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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93,500원, 211권 펀딩 / 목표 금액 3,000,000원
펀딩 중 (마감 2024-03-11, 출간예정 2024-03-30)
  • 2024-01-31에 목표 금액을 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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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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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놀라운 책이 될 거예요.
빈센트 형님이 얼마나 깊이 사색했는지,
어떻게 자기 자신을 지켜냈는지 보여줄 수만 있다면요.”
_1890년 9월 8일, 테오가 어머니에게 보냈던 편지에서

‘비운의 천재화가’ 형 빈센트와 미술상 동생 테오,
형제가 평생에 걸쳐 주고받은 다정하고도 격정적인 편지들을 한글로 완역하다!

1914년 테오의 미망인 ‘요안나 봉어르’가 정리해서 처음 출간한 이후,
테오의 아들이 보강한 『빈센트 반 고흐 탄생 100주년 기념판』을 거쳐
새롭게 발견되고 연구된 글까지 추가해, 800여 통의 편지 전문을 실었다


1914년, 네덜란드에서 빈센트 반 고흐의 편지글이 처음으로 출간되었다. 편집자는 테오 반 고흐의 미망인인 요안나 반 고흐 봉어르. 이 책의 출간을 제안했던 남편이 미처 작업을 시작하기도 전인 1891년 세상을 떠나자, 요안나는 홀로 편지들을 정리하고 연구했다. 출간에 24년이나 걸렸던 이유는, 대다수의 편지에 날짜가 없어서 방대한 분량을 정리하는 데 애를 먹은 탓도 있지만, ‘빈센트가 인생을 바쳐서 그려낸 그림들이 정당한 평가(칭송)을 받기도 전에 그의 생각(성격)부터 주목을 받는 건 옳지 않다’는 요안나의 소신 때문이었다. 그래서 요안나는 빈센트의 전시회부터 개최해서 화가로서 인정받게 한 후에 편지글을 출간했다.

1953년, 네덜란드에서 『빈센트 반 고흐의 편지 : 빈센트 반 고흐 탄생 100주년 기념판』이 4권으로 출간되었다. 이 기념비적 판본의 출간을 이끈 이는 테오와 요안나의 아들이자 동명의 조카인 빈센트 빌럼 반 고흐. 빈센트가 <꽃 피는 아몬드나무>를 그려서 선물했다던 바로 그 조카다. 그는 어머니가 완성한 책을 토대로, 편지지 원본에 끄적여져 있는 데생(그림)과 메모까지 스캔을 떠서 담았고, 이후 새롭게 발견된 편지들과 관련 인물들의 기고문까지 꼼꼼하게 모아서 실었다. 이후 1958년에 2권짜리 재편집본도 나왔다.

1960년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빈센트 반 고흐 탄생 100주년 기념판>을 프랑스어로 번역해서 3권짜리 전집으로 출간했다. 빈센트 반 고흐라는 화가가, 비록 출생은 네덜란드 쥔더르트지만, 파리에서 화가로서의 정체성을 찾고, 아를에서 수많은 걸작을 만들어낸 끝에 오베르에서 생을 마감했는데, 자국에 이렇게 중요한 예술가에 대한 자료가 갖춰져 있지 않다는 반성과 경애의 표현이었다. 다만, <100주년 기념판>이 수신인이 테오가 아닌(라파르트, 에밀 베르나르, 빌레미나) 편지들을 뒤에 따로 모아서 수록했다면, ‘갈리마르판 서간집’은 모든 편지를 연대기적인 순으로 분류해 수록했고, 이후 새롭게 발견된 7통도 더 추가했다(37a, 39b, 514a, 553b, 558a, 559a, 614a).

빈센트의 편지가 처음 출간되었던 1914년으로부터 110년이 흐른 2024년 더모던에서 빈센트 반 고흐의 편지글 전문을 한글로 완역한 《빈센트 반 고흐, 영혼의 편지들》을 출간했다. ‘갈리마르 판본’처럼 모든 편지를 최대한 연대기순으로 배열했고, 여전히 부정확한 날짜들도 ‘네덜란드 반고흐 뮤지엄 아카이브’(vangoghletters.org)를 참고해 표기해주려고 했다.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 되도록, 문맥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필요한 부연설명들을 자세히 달았고, ‘광기, 고독, 열정’ 등의 프레임을 걷어내고 ‘민얼굴의 빈센트 반 고흐’를 마주하는 책이 되게 하려고 애썼다.

생전에는 그림을 단 1점밖에 팔지 못했는데
죽어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화가’가 된 빈센트 반 고흐,
스스로 자기 그림의 큐레이터이자 도슨트가 되어 설명해주는 듯한 상세한 뒷이야기들


