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의 후속편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이탈리아의 유력 주간지 '레스프레소'의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했던 동명의 칼럼에 연재되었던 글을 모아 엮은 것이다.
애연가인 에코의 주머니에는 거의 언제나 '미네르바 성냥갑'이 들어 있다. 에코는 백지로 남아 있는 이 성냥갑의 안쪽 면에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들을 메모하는 습관이 있는데, 이러한 자신의 습관에서 칼럼의 제목을 떠올린 것.
에코는 서문에서 주로 자기가 싫어하는 것에 대해 쓰고 있다고 밝히지만 시종일관 어리석은 세태를 비꼬고 조롱하는 것은 아니다. 전편처럼 유머와 익살에 기대어 세상에 쓴소리를 내뱉는 글도 많지만, 때로 서정적인 목소리로 어린 시절을 추억하기도 하고 진지하고 장중한 목소리로 부조리한 현실을 질타하기도 한다. 주제 면에서도 전작에 비해 훨씬 다양해졌다.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 일상의 작은 일화에서 길어올린 웃음의 걸작들이었다면, 이번에는 정치인과 매스미디어, 국제 정치에 관해 실명을 거론하면서 본격적으로 비평한 현실참여적인 글들과 책과 지식인, 예술의 의미와 역할 등 중요하지만 재미없게 쓰여지기 쉬운 주제들을 지극히 에코다운 필치로 흥미롭게 서술한 글이 다수 실렸다.
이 책에서 에코는 에세이스트, 희극 작가, 만담가, 문화 비평가, 정치 평론가, 미래학자, 기호학자 등 일인다역을 수행한다. 어린 시절에 가지고 놀던 장난감에서부터 이쑤시개에 이르기까지, 에코는 일견 평범하고 사소해 보이는 것들에서 무언가 의미 있는 것을 발견해 낸다.
움베르토 에코 (지은이)의 말
칼럼의 제목은 미네르바라는 상표의, 성냥이 담긴 두꺼운 종이로 된 조그마한 갑에서 따온 것이다. 그 성냥의 <표지> 뒷면에다 종종 주소라든지 지출 목록을 기록해 두거나, 또는 내가 종종 그러하듯이 기차 안이나 바에서, 식당에서, 신문을 읽거나 가게의 진열장을 바라보면서, 책장의 서가들을 뒤지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속기로 메모해 두곤 한다는 사실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이 칼럼에서 내가 추구한 또 다른 기준이 하나 있다. 가령 엄마를 죽이는 것은 부당한 행동이라고 모든 사람이 동의할 때, 굳이 내가 글을 써서 그건 나쁘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그것은 착한 감정을 선동하는 자기 과시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