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우리는 모두 거짓말을 향해 나아가는 진실한 인간들
철학자의 철학을 삶을 통해 분석하거나 규명하려는 시도는 위험한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들이 선택한 보편성을 기각하고 다시금 알몸을 드러내는 일은 보편성을 담지하고자 하는 철학의 시도를 개별 철학자의 의견으로 끌어내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철학자의 삶 속에서 구현된 거짓말이 곧 그의 철학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를테면 솔직하게 말하는 것 자체가 사회의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입장에 서 있었다면, 그는 진실을 드러내는 일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 혹은 그가 자신의 삶과 다른 글을 씀으로써 삶을 확장시키려는 시도를 했다면, 그것은 삶에 대한 거짓말이 아니라 삶으로부터 시작한 ‘거짓말인 진실’일 수도 있다.
우리는 모두 거짓말을 한다. 글을 쓰면서는 더 많은 거짓말을 한다. 글로 구현된 ‘나’는 이미 내가 아니라 나로부터 기원한, 나보다 조금 더 낫기를 바라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거짓말들을 우리의 상(象)으로 삼는다. 어쩌면 우리는, 이 철학자들처럼, 모두 거짓말을 향해 나아가는 진실한 인간들일지도 모른다.
- 김겨울(작가, 유튜브 '겨울서점'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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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거짓말을 향해 나아가는 진실한 인간들
철학자의 철학을 삶을 통해 분석하거나 규명하려는 시도는 위험한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들이 선택한 보편성을 기각하고 다시금 알몸을 드러내는 일은 보편성을 담지하고자 하는 철학의 시도를 개별 철학자의 의견으로 끌어내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철학자의 삶 속에서 구현된 거짓말이 곧 그의 철학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를테면 솔직하게 말하는 것 자체가 사회의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입장에 서 있었다면, 그는 진실을 드러내는 일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 혹은 그가 자신의 삶과 다른 글을 씀으로써 삶을 확장시키려는 시도를 했다면, 그것은 삶에 대한 거짓말이 아니라 삶으로부터 시작한 ‘거짓말인 진실’일 수도 있다.
우리는 모두 거짓말을 한다. 글을 쓰면서는 더 많은 거짓말을 한다. 글로 구현된 ‘나’는 이미 내가 아니라 나로부터 기원한, 나보다 조금 더 낫기를 바라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거짓말들을 우리의 상(象)으로 삼는다. 어쩌면 우리는, 이 철학자들처럼, 모두 거짓말을 향해 나아가는 진실한 인간들일지도 모른다.
- 김겨울(작가, 유튜브 '겨울서점' 운영자)
살아가는 사람과 사유하는 사람은 같은 사람이 아니다
거짓말이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에 반대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거짓말은 인간 삶의 본질을 함축하고 있다는 사실도 떠올려 보아야 한다. 인간관계, 정치, 문학 등 방대한 허구의 목록에서 사람들은 흔히 철학을 빠트린다. 프랑수아 누델만은 충격적인 실례들을 보여 주면서 이런 생각이 틀렸음을 입증하고 있다.
사르트르는 1936년 총선에서 투표도 하지 않았을 뿐더러 나치 점령 시기에 저항 운동을 하지도 않았지만 참여 이론의 대가가 되었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여성의 자율성을 이론화하면서 동시에 연애에서 예속적인 쾌락을 찬양했다. 푸코는 자기 자신에 대해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이 에이즈에 걸린 사실은 숨겼다. 들뢰즈는 노마디즘, 정신분열증 환자의 여행을 예찬하면서 정작 자신은 집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들은 거짓말쟁이들인가? 소설가, 시인, 화가, 음악가 등 모든 창작자들과 마찬가지로 철학자들도 세상을 만들어 낸다.
이 흥미로운 책에서 누델만의 섬세함이 돋보인다. 그는 누구도 비방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애써 모른 척해 온 사실, 즉 철학적 진실 역시 허구라는 사실을 환기시키고자 한다. 철학적 진실은 그것을 만들어 낸 사람의 삶과 우회적인 방식으로 복합적이고 교묘한 관계를 맺는다. 거기에는 부인, 환상, 정직, 회피가 뒤섞여 있다. 자신이 상상하는 세계가 틀림없이 존재한다고 확신하는 이상하고 강력한 성향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과 사유하는 사람은 정확히 같은 사람이 아니다. 둘 사이에는 창의적인 비틀림이 있다. 이 사실을 놓친다면 커다란 실수가 될 것이다.
