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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인, 잘 살라고 놔줬는데 왜 이 지경이 됐어?”
눈빛에 가슴이 베인다는 말, 예전에는 믿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믿는다. 더는 상처가 날 곳도 없게 삭막해진 줄 알았던 가슴에도 피가 흘러 선득하게 묻어나는 거, 이젠 싫다.
“선배! 이게 마지막이었으면 해요. 아는 척하는 거. 그러자고 우리…… 이혼한 거예요. 완전한 남남이 됐다고요. 그러니까 지금까지처럼 선배가 날 봐줘요. 내 뜻대로 해 주세요.”
“널, 어떻게 하면 녹일 수 있을까? 꽝꽝 얼어붙은 네 마음을 어떻게 하면 부드럽게 할 수 있을까. 널 볼 때면 그게 안타까워.”
꽁꽁 언 마음이 안타까웠다고?
어떻게 하면 녹일 수 있느냐고?
그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수인은 아프게 웃었다. 녹았었다. 과거형이지만 분명 자신의 마음은 도강현에게 말캉거리게 녹았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내쳐졌지. 한번 녹았던 것은 원상회복이 되지 않는다. 더 흉하게, 더 거칠게 얼어붙어 흉물이 되어 버릴 뿐. 그래서 그의 말이 우스웠다.
“지나갈 거야, 반드시.”
그를…… 언제쯤 뿌리째 뽑아내 버릴 수 있을까. 말처럼 제발 빨리 지나가 버렸으면 좋겠다. 꽁꽁 얼린 마음이 어리석음으로 다시 움직이지 않도록, 가급적 시간이 스피드를 높였으면 좋겠다고 수인은 흠뻑 젖은 얼굴을 손등으로 거칠게 문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