빈센트 반 고흐는 지금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는 화가 중 하나로 손꼽히지만, 살아생전에는 작품을 900여 점이나 쉴 새 없이 그렸어도 단 1점밖에 팔지 못한 무명화가였다. 죽기 반 년쯤 전에 친구의 누이가 <붉은 포도밭>을 사준 것이 전부였다. 10년 동안 그림에 매진했지만, 얼굴도 ‘못생기게 그리고’ 색도 ‘이상하게 칠하는’ 괴팍하고 무능력한 화가로 취급받았다. 그런 빈센트의 예술세계를 이해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곁을 지켜준 것은 4살 터울의 동생 테오뿐이었다. 둘 다 비슷한 나이에 학교를 그만두고 화랑에서 일을 시작했기에 서로를 애틋하게 여기며 편지를 주고받았던 것이 평생 이어졌다.
빈센트는 긴 방황 끝에 27세라는 늦은 나이에 화가의 길로 들어섰기 때문인지,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혹사에 가까울 정도로 그림 연습에 매진했다. 자신을 이해해주는 유일한 사람이자 후원자인 동생 테오에게 엄청난 분량의 편지를 자주 썼는데, 특히나 그림을 그리는 전 과정을 자세하게 적었다. 지금 어떤 습작을 훈련 중인지, 그림의 대상은 어떻게 선정했는지, 어떤 기법으로 어떻게 완성할 것인지, 어떤 지점에서 왜 실패했고 어떻게 수정할 것인지, 무슨 액자에 어떤 조명을 설치해서 감상할 것인지 등등, 마치 스스로가 자기 그림의 큐레이터이자 도슨트가 된 듯이 상세히 설명해서, 오늘날 우리가 반 고흐의 그림을 더 정확하고 깊이 감상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런 의미에서 형제간의 편지글이지만, 담긴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화가 본인이 직접 설명하는 임파스토 기법(덩어리처럼 두껍게 칠하는 채색), 보색대비, 데생의 원칙, 자연을 그리는 이유 등을 듣고 나면 ‘못생기고 이상하게’ 보였던 그림들의 의미가 깊고 생생하게 느껴진다.

네덜란드어, 프랑스어, 영어의 3개국어로
미술(예술), 종교, 문학 등등 다방면에 걸쳐 쏟아내는 인문학적 고뇌
죽을 때까지 이해받지 못했던 ‘고독한 화가’ 빈센트의 간절한 독백들


방대한 분량, 전문적인 회화 용어 외에도, 이 사사로운 편지글들이 읽기 힘든 이유들이 더 있다.
우선, 편지에 3개의 언어(네덜란드어, 영어, 프랑스어)가 복잡하게 혼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빈센트는 세 언어 중 어느 언어도 완벽히 구사하지 못했다. 어린 나이에 학업을 중단하고 외국을 떠돌며 외국어를 독학한 탓에 외국어 문법은 물론이고 모국어 실력도 완벽하지 않았던 것이다. “빈센트가 구사하는 네덜란드어는 그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브라반트 지역 주민들이 사용하는 구어에 가까우며 독일어 어법에 영향을 받은 표현을 빈번하게 사용한다. 게다가 어떤 경우에는 단어를 개인적인 의미를 담아 변형한다.(모이스 베이르블록)” “편지를 읽다 보면 읽기 민망할 정도로 수많은 맞춤법 오류와 문법적 오류가 눈에 띄고, 구두점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이해에 방해가 되는 문장도 보인다……. 네덜란드어에 없는 영어나 프랑스어 표현을 네덜란드어로 직역하기도 하고, 남의 글을 인용할 때도 자신의 자의적 해석대로 옮기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루이 로엘랑트)”
또한 빈센트는 목회자인 할아버지와 아버지, 미술상인 큰아버지 작은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일찍부터 종교, 미술(예술), 문학에 눈떴고, 집요하리만치 철저하게 파고들었다. 그 독서의 넓이와 깊이가 결코 만만치 않은 데다가, 사색의 내용들을 동생 테오와 빠짐없이 나누고 싶어서 며칠 간격으로 장문의 편지를 지치지도 않고 써내려갔기에, 부연설명 없이 둘만의 추억과 지인을 언급했거나 특정 작품의 구체적인 글귀를 인용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게다가 일부 중요한 사실들은 빈센트가 테오에게조차 거짓으로 말하거나 혹은 묵언으로 의도적으로 숨기기도 했다. 가령 이제는 꽤나 유명한 그의 여러 차례의 연애 사건과 기행들을, 그는 동생에게 말하기 창피했던 것인지 편지에서 전혀 언급하지 않고, 그즈음 자신이 읽고 있는 책의 구절을 인용해 적거나 특정한 그림을 소개하는 식으로 시치미를 떼고 슬쩍 넘어갔다. 그래서 독자들이 이러한 공백을 채워서 읽는다면, 이 긴 편지글들은 흥미롭게 순식간에 읽힐 것이다.




