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 송송 계란 탁. 파 송송 계란 탁. 소리 내어 읽으면 양은 냄비 속에서 펄펄 끓는 라면이 떠오르고, 이내 젓가락을 날래 움직여 후루룩 면발을 입 안으로 가져가는 장면이, 아니 그 라면 맛이 느껴진다. 이것이야말로 말의 힘 아닐까. 소리 내어 읽기만 해도 의미가 절로 통하고, 그저 소리 내어 읽었을 뿐인데 정말 그 일이 벌어지는 듯한 감각을 전하는 광경이니 말이다. 이렇듯 소리, 모양, 움직임을 흉내 내어 읽는 맛을 더하고 리듬감을 살리는 말을 의성어와 의태어라 부른다. 이 책은 "송알송알 싸리잎에 은구슬, 조롱조롱 거미줄에 옥구슬"처럼 어린 시절 동요에서 자주 만나다 어느 순간부터 말과 글에서 사라진 의성어와 의태어를 다시 소리 내 부른다.
저자는 부산에서 '빽' 첫울음을 울었고, '쑥' 자라 수학 책에 소설을 '쓱' 끼워 읽는 고등학생이 되었고, 사범대학에 '딱' 붙은 뒤로는 줄곧 시를 읽었다고 한다. 잡지기자로 일하며 말과 글을 가까이 했지만 그 역시 의성어와 의태어의 세계에 제대로 빠진 건 이 책 덕분이라 한다. 본문을 들여다 보면 글을 쓰며 얼마나 신이 났을지 느껴지는데, 우선 소리만으로 의미가 자연스레 통하기에 의미를 일일이 설명하지 않고 상황 속에서 이해하며 읽도록 하고, 하나의 말이 여러 뜻을 가진 데다 미묘한 어감으로 느낌이 달라지는 의성어와 의태어를 구분하려 도표를 만들기도 한다. 가로 축에는 한끼 섭취량을, 세로 축에는 한 숟갈의 양을 놓고, 가장 작은 쪽에는 깔짝깔짝, 깨작깨작을, 가장 큰 쪽에는 꺼귀꺼귀, 우걱우걱을 배치해, 먹을 때를 묘사한 수십 개의 의성어와 의태어를 한눈에 보여준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걸을 때, 일할 때, 화날 때, 신날 때처럼 상황별로 나눈 매 꼭지마다 의성어와 의태어를 살린 이야기를 만들어 전하는 데 이르면, 의성어와 의태어의 재미뿐 아니라 의성어와 의태어의 매력에 흠뻑 빠진 사람의 이야기를 맛보는 기분도 든다. 이 책을 읽는 이들도 그와 비슷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