-로제 폴 드루아(철학자, <걷기, 철학자의 생각법> 저자), 《르 몽드》 2015년 9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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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모두에게 진실만을 말한다면, 세계는 즉시 전쟁터가 될 것이다. 합리적이고 훌륭한 원칙이란 그것이 실행될 수 있는 조건까지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칸트는 이러한 반론에, 또 그 원칙을 실용적 허구로 희화화시킨 사례들에 격노했다. 칸트에 따르자면, 친구의 행방을 묻는 암살자에게 친구가 어디 있는지 말해 주어야 한다. 암살자에게조차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설령 그 결과가 암살이라도!
- 1장 <진실의 파토스>에서
삶과 모순되는 이론서를 쓰는 것은 글쓰기 속에 긴장의 흔적을 남긴다. 주의 깊은 독자라면 텍스트 안에서 이상함이나 불완전함을 느끼고 흔적을 찾아낼 것이다. 거짓말은 진실과 반反진실의 힘겨운 연결을 보여 주는 바느질 같은 것이다. 글이라는 옷감에 꿰매진 이 자국은 간혹 눈에 띄지 않기도 한다. 자명한 주장에 거짓말이 덮여서 자국이 완전히 지워진 것이다. 그때 독자는 심리학자가 되어, 언어 속에 사용된 모든 술책을 검토해 봐야 한다.
- 2장 <삶과 반대되는 이론>에서
“이름을 내걸고 무엇인가를 말한다는 것은 매우 이상한 일이다. 자신의 고유한 이름으로 무엇인가를 말하는 순간은 그가 자신을 어떤 자아로, 어떤 인격으로 또는 어떤 주체로 간주하는 순간이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로 개인성을 제거하는 혹독한 훈련을 마치고 사방에서 그를 관통하는 다양성에, 그를 거쳐 가는 강력한 힘들에 자신을 열어 놓을 때 개인은 진정으로 고유한 자신의 이름을 갖게 된다.”
- 3장 <개념에 대한 물신숭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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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언어 사이의 간극
철학자들의 담론은 “바로 거기서부터”
모두가 모두에게 진실만을 말한다면, 세계는 즉시 전쟁터가 될 것이다. 합리적이고 훌륭한 원칙이란 그것이 실행될 수 있는 조건까지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칸트는 이러한 반론에, 또 그 원칙을 실용적 허구로 희화화시킨 사례들에 격노했다. 칸트에 따르자면, 친구의 행방을 묻는 암살자에게 친구가 어디 있는지 말해 주어야 한다. 암살자에게조차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설령 그 결과가 암살이라도!
- 1장 <진실의 파토스>에서
삶과 모순되는 이론서를 쓰는 것은 글쓰기 속에 긴장의 흔적을 남긴다. 주의 깊은 독자라면 텍스트 안에서 이상함이나 불완전함을 느끼고 흔적을 찾아낼 것이다. 거짓말은 진실과 반反진실의 힘겨운 연결을 보여 주는 바느질 같은 것이다. 글이라는 옷감에 꿰매진 이 자국은 간혹 눈에 띄지 않기도 한다. 자명한 주장에 거짓말이 덮여서 자국이 완전히 지워진 것이다. 그때 독자는 심리학자가 되어, 언어 속에 사용된 모든 술책을 검토해 봐야 한다.
- 2장 <삶과 반대되는 이론>에서
“이름을 내걸고 무엇인가를 말한다는 것은 매우 이상한 일이다. 자신의 고유한 이름으로 무엇인가를 말하는 순간은 그가 자신을 어떤 자아로, 어떤 인격으로 또는 어떤 주체로 간주하는 순간이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로 개인성을 제거하는 혹독한 훈련을 마치고 사방에서 그를 관통하는 다양성에, 그를 거쳐 가는 강력한 힘들에 자신을 열어 놓을 때 개인은 진정으로 고유한 자신의 이름을 갖게 된다.”