'옮긴이의 글'에서

빈센트 반 고흐 편지 전집 번역 의뢰를 받았을 당시, 필자는 영국에 머물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분량 때문에 망설여졌지만, 그래도 빈센트 반 고흐라니 일단 읽어보기나 하자는 마음으로 그의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런던으로 건너간 빈센트의 이야기를 따라가던 도중, 그가 해 질 녘 런던 하늘을 묘사한 대목에 이르자 필자는 격한 감정에 사로잡히는 경험을 했다. 여름 한 철을 제외하고는 한국에 비해 이른 시각에 해가 저무는 탓에 아쉬움이 많았지만 노란색, 주황색, 빨간색, 분홍색까지 다양하고 화려한 빛의 스펙트럼으로 그 아쉬움을 달래주던 그 아름다운 런던 하늘이 바로 위대한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눈을 사로잡았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렇게 필자는 런던의 하늘에 취해 반 고흐 편지 전집 번역이라는 대장정에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빈센트 반 고흐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크게 세 가지일 것이다. 미친 화가, 천재 화가, 저주받은 화가. 정신질환을 앓다 생의 말년에 요양원 신세를 져야 했으니 미쳤다고 할 수도 있고, 그림을 제대로 배워본 적 없었지만 시대를 뛰어넘는 명화를 남겼으니 천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며, 평생 자기 그림 한 점 번듯하게 팔아 돈을 벌어본 적 없었지만, 사후에 그의 작품은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에 달하고 있으니 지지리 운도 없는 저주받은 화가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가 남긴 편지를 통해 들여다본 빈센트 반 고흐는 그 누구보다 평범하며 소심하고, 지극히 인간적인 한 사람의 화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는 언제나 자기 실력이 부족하다고 여기면서 그림 그리는 일에 온 힘을 쏟았고, 그가 죽기 직전까지 바랐던 건, 그럴듯한 그림을 그려서 돈을 벌어 먹고사는, 어쩌면 너무나 평범한 화가가 되는 일이었다.

이 책에는 빈센트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 663통을 비롯해서 동료화가, 친구, 다른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 150통이 수록되어 있다. 그의 편지가 갖는 가장 큰 의의라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그의 명화가 어떤 이유로, 누구를 위해서, 어떻게 그린 그림인지 그 탄생 과정을 그의 설명을 통해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책 속에서

남편이 죽고 거의 24년이 지나서야 나는 이 편지 전집을 완성했다. 편지의 뜻을 해독해내고 날짜별로 정리하는 데에 시간이 무척 오래 걸렸다. 날짜가 빠진 편지도 많았고, 그것들을 순서대로 배열하려면 아주 주의깊게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더 일찍 출간할 수 없었던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빈센트가 인생을 바쳐서 그려낸 작품들이 정당한 평가와 칭송을 받기도 전에, 그의 성격부터 주목을 받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년이 걸렸지만 마침내 빈센트가 위대한 ‘화가’로 인정받게 되었다. 마침내 그라는 ‘사람’이 알려지고 이해되어야 할 시간이 왔다. 부디 이 편지들이 세심하고 소중하게 읽히기를 바란다.
_1914년 1월 요안나 봉어르가 쓴 ‘서문’

항상 여기저기 거닐어 산책을 많이 하고, 자연을 한껏 사랑해라. 그게 바로 예술을 오롯이 이해하는 진정한 길이야. 화가는 자연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이지. 그리고 우리에게 자연을 바라보는 법을 알려줘.
게다가, 명작만 그리지 졸작이라곤 만들 줄 모르는 화가들이 있지. 사람들 중에도 악행이라곤 모르고 선행만 행하는 이들이 있듯이 말이야.
이곳이 마음에 든다. 숙소도 훌륭하고, 또 런던이라는 도시는 물론 영국인들과 영국적인 생활양식을 관찰하는 게 대단히 즐거워. 거기다가 내게는 자연과 예술과 시도 있지. 이런 삶이 부족하다면, 도대체 뭐가 더 있어야 충분하니?
_13번 편지에서

난 보리나주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에턴 근처에 있었으면 하셨지만 내가 거절했지. 그리고 그건 잘한 결정이었다. 본의 아니게, 가족에게 이미 난 골칫덩어리, 이해할 수 없는 인간, 요주의 인물로 취급되는데, 내가 대체 누구에게 어떻게 도움이 되겠어? 그러니까, 결국엔, 내가 집과 적당히 떨어져서, 마치 존재하지 않는 듯이 사는 게 가장 최선이자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판단했다.
새들이 깃털을 바꾸는 털갈이 시기가, 우리 인간에게는 어려움을 겪는 시련과 불행의 시기야. 털갈이 도중에 멈춰버릴 수도 있지만, 새롭게 거듭날 수도 있지. 하지만 어쨌든 그게 남들 앞에서 드러내고 할 일은 아닌 게,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거든.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거라곤 안 보이는 곳으로 숨는 거야. 글쎄, 내 마음이 그렇다.
_133번 편지

내가 하루 종일 그녀(시엔)와 붙어 다니다 보니 이런저런 소문들이 도는데, 내가 왜 그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하지? 솔직히 이렇게 소중하고 또 못생긴(???), 아니 ‘시든’ 보조자의 도움을 받게 될 줄은 전혀 생각도 못 했었어. 내게는 아름다운 여성이야. 그녀에게서 내가 정말 원하는 걸 찾을 수 있거든. 세파에 찌들고 고통과 시련이 그녀에게 강렬한 흔적을 남기고 갔지만, 그 부분에서 얻을 게 있어.
갈아엎지 않은 땅에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가 없어. 그런데 그녀는 경작된 땅과 같아. 그녀에게서는 주름진 삶을 살아보지 않은 여자 여럿보다 많은 걸 얻을 수 있어.
_라8번 편지

