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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 테마별시 알림
2026.09.21
고아의 마음으로
불에 덴 입술이 차갑게 식어 한마리 유리새가 되기까지의 시간들. 그럴 때 나는 고아가 된다.
조인호 「유리새」
2026.09.18
청진기로 너의 속을 듣는다
너의 가장 깊은 곳에서 한 어린아이가 훌쩍, 훌쩍 눈물을 참는 소리가 났다
김준현 「가슴에 두 번, 배에 한 번, 등에 한 번」
2026.09.17
당신이 던진 돌을 호주머니에 넣었다
별일 없어? 하면 별일 없어, 메아리로 돌아왔다 호주머니 속 돌이 걷는다
지연 「단단한 돌에 빗물이 스며드는 속도로 걸었다」
2026.09.16
이름이란 무엇일까
너라는 사람은 넓고 이름 안에서 꽃이 피고 지고… 이름에 갇힌 그 울림이 좋다
이종민 「메아리가 울린다」
2026.09.15
답답한 마음 다스리기
내 마음 누가 알까 안다는 듯 모른다는 듯 흔들리는 나뭇잎들 풀 한 포기가 기다리는 것을 나도 기다려 본다
이근화 「한밤중 강변에서 기다리고 있음」
2026.09.14
물방울은 글썽거린다
아그배나무 잔가지마다 물방울들 별무리처럼 맺혔다… 저 글썽거리는 것들에는 여지없는 유리 우주가 들어 있다
엄원태 「물방울 무덤들」
2026.09.11
이제 가을이라고 불러야 하나
잘 익은 사과가 가을비에 온몸을 내맡기고 있다… 살아가는 건 그렇게 끊임없이 자신을 재생하는 것일까?
김용락 「가을」
2026.09.10
관계가 어렵게 여겨질 때
너무 가까워진 사이가 영 마뜩잖을 땐 거리를 좀 두고 무던히 지내고 싶어진다
박성우 「관계」
2026.09.09
구멍을 들여다보게 된다
갑자기 무너져내리고 분별력을 잃고 보고 또 들여다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구멍을 자꾸 쳐다보게 된다
최정례 「구멍 들여다보기」
2026.09.08
우산이 경계가 되어주었다
나는 경계를 벗어나지 않았다 어딜 가도 머리 위로 구름이 따라오는 생활을 했다 내 것이 아닌 저 너머를 함부로 넘보지 않았다
조온윤 「파수꾼」
2026.09.07
한 방울 이슬의 무게
지구가 기운데도 의심치 말라 방울져 잇달아 떨어지는 저 이슬 한 방울의 무한한 그 힘 그 무게 바로 그 때문임을.
인태성 「한 방울의 이슬」
2026.09.04
북천에서 편지를 씁니다
사랑의 말을 편지로 쓴다는 건 얼고 녹고 부서지고 타버려도 사라지지 않을 알갱이 하나 전하는 것이지요
이대흠 「북천에서 쓴 편지」
2026.09.03
나의 천국은
세상의 지식이 못 닿는, 세상에는 한번도 있어본 적 없는 나라, 있는 곳엔 없고 없는 곳에만 있을 게다.
유안진 「나의 천국은」
2026.09.02
버리지 못한 욕심
욕망이란 가질 수 없는 것을 향해 자라나는 손가락이라서 밤마다 이가 자라는 쥐처럼 손끝이 가렵다. 가려워서 부끄럽다.
이현승 「일생일대의 상상」
2026.09.01
어둠이 내려앉는 것을 보았네
벗어놓은 옷가지를 건드리지 않고 수락할 수 없는 것을 수락하는 연습처럼 툭, 어둠이 내려앉는 것을 보았네
장철문 「발을 닦으며」
2026.08.31
여름 끝물, 뒷산에 올랐다
많은 집들 뒤에 서보았다 풀들이 쏟아질 듯이 자라 있었다 거대해진 수풀을 헤치며 뒷산에 사는 것들을 한꺼번에 떠올리려 해보았다
남현지 「뒷산에서」
2026.08.28
당신의 나무에 접붙인 마음
먼 훗날에 조용히 뜰에 나가보겠습니다 덧나지 않은 푸른 잎사귀 하나 나부낀다면 당신의 사랑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박해석 「숨은 사랑」
2026.08.27
멈추지 않는 상념들
나는 피곤해서 잠깐 쉬려 하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은데… 눈은 닫힌 눈꺼풀 속에서도 계속 눈을 뜨고 있다
김기택 「눈」
2026.08.26
태양도 자신이 하는 일을 모르지
자신의 몸에 붙은 불이 뜨거워 사방에 불을 뿌려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 따스함으로 사랑을 피워내고 그 빛으로 신을 만나게 될 수도 있지
백무산 「사랑은 사랑을 모르지」
2026.08.25
갑자기 내리는 빗속에서
씌워드릴게요, 사람이 사람에게 건네는 말을 듣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 말은 왜 잊히지 않는지 왜 견딜 수 없는지
박소란 「갑자기 내린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