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비평가, 에세이스트.
책, 산책, 음악, 햇빛, 바다, 대숲, 제주도를 좋아하고 서재와 도서관을 사랑한다. 스무 살에 <월간문학> 시부문 신인상 수상, 스물 넷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와 문학평론이 당선되며 등단했다.
'고려원' 편집장을 거쳐 '청하' 출판사를 설립해 약 15년간 편집자이자 발행인으로 일했다. 그 후 동덕여대 등 대학에서 강의하고 다양한 매체에 글을 기고하며 EBS, KBS, 국악방송에서 3년여 동안 진행자 및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저서로 『일상의 인문학』 『소설: 장석주의 소설 창작 특강』 『고독의 권유』 『철학자의 사물들』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시간의 호젓한 만에서』 『삶에 시가 없다면 너무 외롭지 않을까요』 등이 있다. 애지문학상, 질마재문학상, 영랑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이 시집은 ‘파주 시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파주의 날씨와 계절들, 고양이들과 저녁의 쓸쓸함이 만든
멜랑콜리가 시를 일으켰을 테다.
부엌과 죽은 자들과 어머니에 대해 다 쓰지 못한 것은
애석한 일이다. 악력이 줄고 근육이
소실되자 체념에도 제법 익숙해진다.
한때 시를 쓰는 게 존재 증명이었지만 이 찰나
시는 무, 길쭉한 공허, 한낮의 바다, 평온 몇 조각일 뿐이다.
남은 날을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무릎을 꺾은 채 고요한 자세로 신발끈을 맨다.
2024년 3월 파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