드렌터는 정말 좋은 곳이다만, 거기서 버티려면 해결해야 할 것들이 있어. 일단 돈이 있어야 하고, 외로움을 견딜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 어떤 문제에 대해 생각하거나 이야기할수록, 오히려 명확한 결론에 도달하는 게 점점 더 힘들어지더라. 사람들은 그냥 일순간 더 그럴듯해 보이는 한 가지를 택해버리지. 그런데 난, 문제들을 한순간 싹 놔버리질 못하고 계속 생각한다. 가끔은 남들은 이미 결정된 문제라고 여기는 데도 그걸 한참이나 붙잡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아, 정말이지 너무 힘들다, 아우야. 내게는 양심이 걸린 문제들인 경우가 많거든. 내가 너한테 너무 큰 짐이 된 건 아닌가, 돈벌이도 안 되는 사업에 돈을 받으려고 네 우정을 악용하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들. 넌 「르 모니퇴르 위니베르셀」 잡지사 취직 얘기를 또 했지.
만약, 조만간 수많은 대형 미술상 회사들이(잡지사도 포함해서) 어느 날 갑자기 우뚝 성장했듯이 똑같이 어느 날 갑자기 몰락할 거라고 단언한다면, 네겐 내가 너무 비관적으로 보이니? 예술품 거래 시장은 비교적 단기간에 예술 작품 숫자와 비례해서 엄청 커졌어. 그러다 보니 너무 은행가들의 투기판처럼 변했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래(완전히 그렇다는 건 아니야). 그런 분위기가 지나쳐! 그렇다면 이 투기판 같은 시장의 거품이 삽시간에 꺼질 수도 있잖아, 과거 튤립 파동 때와 똑같이? 그림이 어떻게 튤립과 같냐고? 물론 어마어마하게 다르지.
하지만 말이다, 부자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고가의 회화를 사 모으는 건, 작품 속에 깃든 예술적 가치 때문은 아니라는 거야. 너나 내가 알아보는 그림과 튤립의 차이가, 그들에겐 안 보인다. 투기꾼이나 벼락부자 부류들은 그냥 그럴듯해 보이면, 예전에 튤립을 사듯, 지금도 그냥 사 모을 거야. 물론 진지하고 신실한 예술 애호가들도 있지. 하지만 열에 하나나 될까? 예술적 가치를 정확히 이해하고 구매하는 이들은 아마 그보다도 훨씬 적을 테고.
_344번 편지

밀레의 말을 계속 떠올리고 있다. ‘Je ne veux point supprimer la souffrance , car souvent c’est elle qui fait s’exprimer le plus énergiquement les artistes(고통을 회피하지 않겠다. 고통이야말로 예술가의 표현력을 가장 강렬하게 끌어올려주기 때문이다).’ (……) 나 자신을 전원화가로 지칭했는데, 그게 사실이기도 하고, 앞으로는 더 분명해질 거야. 내가 그 옛날에, 밤이면 광부나 토탄 캐는 사람들의 집, 불가에 앉아 그들을 바라보고, 여기서는 직조공이나 농부들의 생활상을 관찰한 게 괜한 짓은 아니었더라. 작업 때문에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어. 온종일 농부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어느 새 나도 그 속으로 빨려들어가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거든.
네 편지를 보니, 전시회에서 보면 대중들이 밀레의 작품에 무관심한데 이런 상황은 예술가는 물론이고 미술상들에게도 맥빠지는 일이라고 썼더구나. 나도 같은 생각이야. 그런데 무엇보다 밀레 자신 이런 상황을 느꼈고 잘 알았어. 상시에의 책을 읽다가 내가 놀랐던 건, 밀레가 화가로서 첫발을 내딛던 순간을 회상하는 부분이었어. 정확한 문장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의미는 기억난다. ‘내가 화려한 신발을 신고 부유한 삶을 사는 신사였다면 이런 무관심이 정말 괴로웠겠지만, puisque j’y vais en sabots je m’en tirerai(난 나막신을 신고 다니니까 잘 헤쳐나갈 수 있다).’
(……) 내가 밀레의 말을 상세히 설명하는 이유는 ‘도시 사람이 농부를 그리면 생김새들은 제법 근사한데, 본의 아니게 자꾸 파리 외곽 변두리가 떠오른다’던 네 편지 내용이 생각나서야. 나도 전에 종종 그런 인상을 받았거든. 그런데 그건 화가 자신이 전원생활에 충분히 깊이 뛰어들지 못해서가 아닐까? 밀레는 이런 말도 했었지. ‘Dans l’art il faut y mettre sa peau(예술에 마음과 영혼을 다 바쳐야 한다).’
_400번 편지에서

<감자 먹는 사람들>은 확실히 황금색과 잘 어울리는 그림이야. 아니면 잘 익은 밀밭의 깊은 색을 가진 벽지로 도배된 벽에도 잘 어울릴 거야. 이런 환경이 아니라면 절대로 걸어선 안 돼. 어두운 배경에서는 진가가 드러나지 않거든. 특히나 흐릿하고 밋밋한 배경에서는 더 볼품없어 보여. 무척 어두운 실내에서의 순간을 담은 그림이라서 말이야.
사실은 실제 장면도 일종의 금색 테두리에 들어 있었어. 난로의 열기와 불빛이 흰 벽을 가득 비췄거든. 그림에서는 잘려나갔지만, 실제로는 그 모든 게 함께 비춰진 모습이 관찰자의 눈에 비친 장면에 가깝지.
다시 한 번 강조하는데, 이 그림은 꼭 황금색이나 짙은 동색 테두리의 액자에 넣고 감상해야 해. 이 그림의 가치를 제대로 감상하고 싶다면 내 말을 꼭 기억해라. 이 그림을 금색 계열 옆에 두면 빛이 전혀 없는 곳에 두어도 빛이 느껴질 거야. 또한 밋밋하거나 새까만 배경에 뒀을 때 보여지는 대리석 무늬 같은 점들도 사라지지. 그림자를 파란색을 활용해 칠했기 때문에 금색이 가장 잘 어울려.
(……) <감자 먹는 사람들>에서 정말로 보여주고 싶었던 건, 이 농부들이 램프 불빛 아래서 집어먹는 감자가 바로 그들의 손으로 땅을 일구고 수확해서 식탁에 차린 것이라는 사실이었어. 손으로 하는 노동을, 그들이 정직하게 일해서 얻은 정직한 식사를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같이 좀 배웠네 하는 치들과는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말이야. 그래서 난 사람들이 이 그림을 보고서 그저 예쁘네, 잘 그렸네, 말하고 그치는 게 정말 싫다.
_404번 편지

