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모는 정말 '가수'다. 단순히 잘한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한 힘과 기교를 가지고 어떤 장르의 곡이던 소화해낼 능력과 개성이 충분한 진짜 가수다. 99년11월 발매된 6집음반은 동시대 최고의 가창력을 보유한 '그만이 할 수 있는'음악은 결코 아니었다. 팝스러운 즐거움은 오히려 3집만 못하다. 색깔은 비슷하지만 [exchange]의 감수성에는 조금 못 미치는 느낌을 준다. 그는 확실히 성숙했지만 그 조용함과 평범함은 이미 4,5집의 두 장으로 충분했던 것 같다. 똑같은 발라드라 할지라도 '혼자만의 사랑','아름다운 이별','그대 내게 다시'만큼이나 호소력 있게 그의 목소리에 어울리는 곡들은 왜 없는걸까.
그의 의도가,그의 취향이, 이제는 너무나 쉽고 편안한 음악들에 끌리는걸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나는 그가 불러야 할 너무나 멋진 음악들이 아직 많다고 생각한다. 박진영의 언밸런스한 편곡이 옥의 티인 '괜찮아요'나 정재윤의 소프트 훵키 넘버 '기분 좋은 날'같은 곡은 앨범의 두세번째를 차지하고 있어야 할 트랙들이 아니다. 'say goodbye'나 '버담소리'는 서정성의 발군이긴 하지만 그런 음악들이 앨범의 전체적인 색을 커버하기엔 그는 아직 젊다. 왜 그는 뛰어난 가창력과 기록적인 음반판매고에도 불구하고 음악적으로 특별히 높게 평가 받는 앨범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