자와 겐지에게 바칠 수 있는 최고의 오마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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