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날 사람도 없이
머물러야 할 장소도 없이
깊은 거리에 따라 들어가서
진흙투성이인 마음이 되어 나온 그대
참담해진 그대.
가을 하늘
벌판에 뜬
맑은 살결 하나 붙잡아
어루만지며 어루만지며
안간힘을 다하지만
어느새 손을 펴보아도
빈 마음일 뿐
진흙의 손바닥일 뿐.
그대 한 생애(生涯)를 두고 몸 씻으면
씻겨질까, 씻겨지지 않을
그것들이.
다순 가슴 맞이할 수 없는
그것들이......
<19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