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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생 이런 노래밖에는 부르지 못할 것이고, 이제 나는 그것이 조금도 슬프지 않다."라고 말하는 시인이 있다. 안희연이 엮은 시집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은 이 '슬프지 않은 슬픔'으로 이루어져 있다. 감자에 자라난 싹을 독이라고도, 성장이라고도 쉽게 판단하지 않는 윤리적인 태도. 사려 깊고 의연한 마음으로 마침내 언덕에 선 이에게 불어오는 여름 언덕의 바람. "내게는 그런 사람이 많다"(<나는 평생 이런 노래밖에는 부르지 못할 거야>)라고 시인은 말한다. '모두가 새의 황금빛을 이야기할 때 / 죽은 듯이라는 말을 생각하느라 하루를 다 쓰는 사람", '너머의 너머를 바라보느라 진흙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사람.' 언덕의 기분을 살피고 말을 고르는 사람들. 꼭 그런 사람들 같은, 아껴 읽고 싶은 조심스러운 생각들이 있다.
'누구도 해치지 않는 불'을 꿈꾸는 사람들. (<불이 있었다>), '다신 그러지 않을게, 다신 그러지 않을게 / 울먹이며 돌아보는' 사람들. (<사랑의 형태>) '지금껏 왜 작다고만 생각했을까 / 올려다봐도 얼굴이 안 보일 만큼 큰 것일 수도 있는데' (<자이언트>) 다시 생각해보는 사람들. '얼음은 녹기 위해 태어났다는 문장을 무심히 뱉'(<표적>)다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지 놀라는 사람들. '모든 얼굴에서 성급히 악인을 보는 내게 / 사랑은 비 온 날 저녁의 풀냄새 같은 거겠지' (<실감>) 말해주는 사람들. 그들의 눈엔 울상 짓는 언덕이 보이고, 선의로 달군 난로 때문에 녹기 시작하는, 눈으로 된 사람이 보인다. 너무 많은 슬픔을 매달고 있는 나무가 보이고, 그 모든 비극을 알고서도 이 여름을, 상하기 좋은 이 계절을 지내야 하는 사람의 마음이 보인다.
2020년 동료 문학인이 선정한 '오늘의 시'에 선정된 <스페어>에는 '초록 앞에선 겸허히 두 손을 모으게' 되는 태도가 있고, '나를 도려내고 남은 나로 / 오늘을 살아'가는 내가 있다. 맑은 슬픔의 여정을 지나 맞이하는 이 시집의 마지막 시 <열과>는 들뜨지 않아 아름답다. '이제는 여름에 대해 말할 수 있다'라고 말할 만큼 오랜 시간이 지나고, 그는 제 마음 속 소란을 마주하고 말한다. '그래, 더 망가져도 좋다고.' 이 아름다운 시집과 함께 여름을 걷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