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기 때문에 놀러왔지>, <연암이 나를 구하러 왔다> 등의 작품을 통해 꾸준히 역사 속 인물과 고전에 관심을 갖고 재조명해 온 설흔 작가가 이번에는 소현 세자의 삶을 통해 오늘을 돌아보는 작품을 펴냈다. 두 차례의 호란과 삼전도의 굴욕을 겪은 후,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 갔다 돌아와서 너무도 이른 죽음을 맞이한 소현 세자의 삶의 궤적과 내면을 치밀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특히 소현 세자를 '존'이라는 인물을 빌려 현대로 불러낸 뒤 또 다른 화자인 '나'와 만나 대화하게 함으로써, 현재와 과거의 이야기가 교차하다가 마침내 새로운 의미를 도출하는 구성을 띠고 있다. 소현 세자가 '오래전 어느 날 함께 살았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나'의 정체는 이야기 중간중간 암시되어 있으며, 두 사람의 인연은 결말에 이르러 다소 충격적인 반전(?)을 선사한다.
대의를 생각해야 하는 세자로서의 삶과 볼모가 아닌 자유인을 갈망하던 한 개인으로서의 삶 사이에서 매순간 분열하고 고뇌할 수밖에 없었던 소현 세자의 모습은 '비운의 왕세자'라는 전형적인 이미지를 탈피해 보다 입체적으로 되살아난다. 무엇보다 자신이 공부를 게을리하고 해야 할 일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라가 망하고 백성이 고통받은 것이라며 부끄러워하는 소현 세자의 통렬한 자기반성은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작가의 말
강변에서 시작한 공부
놀이공원에서 이어 간 공부
산성에서 깨달은 공부 1
산성에서 깨달은 공부 2
광장에서 몸으로 느낀 공부
강변에서 다시 시작한 공부