〈방직기〉는 현장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크레용으로 다 그린 습작이었어. 힘들었지. 방직기 가까이 앉아 있어야 했던 탓에, 비율을 측정하는 게 유난히 힘들기도 했고. 그래도 직조공 그림자라도 그려 넣었던 건, 이런 말을 하고 싶어서야. 여러 개의 널빤지를 이어붙인 때가 탄 시커먼 떡갈나무 덩어리가 회색조의 배경과 대비를 이루고, 그 한가운데 검은 원숭이 같기도 하고 난쟁이 같기도 하고, 아니면 유령 같기도 한 인물이 아침부터 밤까지 널빤지를 두드리며 작업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고. (……) 무엇보다 참을 수 없었던 건, 방직공의 형체를 그려넣은 부분에서 널빤지 덜커덕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어. 그래, 맞아. 이건 기계 그림이야. 그런데 이걸 기계 설계도 옆에 나란히 둬봐. 내 그림에서는 확실히 유령이 느껴질걸. 사실은 전혀 기계 그림이 아닌 거야. 혹은 je ne sais quoi(뭔지 모를 무언가이지). 만약에 그 방직기를 직접 설계한 기술자가 그린 그림 옆에 내 습작을 세워도, 내 그림에서는 땀에 젖은 손으로 만져서 손때가 탄 떡갈나무의 결이 강렬하게 느껴지지. 그리고 바라보고 있으면 (방직공을 전혀 그려넣지 않았어도, 혹은 그를 아주 이상한 비율로 그려넣었더라도) 그 일꾼이 반드시 떠오르게 된다네. 설계사의 설계도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말이지. 일종의 한숨이나 탄식도 널빤지 사이로 간간이 흘러나올 걸세.
_라44번 편지

예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추는 것과 예술을 직접 실행에 옮기는 것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긴밀한 관계로 이어져 있어. 개인적인 목적으로 예술 작품을 사고파는 것과 대규모 판매상을 상대로 거래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야. 모든 분야가 다 마찬가지잖아. 그러니까 열심히 일하는 것도 좋지만 동시에 지혜롭게 일해야 하는 거야. 너도 나만큼이나 고생하고 있지만(뒤에서 돈을 대주는 게 얼마나 큰 고생이냐) 이렇게 고생한다는 게 그만큼 주 도적이고 힘과 의지가 넘친다는 증거잖아.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네 경제적 지원이 두드러지게 야박해지는 이 상황을 나는 어떻게 생각하고,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걸까?
이제는 내 작품을 알리기 위해서 뭐라도 해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다. 안트베르펜 여기저기에 일단 알아본 데가 있어. 조만간 정확한 연락이 올 거야. 그러면 내 그림들을 그곳으 로 보낼 수 있을 거야. 내가 시도하려는 일이 그럴듯해 보이면, 성공을 거둘 수 있게 도와주면 좋겠다. 네가 네 입으로 그랬었지. “Where there’s a will there’s a way(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습니다).” 그래, 그대로 믿을 생각이다. 과연 네가 함께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의지가 있는지 알고 싶거든.
_420번 편지

이상하게도, 내가 그린 습작과 다른 학생들의 습작을 비교해 보면 도무지 닮은 구석이 없다. 걔네들은 맨살과 거의 똑같은 색을 써서, 가까이서 보면 꽤나 정확해 보이는데 한걸음만 물러나도 보고 있기 힘들 정도로 밋밋해. 분홍색, 섬세한 노란색 등등 그 자체로는 흠잡을 데 없는 색들이, 오히려 칙칙한 효과를 내는 거야.
내가 그린 건, 가까이서 보면 적록색 분위기가 먼저 눈에 들어오고 황회색, 흰색, 검은색을 비롯해서 다양한 중성적인 색조 그리고 대부분은 뭐라고 이름 붙이기 힘든 색감의 색들이다. 그런데 한걸음만 물러나도 몸이 색을 뚫고 나와서 그 주변에 공간이 생기고 일렁이는 빛이 느껴져. 동시에 글라시 효과로 넣은 색조차 말을 걸어오는 것 같은 분위기도 느낄 수 있어.
부족한 건 연습이야. 얼굴 그림을 한 50여 점은 그려봐야 해. 그래야 그럴듯한 것 몇 개쯤 건질 텐데. 지금도 펼쳐 놓고 사용할 색을 고르는 일이 너무 힘들다. 아직 충분히 습관이 들질 않아서, 아무리 오랜 시간 고민해봐도 다 헛수고야. 하지만 한동안 꾸준히 붓질을 연습하는 게 중요하겠지. 그러면 처음부터 곧바로 정확하게 느낌을 살리게 될 거야.
_447번 편지

