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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 테마별시 알림
절박한 것은 단풍뿐
강신애

아침마다 숲은

차도르를 뒤집어쓴 여인처럼

빈틈없는 안개를 피워올렸다

가을이면 고색창연한 우울이 도져

귀족이 됐다

연하의 남자와 연애를 했다

완전한 몸에 깃든 미숙한 욕망,

자꾸 웃음이 나왔다


날개

최초의, 몽유(夢遊)의 가을

낙엽을 직조해

날벌레의 옷을 입는다

날 수 없는 것은 영혼이 없다!

방바닥에 수북이 등 대고 누운

무당벌레들을 뒤집어놓았지만

끝내 날아오르지 않았다


불법체류자 낙엽처럼

애인이 떠났다

불법체류자 낙엽처럼.

아무것도 절박하지 않았고

절박한 것은 단풍뿐이었다


홍시의 즙

그대여, 가을이면 나는 실직한다

온종일 죽어가는 불씨인 듯

적막한 몸속에 홍시의 즙을 주사해다오

창틀이 벌레의 시체들로 뻑뻑하여

열리지도 닫히지도 않는다

봉함된 글자가 튀어오른다

유리창에는, 오오

영원히 마르지 않을 눈물 같은 것이 엉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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