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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선택

""몹시 윤리적이고 총명한 작가를 만나 행복하다.""

너라는 생활

당신이 나와 같은 사람이라면 김혜진의 소설을 이미 사랑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냥 좋은게 좋잖아"하는 말에 "좋은 게 좋다니. 누구에게 좋다는 걸까. 도대체 뭐가 미안하다는 걸까."(216쪽) 생각하고 마는 사람. "멀리서 보면 나무랄 데 없이 선하고 이타적인 모습"에서 "한없이 무책임하고 비겁하고 나약"(228쪽)한 일면을 발견하고 마는 사람. (<팔복광장>) "그런 사람들도 우리가, 사회가 끌어안아야 한다는 이야기" (106쪽)에 '그런 사람들이라니' 생각하며 그들의 이야기가 귀에 거슬리고 그 자리가 불편해지는 사람. (<자정 무렵>) "두 사람 내가 항상 응원하는 거 잊지 말고" 라는 말에 "뭘요?"(20쪽)라고 되묻고 마는 사람. "다 안다거나, 지지한다거나, 응원한다거나, 이해한다거나." (184쪽, <아는 언니>) 하는 말에 감동한 척 구는 게 이제 지겨운 사람. 이 사람들은 내 마음 속 불편함의 근원을 말로 정리하는 것을 시도하며 '너'에게 말을 걸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 자기 자신과 대면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다. 김혜진의 소설 속에서 이런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는 '그들'은 대체로 공식화하기 어려운 연애를 하는, 더이상 젊지 않은, 여성 노동자들이다. "이상한 사람들.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 직장이 없는 사람들. 가족이 아닌 사람들. 밤에도 낮에도 할일 없이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사람들. 서로의 신분을 보증해줄 수 있는 것이 너와 나뿐인" (128쪽, <동네 사람>) 사람들. 여자 애인과 함께 자신의 집에 살러 온 딸애를 둔 어머니의 이야기 <딸에 대하여>와 점점 아래로 향하는 한 노동자의 마음을 치밀하게 따라가는 이야기 <9번의 일>에서 그랬듯 김혜진은 이 사람들의 가장 깊은 곳까지 다가간다. 혹 당신이 나와 같은 사람인데도 아직 김혜진의 세계를 만나지 못했다면, <너라는 생활>을 읽고 그의 세계가 던지는 질문에 귀를 기울여볼 것을 권한다. 소설이 묘사하는 모순투성이의 너들. "너는 길고양이를 끔찍이 생각하는 사람이고 요령있게 집을 사고팔며 차익을 남길 줄 아는 사람."(<3구역, 1구역>)임을 동시에 알아채는 순간, 우리는 알 수 없음에 대해 알게 된다. 여성학자 정희진은 우리 사회의 피로감과 절망감을 직면하는 김혜진의 소설을 두고 "몹시 윤리적이고 총명한 작가를 만나 행복하다."라고 상찬했다.

"두려움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좀먹는가"

타인에 대한 연민

예측 가능하지 않은 시대다. 가까운 미래도 확신하기 어려운 현실에 두려움이 커진다. 두려움과 무력감 속에서 빈 허공에 손을 휘젓는 우리는 무엇이라도 잡고 싶다. 가장 손쉽게 걸리는 것은 타인이다. 내 자리를 뺏은 것처럼 보이는, 선을 넘어오는 타인들. 마사 누스바움은 두려움이 혐오와 분노로 전염된다고 말한다. 마사 누스바움은 일관성 있게 분석해온 '정치적 감정'으로 현재 민주주의의 위기를 설명한다. 이번 책에서 주요하게 분석하는 감정은 두려움이다. 현실에 대한 두려움이 타인에 대한 분노와 혐오로 번지고, 민주주의의 기반인 상호 관계를 무너뜨린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그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활용해 독자를 설득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의 주장에 반대하는 가상의 인물과 논쟁을 하는 한편, 아기의 행동을 통해 인간의 근원적인 두려움과 그에 대한 반응을 설명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두려움으로 인한 민주주의의 위기 앞에서 우리는 어찌해야 할까? 사실 누스바움은 이 말을 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절박하게, 희망을 외친다. 그는 결과에 대한 예측과 상관없이 더 나은 세상에 대한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타인에 대한 세세한 믿음을 굳혀야 한다고 말한다. 결의까지 느껴지는 그 외침에, 쉬운 길은 아니겠지만 희미해지는 희망을 잡아본다. 희망엔 가능성을 따지지 말라고 했으므로.

"열정이 독이 되는 순간"

슈퍼펌프드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 성공이 있으면 실패가 있고, 기회가 왔다면 위기도 온다. 존경받는 리더가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리더들도 많다. 넷플릭스 CEO가 쓴 <규칙 없음>에서 세상 모든 직장인들이 부러워할 만한 기업 문화를 만들어 낸 위대한 창업자를 만나 본 우리는 이제 거대한 사업을 일구어 내고도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자칫 위대한 리더라 평가받았을 뻔했던 또 다른 창업자를 만날 차례다. 창업 10년 만에 기업 가치 130조 원의 회사를 만들었으나 이사회에 의해 퇴출당한, 우버의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이 그 주인공이다. 그 무엇보다 신뢰가 생명이었던 공유 플랫폼 우버는 하루아침에 수백억 달러의 가치를 잃었다. 잘나가던 우버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우리의 궁금증을 해결해 줄 이는 뉴욕타임스의 IT 전문 기자 마이크 아이작이다. 그는 18개월이라는 긴 취재 끝에 캘러닉 퇴출 사건의 전말을 담은 이 책을 펴냈다. 그의 이 탐사 르포는 성공을 위해서라면 거짓과 부도덕에 눈감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한 리더의 오만과 독선, 그리고 그 리더를 향한 직원들의 맹목적 숭배가 조직에 어떤 파국을 몰고 오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극한의 경쟁이 부른 참사이기도 한 우버의 몰락 이야기는 스타트업을 비롯한 기업들의 생존 방식과 조직 문화에 대해 많은 고민거리를 던진다. 하나 확실한 건, 무엇이든 과하면 탈이 난다는 사실이 아닐까. 세상을 삼킬 듯한 용솟음을 가능케 했던 기업가 정신, 그 욕심과 열정마저도 말이다.

실시간 Click Top 10  2020. 09. 24. 2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