난 말이다, 신을 이 세상으로 평가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왜냐하면 이 세상은 그 양반이 그리다가 실패한 습작 같거든. 어쩌겠어. 망친 습작이라도 좋아하는 작가가 그렸으면 비난하지 않잖아. 그냥 침묵해주지. 하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더 나은 작품을 요구할 권한이 있어. 우리는 같은 이의 손으로 만들어낸 다른 작품도 필요해. 이 세상은 분명, 작가가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창작에 대한 정신의 여유도 없었던 시기에 성급하게, 그냥 되는대로 막 만든 거야. 전설에 따르면, 신이 세상이라는 습작을 만드느라 엄청나게 고생했다더라.
_490번 편지

시인, 음악가, 화가 등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물질적으로 가난한 건(행복해하는 예술가들조차) 참 신기한 현상이야. 모파상에 대한 최근의 네 지적이 그 사실을 확인해주었다. 영원한 숙제를 다시 건드린 셈이거든. 우리 눈에 보이는 삶이 전부인 건지, 아니면 죽을 때까지도 그 절반밖에 모르고 살아가는 건지. 화가들만 놓고 보자면, 그들은 죽어서 땅에 묻히더라도 작품을 통해서 다음 세대, 그리고 그 다음 세대에 가서도 회자된다. 그게 다일까? 아니면 뭐가 더 있나? 화가의 삶에서는 죽음이 가장 힘든 일이 아닐 수도 있어.
감히 말하는데, 나는 솔직히 그게 뭔지 잘 모르겠어. 하지만 언제나 별을 보고 있으면 참 단순한 꿈을 꾸는 기분이 들어. 도시와 마을이 표시된 지도 위 검은 점들을 보며 꿈을 꾸듯이. 왜, 왜 프랑스 지도에 찍힌 검은 점들에 가듯이 창공에 반짝이는 저 점들에 쉽게 가닿을 수는 없는 걸까?
타라스콩이나 루앙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 하듯, 우리는 별에 가기 위해 죽음을 택하는 걸지도 몰라. 그렇게 놓고 보면, 살아 있는 동안에는 우리가 별에 갈 수 없다는 건 확실한 사실이야. 죽은 뒤에는 기차를 못 타는 것도 사실이고. 그래서 말이다, 증기선이나 승합 마차, 기차 등이 지상의 교통수단이듯, 콜레라나 신장 결석, 폐병, 암 등이 천상의 교통수단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을 것 같아.
나이 들어 조용히 죽는 건 걸어서 천상으로 가는 방법이야.
_506번 편지

오늘부터는 내가 묵고 있는 이곳의 카페 실내를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저녁에 가스등을 켜놓은 분위기를. 여기 사람들은 〈밤의 카페〉라고 부르는데(여기 사람들 단골집이야) 밤새도록 문을 열어. 그래서 ‘밤의 부랑자’들이 숙박비가 없거나 술에 너무 취해 받아주는 곳이 없을 때 안식처처럼 찾아오곤 해. 가족이나 조국 같은 것들은, 가족은 물론이고 조국도 없이 근근이 버텨내는 우리 같은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 그 어떤 현실보다 매력적일 수 있어. 나는 나 자신이 언제나, 어딘가의 목적지를 향해 떠도는 여행자 같다고 느껴. 하지만 그 어딘가, 어떤 목적지 따위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게 이성적이고 진실된 자세인 것 같다.
(……) 〈밤의 카페〉라는 그림에서, 카페가 사람들이 스스로를 파괴하고, 미치광이가 되고, 범죄자도 되는 공간임을 표현하려고 했어. 은은한 분홍색과 시뻘건 빨간색과 와인색, 루이 15세풍의 은은한 초록색과 베로니즈그린, 황록색과 진한 청록색 등등을 대비시켜서 연한 유황이 끓고 있는 지옥의 가마솥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지. 싸구려 술집의 어두운 구석이 뿜어내는 음침한 힘을 보여주고 싶어서. 하지만 일본식의 밝은 화풍과 타르타랭처럼 쾌활한 분위기도 어느 정도는 살려봤다.
테르스테이흐 씨는 이 그림을 보고 뭐라고 할까? 인상주의 화가 중에서 가장 은밀하고 섬세한 시슬레의 작품 앞에 서서 이렇게 말한 양반이잖아. “화가가 다소 취한 상태에서 그림을 그렸다고밖에 볼 수 없군.” 그러니 내 그림 앞에서는 분명히 이렇게 말하겠지. 극심한 섬망 상태에서 그렸다고.
_518번 편지, 534번 편지

