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대 한국문학을 이끌어갈 작가' 10명은 판매량, 독자 평점, 미디어 주목도와 아래의 작가 및 출판 관계자 72명의 설문을 통해 선정되었습니다. 설문에 응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강윤정, 강은혜, 구병모, 권민경, 권여선, 김개미, 김건희, 김내리, 김봉곤, 김수경, 김수아, 김유종 , 김준섭, 김진겸, 김초엽, 김학제, 김화영, 김화진, 박상영, 박선우 + 더보기
강윤정, 강은혜, 구병모, 권민경, 권여선, 김개미, 김건희, 김내리, 김봉곤, 김수경, 김수아, 김유종 , 김준섭, 김진겸, 김초엽, 김학제, 김화영, 김화진, 박상영, 박선우, 박시하, 박신영, 박지영, 박치우, 박혜진, 방준배, 송승환, 신혜진, 심슬기, 안태운, 윤이형, 윤희영, 이규리, 이민희, 이복규, 이상술, 이성근, 이슬기, 이윤구, 이윤정, 이정미, 이정원, 이주란, 이지현, 이진숙, 이해인, 이현승, 임경섭, 임솔아, 임승훈, 장이지, 전성이, 정다움, 정민호, 정선재, 정세랑, 정영수, 정지돈, 조은혜, 주진형, 차은영, 차지혜, 최두은, 최은미, 최정나, 최지인, 최현우, 한수정, 한승민, 한연수, 한인선, 함근아 (가나다 순)
1986년 전주에서 태어났다.
201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소설집 『괜찮은 사람』, 장편소설 『다른 사람』이 있다.
그가 나를 구겨진 옷더미처럼 대할 때마다 그 감정을 기억했다. 그는 나를 분명 사랑했다. 그는 단지 조금 달라졌을 뿐이다. 그렇다면 또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이전처럼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그는 조금 피곤한 건지도 모른다.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 탓에 조금 우울해진 걸지도 모른다. 내가 그를 외롭게 한 건 아닐까. 그러면 내 잘못일지도 모른다. 내가 그걸 헤아리지 못했으니, 먼저 알아채지 못했으니, 잘못한 것이다. 노력하자. 내가 그에게 잘한다면, 그가 나를 보고 느꼈던 감정을 다시 느끼게 한다면 우리는 처음처럼 행복해질 것이다. 나를 세 번째로 때린 날, 그는 내게 말했다. “나는 다정한 사람이야. 네가 내 안의 다정함을 끌어내지 못하는 거야. 내가 다정해질 수 있도록 도와줄 수는 없겠어?”

다른 사람 (2017) / 한겨레출판 中
1985년생.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Auto」가 당선되어 등단. 소설집 『여름, 스피드』가 있다.
내 옷을 입은 당신이 저기 걸어간다, 내 옷을 입은 남자를 보는 건 언제나 행복하게 야릇하고, 이 숨막히게 덥고 사람으로 가득찬 광장 속에서 오직 아는 사람이 너뿐이라는 사실이 어이없게 든든한데 그가 다시 돌아 손을 흔드는 모습을 나는 언젠가 보았던 것만 같고, 그건 반복되는 토포스거나 사실 나는 당신을 이미 마흔 번쯤은 사랑해본 적이 있는 것이고, 언제나 기대했던 기시감으로 넘쳐나는 지금 이 순간, 그런 기시감과 패턴만을 사랑해왔던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사랑해버린다.

여름, 스피드 (2018) / 문학동네 中
1987년 목포 출생. 서울시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 서사창작과를 졸업했다. 2015년 《세계의 문학》에 「얕은 잠」이 당선되며 등단했다. 소설집 『가만한 나날』, 장편소설 『항구의 사랑』이 있다. 제9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하지 않는 말들은 그것 말고도 또 있다. 별것 아니지만, 이를테면 이런 것. 그곳을 나온 이후 나는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읽을 수 없게 되었다. 책장에 꽂혀 있으나 어쩐지 펼쳐 볼 마음이 일지 않는 책. 나는 어디에서도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

가만한 나날 (2019) / 민음사 中
소설가. 포스텍 화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생화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7년 「관내분실」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과 가작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쓴 책으로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있다.
떠나겠다고 대답할 때 그는 내가 보았던 그의 수많은 불행의 얼굴들 중 가장 나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
그때 나는 알았어.
우리는 그곳에서 괴로울 거야.
하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 거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2019) / 허블 中
2016년 문학동네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연작소설 『대도시의 사랑법』 등이 있다. 2019년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으로 제10회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했다.
─더 투명한 쪽이 광어입니다.
─네?
─둘 중에 살점이 더 투명한 쪽이 광어다, 생각하면 구별하기 쉬울 거예요. 더 쫄깃한 쪽이 우럭.
─그럼 오늘부터 저를 우럭이라고 부르세요. 쫄깃하게.
술 취한 나는 인간도 아니다, 방금 무슨 말을 내뱉은 거야, 정말 돌았군, 하는 생각을 하는 와중에 남자가 또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아니요, 광어라고 부르겠습니다. 속이 다 보이거든요.

