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처음 출간되어, 2019년 출간 20주년을 맞은 김영하 소설집. 「사진관 살인사건」, 「당신의 나무」 등 9편의 단편이 실렸다. 소설은 무엇보다 그럴듯한 허구라는 것, 소설이라면 한번 손에 쥐면 놓기 어렵게 독자를 '유혹해야' 한다는 것. 2019년엔 새삼스럽지 않은 이 명제가 새로움이었던 시대에 김영하가 미리 도착했다. 재미있고 새로운 이야기를 쓰길 소망했던, 1999년의 표현으로 '신세대' 작가, 2019년의 표현으로 '젊은' 작가인 김영하를 만난다. |
1999년에 인터넷 서점 알라딘이 영업을 시작했다. 그해에 세계는 밀레니엄 버그라는, 결국은 오지 않은 미래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1999년 마지막날 자정이 지나면 19로 시작되던 연도가 20으로 바뀌는데, 2000년을 1900년으로 착각한 컴퓨터들이 오류를 일으키면서 전 세계에 재난이 닥칠 것을 우려했던 것이다.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발사되고 원자력발전소가 오작동하고 비행기들이 공중에서 충돌하리라 예상한 이들도 있었다.
당시 서울 시내에 나가면 빌딩 곳곳에 기업들이 그 문제를 해결했다며 자랑스럽게 내건 플래카드들을 볼 수 있었다. 새로운 것은 언제나 두려움과 함께 온다. 알라딘과 같은 인터넷 서점들은 그 무렵을 전후해 출현했고 출판계는 그들이 초래할 미래를 꽤나 걱정스런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 더 보기
1999년에 인터넷 서점 알라딘이 영업을 시작했다. 그해에 세계는 밀레니엄 버그라는, 결국은 오지 않은 미래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1999년 마지막날 자정이 지나면 19로 시작되던 연도가 20으로 바뀌는데, 2000년을 1900년으로 착각한 컴퓨터들이 오류를 일으키면서 전 세계에 재난이 닥칠 것을 우려했던 것이다.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발사되고 원자력발전소가 오작동하고 비행기들이 공중에서 충돌하리라 예상한 이들도 있었다. 당시 서울 시내에 나가면 빌딩 곳곳에 기업들이 그 문제를 해결했다며 자랑스럽게 내건 플래카드들을 볼 수 있었다. 새로운 것은 언제나 두려움과 함께 온다. 알라딘과 같은 인터넷 서점들은 그 무렵을 전후해 출현했고 출판계는 그들이 초래할 미래를 꽤나 걱정스런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도 1999년에 나왔다. 그 무렵 나는 '신세대 작가'로 불렸다. 또래의 작가들은 한국전쟁이나 분단, 민주화운동과 그 후일담에 대해 쓰지 않고 개인의 일상과 그 내면에서 벌어지는 일들,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이야기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때는 우리도 일종의 버그처럼 보였다. 여기 실린 단편들은 평론가들로부터 '만화적 상상력'이라는 평을 받았다. 당시에 만화가 받았던 대접을 생각하면 긍정적인 뉘앙스는 분명 아니었다. 내 소설의 인물들은 엘리베이터에 끼어 있거나, 벼락을 맞으러 다니거나, 투명인간이 되었다. 예전의 근엄한 소설들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일종의 버그들이 활자로 찍혀 유통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딱 20년이 흘렀다. 우려했던 미래는 오지 않았거나,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것으로 밝혀졌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가 같은 해에 태어난 인터넷 서점에서 여전히 팔리고, 그것을 기념하여 이렇게 특별판을 내게 되었다는 것이 놀랍고 대견하다. 20년간 꾸준히 읽어준 독자들에게 감사하며, 지금 이 순간 어디에선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을 모든 새로움을 응원한다. - 접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