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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선택

"살만 루슈디가 선사하는 현대판 '천일야화'"

2년 8개월 28일 밤

31세기의 시점에서 본 21세기의 인류는 어떤 모습일까. 대서사의 시작은 12세기, 한 인간 남자를 사랑한 마계 여인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계'를 의미하는 '두니아'라는 이름을 가진 여인. 마족과 인간의 혼혈인 두니아의 후손들은 자신의 뿌리를 모르는 채로 인간의 세상에서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800년이 흐른 21세기의 어느 날, 거대한 폭풍우가 세상을 휩쓸어 인간계와 마계 사이의 봉인이 깨지기 전까지는. 이어져서는 안 될 두 세계 사이에 통로가 생기자 인간 세상에는 온갖 괴이한 사건이 난무한다. 혼란을 틈타 침입한 흑마족은 인류를 노예로 삼으려 하고, 두니아는 그에 맞서기 위해 후손들을 규합하고 이들이 가진 특별한 능력을 일깨운다. 공중부양을 하는 정원사 '제로니모', 그림을 그리면 그것이 실체로 나타나는 그래픽노블 작가 지망생 '지미', 주변인들의 부정부패를 알아채는 아기 '스톰', 번개를 쏘는 '테리사'가 부름을 받아 흑마족과 전쟁을 벌인다. 천 하룻밤, 장장 '2년 8개월 28일 밤'동안 이어진 어둠과 신비의 기록. 25개의 부커상 수상작 중에서 선정된 ‘부커 오브 부커스상' 수상작이자, 40개의 수상작 중 독자가 선정한 '베스트 오브 더 부커상' 수상작 <한밤의 아이들>을 잇는 매혹적인 현대판 '천일야화'를 만난다.

"모든 슬픔을 한꺼번에 울 수는 없나"

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지 (어나더커버 에디션)

2015년 신춘문예 등단, 2019년 동주문학상 수상, '시인의 악기 상점'이라는 이름의 가수로도 활동중인 시인 정현우의 첫 시집이 출간되었다. 6년 동안 발표된 68편의 시를 섬세하게 배치해 4부로 나누어 소개한다. 천사의 말을 얻게 된 경위는 이러하다. 눈 내린 숲, 쓰러진 천사. "나는 천사를 등에 업고 / 집으로 데려와 천사를 씻겼다. / 날개에는 작은 귀가 빛나고 있었다. / 나는 귀를 훔쳤다. / 귀를 달빛에 비췄고 / 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다." (<귀와 뿔> 中) 인간에게 닫힌 말을 얻게 된 이후 내겐 보통은 들리지 않을 이야기들이 들린다. 그것은 하늘을 높이 나는 '주인집 아들이 부는 비눗방울'처럼 선명한 가난의 이미지일 수도 있고(<덫> 中), 인간의 말이 아닌 말로 인간의 것이 아닌 것을 얻길 바라며 치르는 굿판의 '신복(神服)을 입은 할미가 내 목을 누를 때'의 감각일수 있고, (<점(占)> 중) 네 부고를 들은 후 '죄들이 손바닥 끝에서 / 붉고 투명한 귀들로 자'(<용서> 中)랄 때의 간절한 고해일 수 있고, '소매에 넣으면 길어진 나의 팔은 쑥쑥 자라 입을 수 없는 옷들만 수북이 쌓'(<옷의 나라> 中)일 때의 당혹스러움일 수 있다. 나의 정체성엔 이 세계가 맞지 않는 듯하다. 내겐 맞는 옷이 없듯 맞는 몸이 없고, 맞는 언어 없어 슬프지 않을 수 없으니 이 모든 슬픔을 한꺼번에 울 수는 없나 자문할 수밖에. '자기 다움의 소실점'을 따르는 고해록 같은 시. (시인 이병률 추천의 말 中) 그 모든 슬픔을 기리는 천사의 말, 정현우의 지금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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