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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의 뜻대로 부릴 수 있는 가정교사가 필요했다. 가정교사를 통제하여 가정교사와 준서 모두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고 싶었다. 준서의 인생을 계속 책임져야 하는 사람은 가정교사가 아니라 자신이니까 모두 제 팔 안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사람을 믿고 얘기할 수 있을까? 이틀 연속 소동이나 일으키는 사람을?’
오래 겪어보지 못한 사람을 믿고 의지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는 약간의 씁쓸함을 털어내지 못하고,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그녀가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준서가 정원에서 귀신을 봤다고 했습니다.”
“귀신이야, 거실에서도 보고 방에서는 내내 본다면서요.”
“정원의 귀신은 무서웠다고 했으니까요. 귀신을 봤다는 날, 준서는 하루 종일 파랗게 질려 있었어요. 나는 그걸 퇴근하고 돌아와서 밤에야 알았고. 그 애가 봤다는 귀신을 다시 확인할 때까지, 아무에게도 내 대신 산책을 맡길 수 없어요. 내가 보호자니까.”
그렇게 지원은 진실 한 가지를 이야기했다. 신기하게도, 전혀 믿을 수 없는 사람에게 털어놓았는데도 불구하고 마음 한구석이 후련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 희열은 오래 가지 않았다. 그녀는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침묵이 길게 이어졌다.
자는 걸까. 실망스럽긴 하지만, 차라리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창으로 들어온 어스름한 불빛이 아스라이 거실을 비춰, 어둠에 익숙해진 지원의 눈은 더욱 밝아져 있었다. 그는 이새가 잠들었다고 생각하고 천천히 몸을 돌려 그녀를 향했다. 잠들어 버렸다면 깨워서 방으로 돌려보내야 하니까.
그런데, 의외였다. 그녀의 얼굴은 여느 때보다도 생기가 넘쳤다. 그녀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 동그랗게 뜨인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지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동그랗게 모은 그녀의 입술이 한 입 베어 문 빨간 막대 사탕처럼 그녀의 눈과 함께 반들반들 빛났다.
“이런 삼촌의 듬직한 모습을 준서에게도 알려주면 좋을 텐데요.”
그 새삼스러운 미소에 지원의 눈이 잠깐 커졌다.
어디 모자라다 싶을 정도로 성격이 단순한 건지, 정말 어디가 모자란 건지.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티격태격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뭐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활짝 웃을 수 있는지.
냉랭하게 지시하면 바로 쏘아붙이고. 귀신 나왔다고 갑자기 떠나가라 소리 지르고. 분위기 훈훈하면 살랑살랑 웃고. 몇 마디 나눠 줬다고 친근한 척 충고를 하고.
얘 뭐야? 왜 이래?
지원의 마음속 깊숙이 경보음이 울리고 있었다.
삐삐삐. 확인되지 않은 인간 유형이 나타났습니다. 경계 대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