대도시의 사랑법 (2019) / 창비 中
1982년 인천에서 태어나 2011년 『경향신문』으로 등단했다. 소설집 『폴링 인 폴』 『참담한 빛』, 중편소설 『친애하고, 친애하는』, 짧은소설 『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가 있다.
할머니가 그렇게 갑자기 생각나는 밤이면 나는 이제, 내가 그러했듯이 할머니 역시 할머니의 한계 안에서 나를 사랑했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것은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그러니 내가 그때 할머니의 상태를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것이 그렇게 큰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의 나이를 먹었다. 하지만 어쩌다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역에서 환승하기 위해 계단을 바삐 올라가는 수없이 많은 이들의 뒤통수를 보거나 8차선 도로의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신호가 바뀌어 내 쪽을 향해 걸어오는 인파를 보다가 가끔씩, 나는 지구상의 이토록 많은 사람 중 누구도 충분히 사랑할 줄 모르는 인간인 것은 아닌가 하는 공포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우리가 타인을 사랑한다고 말할 때, 그것은 대체 어떤 의미인 걸까?

친애하고, 친애하는 (2019) / 현대문학 中
서울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에서 사회학과 철학을 공부했고 한국영화아카데미 영화과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했다. 2001년 제6회 『씨네21』 영화평론상을 받았고, 2006년 제3회 과학기술 창작문예 공모에서 「순간을 믿어요」로 시나리오 시놉시스 부문을 수상했다. 「인간적으로 정이 안 가는 인간」 「너의 의미」 등 다수의 단편영화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아몬드』는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으로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며, 장편소설 『서른의 반격』으로 제5회 제주4·3평화문학상을 수상했다.
나에겐 아몬드가 있다.
당신에게도 있다.
당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거나 가장 저주하는 누군가도 그것을 가졌다.
아무도 그것을 느낄 수는 없다.
그저 그것이 있음을 알고 있을 뿐이다.

아몬드 (2017) / 창비 中
장편소설 『최선의 삶』,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이 있다.
나의 선의는 같은 말만 반복한다. 미래 시제로 점철된 예보처럼 되풀이해서 말한다.
선의는 잘 차려입고 기꺼이 걱정하고 기꺼이 경고한다. 미소를 머금고 나를 감금한다.
창문을 연다. 안에 고인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을 창밖으로 민다.
오늘 날씨 좋다.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2017) / 문학과지성사 中
1986년에 태어났다.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국문과 대학원을 수료했다. 2018년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회사에서 울어본 적 있어요?”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저었다.
“내가 회사 생활 십오년 하면서 한번도 운 적이 없었거든요. 루바 공연 건 때문에 특진 취소되고, 팀 옮겨지고, 강남에서 판교로 짐 싸서 올 때도 눈물이 안 났어요. 그런데 그 포인트를 보고 있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포인트가 너무 많아서. 너무 막막해서.”
굴욕감에 침잠된 채로 밤을 지새웠고, 이미 나라는 사람은 없어져 버린 게 아닐까, 하는 마음이 되었다고. 그런데도 어김없이 날은 밝았고 여전히 자신이 세계 속에 존재하며 출근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마주해야 했다. 억지로 출근해서 하루를 보낸 그날 저녁, 이상하게도 거북이알은 결국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포인트로 모닝커피 마시고, 포인트 되는 식당에서 점심 먹고, 포인트로 장 보고, 부모님 생신선물도 포인트로 결제했다. 그렇게 일주일을 더 보내고 나서 그녀는 모든 것을 한결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일의 기쁨과 슬픔 (2019) / 창비 中
2008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에 단편소설 「울고 간다」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소설집 『너무 아름다운 꿈』, 『목련정전(目連正傳)』, 장편소설 『아홉번째 파도』, 중편소설 『어제는 봄』이 있다. 2018년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목련의 아명은 목아(木兒). 땅이 풀린 윤사월에 태어났고 한여름인 7월 보름에 죽었다. 목련은 다섯 살에 어머니를 여의고 그때부터 목련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목련에게 새 이름을 지어준 것은 마을 사람들이었다. 엄마 잃은 목련을 키운 것도 마을 사람들이었다. 열다섯이 될 때까지 목련은 마을의 품에서 자랐다. 마을은 목련한테 철에 맞는 과일을 먹였고 몸에 맞는 옷을 입혔다. 해 질 녘까지 숨바꼭질을 하는 목련을 마을은 날마다 지켜보았다. 마을 사람들에게 목련은 유일한 관심사이자 공통된 목적이었고 완성해야 하는 이야기였다. 주인공은 다른 누구도 아닌 목련. 오직 목련이었다.

목련정전 (2015) / 문학과지성사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