두 번째 그림은 별이 총총히 뜬 밤하늘을 배경으로 가스등이 불을 밝히고 있는 카페의 외부 전경이야.
이번 주의 세 번째 그림은 내 자화상인데, 거의 색을 쓰지 않은 무미건조한 분위기야. 연한 베로니즈그린 바탕에 회색조를 많이 썼다. 모델을 찾을 수 없을 때는 자화상이라도 그리려고 일부러 쓸 만한 거울을 하나 샀어. 왜냐하면 내 얼굴의 색조를 잘 살려서 그려낼 수 있으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서 다른 이들의 얼굴도 그럴듯하게 그릴 수 있거든.
야경과 밤의 효과들, 밤의 실체를 현장에서 그리는 일이 어마어마하게 흥미롭단다. 이번 주에는 먹고, 자고, 그림만 그렸다. 그러니까 12시간을 내리 그림을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6시간씩 나눠서 그리기도 하고, 아무튼 그후에 12시간을 내리 자는 식이었어.
_537번 편지

<씨 뿌리는 사람> 크로키네. 넓은 밭이 온통 쟁기질한 흙덩어리들인데, 거의 자주색이야.
잘 익은 밀밭은 황갈색과 노란색 색조에 양홍색이 아주 살짝 들어간 느낌이고.
크롬옐로 1호로 칠한 하늘은, 거기에 흰색을 더한 태양만큼이나 밝고, 나머지 하늘도 크롬 옐로 1호와 2호를 섞은 색이야. 한마디로 샛노랗다는 거지.
씨 뿌리는 남자의 작업 셔츠는 파란색이고 바지는 흰색이야. 캔버스 크기는 25호.
바닥 흙에도 노란색을 사용했는데, 자주색을 섞은 무채색 색조야. 솔직히, 색상을 예쁘게 뽑아내는 것에는 관심이 없네. 차라리 낡은 시골 달력처럼 그리는 게 더 좋아. 늙은 농부의 집에 걸려 있을 법한, 우박, 눈, 비, 화창한 날 등을 완전히 원시적으로 그린 그림 말이야. 앙크탱의 〈추수〉가 딱 그런 분위기지. 자네에게 털어놓았듯이 난 시골에서 나고 자랐으니까 시골이 싫지 않아. 오히려 과거의 기억 조각들, 그러니까 씨 뿌리는 사람이나 짚단더미를 보면 그 시절 영원한 것을 동경했던 마음이 되살아나면서, 또다시 매료되어 버린다네.
그런데 줄곧 그려보고 싶었던 별이 빛나는 밤 풍경은 언제나 그릴 수 있으려나. 아, 아쉬워! J. K. 위스망스의 『결혼 생활』에서 대단한 친구, 시프리앙이 이렇게 말했지. “가장 아름다운 그림은 침대에 누워 파이프 담배를 피우며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그러나 실제로는 결코 그리지 않을 그림이다” 하지만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위대하고 완벽한 자연 앞에서 내가 한없이 못나고 무능하다고 느껴져도, 기어이 그리게 될 거야.
_베7번 편지

이 편지는 그림 그리다 지치고 싫증 날 때 틈틈이 쓰는 거야. 작업은 잘되고 있어. 지금은 몸이 불편해지기 전인 며칠 전에 시작한 그림과 씨름하는 중이야. 〈풀 베는 사람〉인데 노란색 위주의 습작이고 아주 두껍게 칠했어. 그래도 소재는 아름답고 단순해. 내가 풀 베는 사람을 (무더위 속에서도 해야 할 일을 마치기 위해 애쓰는 저 희미한 인물) 통해 본 건, 바로 죽음의 이미지였어. 인간이 바로 저렇게 베어지는 밀 같은 존재라는 뜻이야. 굳이 비교하자면 전에 내가 열심히 그렸던 〈씨 뿌리는 사람〉과 대척점에 있다고 할 수 있지. 하지만 이 죽음은 결코 슬픈 죽음이 아니야. 주변의 모든 것을 고순도의 황금으로 물들이는 태양 아래서 벌어지는 일이거든.
(……) 드디어 〈풀 베는 사람〉을 완성했다. 아마 네가 보면 집에 걸어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거다. 자연이라는 위대한 책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죽음의 이미지를 담아낸 거야. 다만, 내가 표현하고 싶었던 건 ‘웃는 듯한’ 분위기였어. 언덕을 이루는 선을 자줏빛으로 칠한 걸 제외하고는 노란색 일색의 그림이야. 연노랑과 황금색 등등. 웃기는 건 격리시설 방 창문에 달린 철창 너머로 본 풍경이라는 거야.
희망이라는 게 생기고 나니 이런 걸 기대하게 되더라. 흙덩어리며 풀이며 노란 밀에 농부들 같은 자연이 내게 주는 의미를 너는 네 가족을 통해 얻었으면 한다.
_604번 편지

저는 테오가 아이에게 저보다는 우리 아버지 이름을 붙여주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안 그래도 요즘 부쩍 아버지 생각이 자주 들거든요. 그런데 이미 결정을 했다기에, 저는 아이에게 선물할 그림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침실 벽에 걸어둘 그림으로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흰 꽃이 핀 큼지막한 아몬드나무 가지입니다.
(……) 어머니, 지금이면 레이던으로 돌아오시지 않았을까 합니다. 요 며칠, 여기는(생 레미 요양원) 궂은 날이 이어졌었는데, 오늘은 완연한 봄 날씨입니다. 초록색 밀밭, 저 멀리 보이는 자주색 산맥 등 모든 게 아름다울 따름입니다! 아몬드나무들이 여기저기에서 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_627번 편지

