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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인생에서 한두 가지는 잊고 싶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쓰라린 실연의 기억, 트라우마가 될 만한 혹독한 경험,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리게 된 부주의한 한마디,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수치스러운 기억, 술기운에 부린 추태 등등… 그런데 만약 이 모든 기억을 지워주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어떨까. 기억술사는 이런 보편적인 설정을 바탕으로 풀어가는 환상적인 이야기다. 해질 무렵 어떤 공원의 초록색 벤치에 앉아 있으면 기억술사가 찾아와 원하는 기억을 지워 준다는, 마치 도시전설과도 같은 이 간단한 설정은 그러나 여러 등장인물들의 사연이 서로 얽히면서 간단하지 않은 드라마로 확대된다.
어떤 부분의 기억이 사라진 사람들의 만남은 그 사라진 기억의 정체를 자꾸 궁금하게 만들고, 무엇보다 기억술사가 어떤 이유로 사람들의 기억을 지워주고 있는지도 베일에 가려져 있다. 마치 드라마 '이상한 이야기' 같은, 어딘가 오싹한 기억술사의 존재는 사람들의 슬픈 사연과 얽혀 무서움보다는 슬픔과 애수를 자아내는 기묘한 효과를 낸다. '노스탤직 호러'라는 말이 잘 들어맞는 작품이다. 독특한 설정을 즐기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를 원하는 독자들이라면 이 작품을 즐겁게 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