- 3장 <개념에 대한 물신숭배>에서
쓰는 글과 반대되는 삶을 사는 것, 또는 사는 삶과 반대되는 것을 쓰는 것, 이 기묘한 일들은 글쓰기의 기능, 특히 이론적 글의 기능에 대해 질문하게 만든다. ‘진정한 삶’을 사상이나 상상력과 별개의 것으로 보는 것에는 분명 이론의 여지가 있다. 플로베르는 “나에게 책은 삶을 사는 특별한 한 방식이다”라고 말했다. 글쓰기 안에서 삶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작가는 문학이 얼마나 많은 상상의 실존을, 그리고 때로는 일상의 ‘현실’에서보다 더 강력한 감정을 체험하게 해 주는지 알고 있다.
- 4장 <다중 인격>에서
거짓말을 뿌리 뽑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다고 진실을 향한 욕망이 가치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 비극적인 도전을 계속해 간다는 것이 사유의 강력함을 증명한다. 사르트르는 거짓말이 사라진 미래를 꿈꾸었다. 거기서는 모든 것이 말로 표현될 수 있을 것이고, 개인은 자신을 숨기지 않을 것이며, 은밀한 동기들은 사라질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비밀을 말하고, 실존적 입장을 단언하며, 자신의 도덕관과 세계관을 견지하는 이유를 설명할 것이다. 사르트르는 이런 이상적 인간으로 살아 보는 행복을 누리지 못했다. 키르케고르는 더 겸손하게, 이러한 허식 없는 진실을 결혼 생활을 위해 마련해 두었지만…… 독신으로 남고 말았다. 모든 것이 말해질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우리 말에서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할 텐데, 솔직함이 그것을 보증하지는 못한다.
- 5장 <거짓말의 해방>에서
조금만 주의 깊게 듣는다면, 거짓말은 글에서도 들린다. 우레와 같은 단언, 말 더듬기, 반복되는 관례적 표현, 위조된 어조는 균열을, 나아가 기만의 징후를 보여 준다. 자기 목소리를 녹음해서 다시 들어 보면 낯설게 느껴지고, 이는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누가 이렇게 말하는가, 누군가 우리의 이름으로 이야기하기 위해 음색을 빌렸는가? 이러한 불일치의 인식은 우리에게 단언하고픈 욕망을 절제하라고 부추긴다. 또는 모르는 채 살아온 삶의 비극적 거짓말을 여실히 드러내라고 부추긴다. 거대 담론에 지나치게 빠지게 되면, 때때로 우리는 그러한 악보와 동떨어지게 되어 더 이상 위안을 주는 의미의 음악을 들을 수 없게 된다. 그것들은 해체되고, 이상한 소리를 내다가, 재구성되고…… 그리고 차츰차츰, 믿기지 않는 놀라운 진실의 작은 소리를 낸다.
- <나가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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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거짓말에 대한, 도덕과 무관한 접근을 위하여
1장 진실의 파토스
- 모두가 거짓말쟁이, 루소만 빼고
- 거짓말, 그 이론과 실천 : 몽테뉴, 루소, 칸트, 콩스탕, 니체
- 거짓말의 용기 : 푸코
2장 삶과 반대되는 이론
- 철학자들이 꿈꾸는 삶 : 피에르 아도
- 거짓말이 탄생시킨 걸작 : 《에밀》
- 현재의 자신과 다르게 존재하기 : 사르트르의 참여
3장 개념에 대한 물신숭배
- 개념의 마력과 개념의 거부 : 프로이트
- 개념으로 도피하기 : 들뢰즈, 칩거하는 유목민
- 개념 속에서 눈멀기 : 레비나스와 눈부신 타자
4장 다중 인격
- 이론의 이중적 삶 : 미국에서의 보부아르
- 수많은 타인들로 살고 생각하기 : 키르케고르의 가명들
- 거짓말과 사후死後 진실
5장 거짓말의 해방
- 거짓말의 세 가지 길
- 단언하는 리비도
- 이차적 청취를 위해
나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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