차례_빈센트 반 고흐, 영혼의 편지들 ①

서문
_『1914년 네덜란드판』 서문 : 요안나 반 고흐-봉어르가 쓰다
_『빈센트 반 고흐 탄생 100주년 기념판』 서문 : V. W. 반 고흐가 쓰다
_『1960년 갈리마르판 반 고흐 서간집』 서문 : 조르주 샤랑솔이 쓰다

1. 네덜란드_ 헤이그 Den Haag /1872년 8월~1873년 5월
2. 영국_ 런던 London /1873년 6월 18일~1875년 5월 18일
3. 프랑스_ 파리 Paris /1875년 5월~1876년 3월
4. 영국_ 램스게이트 Ramsgate · 아일워스 Isleworth /1876년 4월~12월
5. 네덜란드_ 도르드레흐트 Dordrecht /1877년 1월 21일~4월 30일
6. 네덜란드_ 암스테르담 Amsterdam /1877년 5월 9일~1878년 7월
7. 네덜란드 · 벨기에_ 에턴 Etten · 보리나주 Borinage · 브뤼셀 Bruxelles /1878년 7월~1881년 4월
8. 네덜란드_ 에턴 Etten /1881년 4월~12월
9-1. 네덜란드_ 헤이그 Den Haag /1881년 12월~1882년 12월

차례_빈센트 반 고흐, 영혼의 편지들 ②

9-2. 네덜란드_ 헤이그 Den Haag /1883년 1월~1883년 9월
10. 네덜란드_ 드렌터 Drenthe /1883년 9월~11월
11. 네덜란드_ 뉘넌 Nuenen /1883년 9월~1885년 11월

차례_빈센트 반 고흐, 영혼의 편지들 ③

12. 벨기에_ 안트베르펜 Antwerpen /1885년 11월 말~1886년 2월 말
13. 프랑스_ 파리 Paris /1886년 3월~1888년 2월 20일
14. 프랑스_ 아를 Arles /1888년 2월 21일~1889년 5월 8일
15. 프랑스_ 생 레미 St. Rémy /1889년 5월~1890년 5월
16. 프랑스_ 오베르 쉬르 와즈 Auvers sur Oise /1890년 5월 21일~7월 29일

빈센트 반 고흐 연보
옮긴이의 글

저자

빈센트 빌럼 반 고흐 Vincent Willem van Gogh
인상주의가 표현주의가 되는 변화의 지점, 정확히 그 과도기의 그림을 그렸기에, 선구자로서 필연적으로 고독할 수밖에 없었던 화가.
1853년 3월 30일 네덜란드 브라반트의 쥔더르트에서 개신교 목사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화랑을 운영하던 큰아버지 덕분에 일찍 미술계에 발을 들여놓지만, 목회자가 되려고 화랑을 그만두고 교사, 서점 직원, 전도사 등의 직업을 전전한다. 결국 27세에 뒤늦게 화가가 되겠다고 선언하고 동생 테오에게 생활비를 지원받으며 그림 공부에 열중한다. 데생을 제외하고도 유화를 900여 점이나 그렸는데, 안타깝게도 관리 부실로 많은 작품이 사라졌다.
평소에 우울증을 앓던 빈센트는 1888년 아를에서 고갱과의 협업이 실패로 끝나며 첫 번째 발작을 일으켰고, 이후 계속해서 졸도와 발작 증세에 시달리다가 1890년 오베르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형을 잃은 깊은 슬픔 때문인지 테오도 지병이 악화되어 반 년 후에 사망했다.
미망인이 된 테오의 아내 요안나 봉어르가 남편의 서랍장을 꽉 채우고 있던 두 형제의 편지들을 꺼내 읽다가, 이 글들이 빈센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데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에 먼저 작품전을 기획해 개최했고, 이후 668통(다른 지인들과 나눈 편지까지 합하면 900여 통)의 편지들을 직접 번역해서 1914년 《빈센트 반 고흐의 서신집》을 출간했다. 테오와 요안나의 아들이자 화가의 동명의 조카인 V.W.반 고흐가 새로 발견된 편지들을 추가하고 보강해서 《빈센트 반 고흐 탄생 100주년 기념판》을 출간했고, 이후에도 프랑스 갈리마르판 등 다양한 번역출간과 연구 및 편지 발굴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역자

이승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교육과와 동 대학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했다. 유럽 각국의 다양한 작가들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으며, 도나토 카리시의 《속삭이는 자》 《이름 없는 자》 《미로 속 남자》 《영혼의 심판》 《안개 속 소녀》를 비롯하여, 안데슈 루슬룬드, 버리에 헬스트럼 콤비의 《비스트》 《쓰리 세컨즈》 《리뎀션》 《더 파더》 《더 선》, 프랑크 틸리에의 《죽은 자들의 방》, 에느 리일의 《송진》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도서 정보



도서명: <빈센트 반 고흐 영혼의 편지들 1,2,3 세트>

지은이: 빈센트 반 고흐
옮긴이: 이승재
발행일: 2024년 3월 30일
출판사: 더모던
분야: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 에세이
국내도서 > 에세이 > 일기/편지
예술/대중문화 > 미술 > 미술가
판형: 177*253mm
쪽수: 1권 704쪽, 2권 672쪽, 3권 704쪽
제본: 양장(패브릭커버)
정가: 세트 16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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