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벡 최고의 이야기꾼, 2018년 아카데미 프랑세즈 <불어권 대상> 수상 작가, 미셸 트랑블레의 국내 첫 소설. 드라마 <도깨비>에서 퀘벡으로 간 도깨비 신부 지은탁은 쓸쓸해 보이는 도깨비 김신을 향해 민들레 홀씨를 날린다. 퀘벡의 대표 소설가 미셸 트랑블레에게 날아가는 민들레 홀씨는 비상하는 수많은 발레리나와도 같다.
“잔디는 정신없이 쑥쑥 자라날 것이고, 크로커스 꽃은 스러지며 은방울 꽃에게 자리를 내줄 것이며, 민들레는 하얀색 털공으로 변할 것이었다. 뒤플레시는 노련한 발길질 한 방으로 그 공을 허물어트리며 즐겁게 놀 것이다. 그 공은 허물어지면서 땅 위에 그대로 내려앉기에는 너무 몸이 가벼운 발레리나들을 사방팔방으로 흩날릴 것이며, 어려운 자세를 취한 채 그대로 꼼짝하지 않고 바람결에 이리저리 떠다니는 그 발레리나들은 또 얼마나 우아할 것인지.” (본문 중에서)
퀘벡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미셸 트랑블레의 소설이 처음으로 국내 독자를 만나게 된다. 작가는 거대한 북미대륙의 작은 점 몬트리올의 서민 동네, 세상의 축소판 같은 플라토 몽루아얄의 하루를 들여다보면서 사실과 환상이 뒤섞인 행복한 글쓰기로 소소한 삶의 드라마와 감정의 소용돌이를 감싸 안았다. 임신 7개월 차 마흔두 살의 여자와 아이들, 고양이 한 마리… 사실과 환상이 뒤섞이고, 눈물과 웃음이 가득한 이 세계의 사랑스러운 주역들이다.
1942년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 출생. 1964년 국영방송 라디오캐나다가 주최한 젊은 작가 콘테스트에서 희곡 「기차」로 대상을 받으면서 작가로 등단했고, 1965년 환상 문학 단편 모음집인 『늦게까지 술집에 머무는 술꾼을 위한 이야기』를 출간하면서 본격적으로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리고 1968년에 희곡 「의자매들」을 집필하고 상연하면서 본격적인 유명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미셸 트랑블레는 지금까지 희곡 33편, 소설 33편, 유년 시절의 기억을 담은 수필집 6편, 영화와 텔레비전 시나리오 7편, 외국 작가 희곡 작품의 번역과 번안 15편, 자신의 희곡에서 파생된 두 편의 오페라 극본, 두 편의 뮤지컬을 썼으며, 아직도 매년 몬트리올 국제도서전시회가 있는 11월에 소설이나 수필집을 발표하며 독자들과 만남을 꾸준히 이어 가는 작가이다.
미셸 트랑블레는 “퀘벡의 발자크” 혹은 “퀘벡의 졸라”라고 종종 불리기도 하는데, 그것은 그의 모든 작품에 걸쳐 500명이 넘는 인물들이 등장하며, 서로 연결되고 이어져서 하나의 커다란 세계를 형성하는 특성이 19세기 프랑스 작가인 오노레 드 발자크의 『인간 희극』이나 에밀 졸라의 『루공·마카르』와 비견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 때문에 『트랑블레의 세계: 등장인물 사전』(1996)이 따로 편찬되기까지 했으며, 초판 이후로 네 배로 불어난 2000명의 등장인물을 추가한 개정판(2014)도 나왔다. 미셸 트랑블레는 1970년 「의자매들」로 <갈라 메리타스> 상을 받은 것을 필두로, 그의 작품 전체가 문학계에 끼친 공로를 인정받아 1976년 캐나다 온타리오주로부터 <리우트낭-구베르뇌르 상>을 받은 바 있으며, 1984년 <프랑스문학예술 기사> 서임, 1991년 <퀘벡주 기사> 서임, 2017년 <모나코 피에르 왕자 상> 수상, 2018년 아카데미 프랑세즈에서 지금까지 트랑블레가 발표해 왔던 작품 전체로 <불어권 대상>을 수상하며, 지금까지 여든 개가 넘는 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