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 발표된 중.단편소설을 결산하는 '이상문학상'의 38번째 작품집이 출간됐다. 제38회 대상 수상작은 편혜영의 '몬순'. '몬순'은 거대한 불안과 대면하는 과정에 주목하였던 편혜영 작가의 종전 스타일과는 달리, 인간의 삶 자체가 겪지 않을 수 없는 존재론적 불안을 집요하게 응시하고 있는 작품이다.
심사를 맡은 김윤식 평론가는 "삶의 난감함을 겪는 우리 모두에게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라고 이 작품의 우수성을 주목했고, 서영은 소설가는 "무심심한 단어 하나하나가 돌연 의미심장한 주제로 바뀌는 것이 매력"이라고 이 작품의 무게를 인정했다. 권영민 평론가는 "주인공의 삶에 내밀하게 자리 잡고 있는 고통과 그 비밀이 인간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불안의 상황과 절묘하게 접합되어 있음"을 주목하였다.
윤대녕 소설가는 "관계로 표현되는 삶의 생태성이 무너져가고 있는 현실을 압축해서 드러낸 작품"이라고 평했으며, 신경숙 소설가는 "불안의 징후들을 포개놓고 또 포개놓은 것으로 이물질로 가득 차 있는 이 삶의 깊이를 다시 응시하게 한 작가의 역량에 신뢰를 보낸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집에는 대상 수상작인 편혜영의 '몬순'과 자선 대표작 '저녁의 구애' 외에도 우수상 수상작으로 김숨의 '법法 앞에서', 손홍규의 '기억을 잃은 자들의 도시', 천명관의 '파충류의 밤', 조해진의 '빛의 호위', 윤고은의 '프레디의 사생아', 이장욱의 '기린이 아닌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 윤이형의 '쿤의 여행', 안보윤의 '나선의 방향'이 수록되어 있다.
: “몬순 같은 거요. 그렇게 규모가 큰 바람은 언제 방향을 바꾸는지, 그 순간을 미리 알 수는 없는지, 그런 건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그런 거에 대해 잘 압니까?” 바로 참주제가 깃든 곳. 아이를 잃고 젊은 부부가 서로 멀어진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그 무엇이 혹시라도 있을까. “그런 거에 대해 잘 압니까?” 이 물음은 삶의 난감함을 겪는 우리 모두에게 묻는 말이 아닐 수 없다.
: 시간이 내포하고 있는 마음의 정전과 수시로 방향을 바꾸는 마음의 몬순에 따라, 끝내는 마주할 수밖에 없는 ‘진실’이란 것이 드러나지만, 그것도 분명한 사실이기보다 확인할 수 없는 심증으로 다시 덮여버린다. 무심심한 단어 하나하나가 돌연 의미심장한 주제로 바뀌는 이 소설의 기이하고 고통스런 매력에 나는 푹 빠져버렸다.
: 아파트의 단전 상태가 지속되는 상황을 소설의 배경으로 삼고 있는 <몬순>은 불안사회의 어떤 징후에 대한 소설적 탐구에 해당한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의 삶에 내밀하게 자리 잡고 있는 고통과 그 비밀은 인간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불안의 상황과 절묘하게 접합되어 있다.
: 아이의 죽음을 서사의 바탕에 깔고 있는 이 소설은 제목 ‘몬순’이 암시하는 것처럼 삶의 불확정적인 요소들을 집요하게 응시하고 있다. 더불어 관계의 틈에 도사리고 있는 극복할 수 없는 괴리감과 단절감을 ‘단전’의 상황에 빗대 그만의 유니크하고 건조한 문체로 유려하게 서술하고 있다.
: 작가가 당도하려는 곳이 어디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구체성을 확보하며 현실의 위태로운 일상과 이미 관계가 부서져버린 삶 쪽으로 어렵게 방향을 틀고 있는 기미를 포착할 수 있다. 매듭짓기 위한 낙관이 아니라 불안의 징후들을 포개놓은 것으로 이물질로 가득 차 있는 이 삶의 깊이를 다시 응시하게 한다.
1981년 인천에서 태어나 2005년 <문학동네작가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소설집 『비교적 안녕한 당신의 하루』 『소년 7의 고백』 『밤은 내가 가질게』, 중편소설 『알마의 숲』, 장편소설 『악어떼가 나왔다』 『오즈의 닥터』 『사소한 문제들』 『우선멈춤』 『모르는 척』 『밤의 행방』 『여진』 등이 있으며, <자음과모음문학상> <현대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01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사람의 신화』 『봉섭이 가라사대』 『톰은 톰과 잤다』 『그 남자의 가출』 『당신은 지나갈 수 없다』와 장편소설 『귀신의 시대』 『청년의사 장기려』 『이슬람 정육점』 『서울』 『파르티잔 극장』 『예언자와 보낸 마지막 하루』, 산문집 『다정한 편견』 『마음을 다쳐 돌아가는 저녁』 등이 있다. 노근리평화문학상, 백신애문학상, 오영수문학상, 채만식문학상, 이상문학상, 요산김정한문학상을 수상했다.
2008년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1인용 식탁』, 『알로하』,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부루마불에 평양이 있다면』, 장편 소설 『무중력증후군』, 『밤의 여행자들』, 『해적판을 타고』, 『도서관 런웨이』, 『불타는 작품』 등을 썼다. ‘한겨레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대거상 번역추리소설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