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 테마별시 알림
비를 맞으며
정철훈

비 오는 날

숭고미에 대해 생각한다


우산을 쓰는 건

원숭이도 할 수 있는 일

비에 젖기는 원숭이도 마찬가지다


숭고미는 흠뻑 젖기에서 나온다

내리는 비를 맞으며 비가 되어버리는 것

젖는 게 아니라 젖어 있는 그 자체가 되는 것


음악을 들으며 음악이 되는 것

이때 귀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흐느끼면서 흐느낌 자체가 되는 것


우산을 쓰고 있으면서도 충분히 비에 젖는 것

우산이라는 도구를 사용하면서도

우산의 안팎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기법이 숭고미다


사랑은 존재를 적시는 빗줄기

이미 젖어버린 숭고미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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