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살원’이라는 이름의 공간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많이 놀랐습니다. 누군가의 고충을 기꺼이 들으려 하는 ‘젊은 여성’들이 있다니. 더구나 기운 내서 마음껏 ‘엄살’을 부리라고 정성 가득한 비건 식사를 대접하면서까지. ‘젊은 여성’이라는 말 속에 이미 자신들만의 고충과 피로가 한가득 묻어나는데 말입니다. 이들의 이 담대함은 무엇일까 어리석은 마음을 총동원해서 헤아려봤습니다. 엄살원의 크루와 손님들의 대화를 천천히 읽어나가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국가와 시스템이 매번 누락하는 빈칸”에 대해서 분명한 당사자성을 갖고 있었을 뿐 아니라 열심히 활동하는 다른 이들에게 기운을 북돋고 싶어 하는 사회적 마음을 넉넉하게 갖고 있었던 거지요. ‘엄살원’과 같은 공간이 더 많아지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책을 만들었습니다. 소수자의 자리에 서서 얼핏 작아 보이는 아픔에도 귀 기울이고 다함께 먹고사는 문제를 궁리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밥상은 더 풍성해지고 질문은 더 날카로워지고 문제는 더 선명해지고 해결은 점점 더 쉬워지리라 믿습니다. 누군가의 아픔과 괴로움을 줄이고자 애쓰다가 스스로 아픔과 괴로움을 겪게 된 모든 분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함께하자고 초대장을 보내는 마음으로 『엄살원』을 추천합니다.
이 (엄청나지만 숨겨진) 책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요. 전미도서상 논픽션 부문 최종후보작에 선정되었다고 에이전시로부터 연락을 받았을 때도 출간을 주저하는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여성, 흑인, 빈민… 이 복합적이고 중의적(thick)인 소수자의 현실을 우리 사회에 어떻게 소개할지 막막했으니까요. 하지만, 트레시 맥밀런 코텀의 원고를 자세히 읽는 순간 주저하는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대담한 사상가라고 불리는 트레시 맥밀런 코텀은 자신의 첫 에세이집인 이 책에서 여성, 인종, 젠더, 계급, 아름다움, 자본주의의 영역을 넘나들며 소수자들의 날것 그대로의 삶과 자본주의의 실상을 낱낱이 보여줍니다. 코텀은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의 “발을 고치는 행위”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코텀은 선천적 기형 때문에 평생 자신의 걸음걸이를 고치며 살아왔습니다. 한 번도 정상적으로 걸어본 적은 없지만 비뚤게 걷지도 않았다는 그는 끊임없이 발을 고치는 일은 골반이 죽도록 아픈 일임에도 멈출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그것을 그만둔다는 것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잊고,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것을 멈추는 일이었기 때문이죠. ‘각성된 사회적 약자’의 글쓰기, 여러 겹의 고통과 노동이 이 책을 다시없는 걸작으로 만들었다는 정희진 선생님의 추천의 글을 빌려, 이 책을 권합니다.
이 책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남매가 함께 자라는 동안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고 상상하고 손잡으면서 매일 조금씩 배운 것들에 대한 기록입니다. 구체적인 장면으로 그려낸 만화와 에세이가 어우러져 어린 남매가 같이 어울리며 성장한 시절의 사건과 감정들이 선명하게 되살아납니다. 김나무 작가는 지금의 자신을 만든 것들의 중심에 청각장애인 동생 원일이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동생과 함께 자란 어린 시절을 제대로 기억하고 기록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은 외롭고 고요하고 혼란스럽기만 했다고 여겨왔는데 기억을 정성껏 더듬어보니 뜻밖에 즐겁고 고맙고 놀랍고 좋은 순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두 아이가 조금 불편해도 같이 어울려 지내던 시절을 함께 통과하는 동안, 어린 시절부터 김나무 작가를 줄곧 따라다니던 질문은 이내 독자들의 마음에도 옮겨 붙습니다. “장애란 무엇인지, 장애는 어디에서 오는지, 장애가 있는 사람이 장애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장애가 없는 사람은 장애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어째서 세상엔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섞여서 살고 있는 것인지, 나와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맞는지, 나 자신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맞는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독자들이 저마다 스스로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답이 더 많이, 더 다양하게 모일수록, ‘조금 불편해도 같이 노니까 좋은’ 관계들이 더 많이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나’와 ‘원일이’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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