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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선택

"예술가들의 질문을 질문하는 책"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김영민 교수의 문장을 잠깐 빌려본다. "정독할 부분을 찾는 방법 중 하나는 자기만의 질문을 염두에 두고 책을 읽는 것이다. 그 질문에 답하는 문장들이 바로 정독할 부분들이다."(예약판매 중인 도서, <공부란 무엇인가> 속 문장이다.) 질문을 하나 품고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나서는 것은 책을 잘 읽는 방법이자, 삶을 깊게 살아내는 방법이기도 할 것이다. 예술가는 자신이 잡은 질문의 내핵까지 들어가는 사람이다. "엄혹한 현실인으로 살아내느라" 많은 사람들이 종종 자기 나름의 질문을 놓치고, 제자리를 빙빙 맴돌 때, 예술가들은 삶과 세상에 대한 질문과 그에 대한 답들로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제시한다. 하나의 질문으로 자신의 세계를 공고히 만든 예술가들의 생각을 엿듣는 일은, 그래서 단순한 흥미 이상의 차원이다. 20년 이상의 잡지 에디터 경력을 쌓은 저자 윤혜정이 거장 예술가들의 세계를 촘촘히 탐험한 기록을 이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그는 세련되고 정확한 질문으로 예술가들의 사유를 매끄럽게 끌어낸다. 디터 람스, 이자벨 위페르, 박찬욱 등 거장 예술가들의 오래 묵힌 고민이 녹아난 답변들은 우리가 생각해볼 주제들을 던진다. 예술가들의 질문을 질문하는 것, 이 묘한 프랙털로 이루어진 책에서 각자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며 즐거이 읽으시길 바란다.

"내게 남은 것은 55킬로그램뿐이었다."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심부름꾼 k가 만난 이야기. 그는 전달책 k, 소문자 k이다. '거기까지 가는 길은 아는데 / 왜 가는지는 모르'는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中) 심부름꾼이 영문을 모르고 바삐 재촉하는 걸음. 그 길에서 그는 카프카를, 기형도를, 배수아를, 허수경을, 황정은을 만난다. 이야기에 이야기를 비추면 시가 튕겨져 나온다. '에코'처럼 동심원을 그리며. "우리를 밟으면 사랑에 빠지리"라고 말했던 <에코의 초상> 김행숙이 6년 만에 시집을 엮었다. 감각적인 언어는 여전하지만, 시의 실험은 더욱 깊고 자유로워졌다. 전작 출간 이후 극심한 통증을 만난 시인은 "마치 외국어로 글을 쓰는 사람처럼 나는 내 문장이 조합되는 과정을 생경하게 의식"하게 되었다고 회상한다. 뼈와 살이 내뱉는 비명 같은 통증 이후, 그가 마주한 것은 182센티미터 55킬로그램의 자신의 육체를 인식한 카프카가 경험했을 그 감정, 실존에 대한 생경함이다. '마지막으로 55킬로그램의 똥을 누'기 전에, (<「변신」 후기> 中) 자신의 생물성을 뼈저리게 인식한 후에도 우리에게 남은 건 오직 언어뿐. 그렇게 심부름꾼은 무수한 언어 사이를 건너며 밤을 보낸다. 계속되는 밤과 꿈. 김행숙의 말과 함께 '우리는 우리를 위해 환하게 불을 켠다.' (<우리를 위하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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